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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액주주의 눈물①] 팬데믹 수혜 엑세스바이오…"요지부동 주주환원에 분통"
입력: 2024.03.03 00:00 / 수정: 2024.03.03 00:00

유종필 주주 "주주환원 약속 미루기만…대주주 장난"

엑세스바이오 주주인 유종필 씨가 지난달 서울 모처에서 기자와 만나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이한림 기자
엑세스바이오 주주인 유종필 씨가 지난달 서울 모처에서 기자와 만나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이한림 기자

정부는 올해 '코리아 디스카운트'(국내 증시 저평가) 문제를 해소해야 한다며 상장사에 주주환원책과 배당 강화를 주문하고 있다. 그러나 배당은커녕 주가 부양 의지조차 없는 기업들이 있다. 주가가 고점 대비 크게내려 앉아 있는 종목도 예외는 아니다. 속상한 주주들은 연대를 결성해 행동에 나섰다. 기업은 주가가 오르지 않는 이유를 업종의 특수성이나 업황 악화 등으로 핑계 삼는다. 주주 이탈을 막기 위해 고의로 사업 성과를 공개하지 않고 주가 상승을 방어하는 기업도 있다. 오너일가가 개인 사익 추구를 위해 설립한 다른 회사로 상장사 자금을 빼돌리기도 한다. 소액주주의 눈물은 2024년에도 지속되고 있다. <더팩트> 소액주주의 눈물을 3회에 걸쳐 보다듬는다. <편집자주>

[더팩트ㅣ이한림 기자] 코스닥 상장사 엑세스바이오는 코로나19 팬데믹 후 코로나 진단 키트를 만들어 수혜를 입은 종목이다. 적자에 시달리던 회사는 2020년 매출 1200억원, 영업이익 680억원을 기록했으며 2022년에는 매출 1조원, 영업이익 4600억원을 따낸 제약바이오업체로 급성장했다. 1000원대 중반에 횡보하던 주가도 팬데믹 후 최고 6만원대까지 60배 뛰었고 3년 연속 흑자를 통한 첫 배당도 실시하면서 주주들의 환호를 이끄는 듯했다.

그러나 소액주주들은 반발하고 있다. 주가가 1만원대 이하로 곤두박질친 탓도 있으나, 회사가 성장할 때 8차례 이은 전환사채(CB) 발행만 나설 뿐 막대한 현금 보유에도 상장사의 주가 부양 의지를 이행하지 않고 있어서다.

이는 소액주주들이 연대를 만들어 최대 주주를 재판장에 불러세운 계기가 됐다. 소액주주들은 주주권리 확보를 위해 주주명부열람 및 등사 가처분 신청을 내면서 300억원 규모 자사주 매입 및 소각, 기매입 전환사채 소각, 차등 현금배당 실시 등을 사측에 요구했다. 동시에 최대 주주(25.22%)인 팜젠사이언스(전 우리들제약)와 엑세스바이오 자회사 사옥 앞에서 주주환원을 촉구하는 집회도 열었다.

사측은 집회에 나선 주주들에게 "주주 환원책을 준비 중이니 기다려달라"고 약속했다. 이 와중에 법원은 1심에서 외국계 기업의 소액주주 보유주식은 원주전환이 불가하다며 소액주주들의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그리고 9개월이 지난 올해 2월, 회사는 여전히 아무런 응답이 없는 상태다. 주주들은 항소 대신 마이크를 다시 잡았다. <더팩트> 취재진은 10년 가까이 수억원대 액세스바이오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소액주주 유종필(50대)씨를 만나 속사정을 엿들었다.

"엑세스바이오가 2021년부터 코로나 진단 키트로 급성장할 때 외국계 기업 이런걸 떠나서 주가 부양을 너무 안 하지 않느냐고 물었습니다. 한국 시장에서는 소외됐을지 몰라도 미국에선 여전히 '핫한' 기업이거든요. 회사 측에서도 한국 주가가 4~5만원 할 때도 미국에서는 20~30만원이 찍힐 정도였다고 했습니다. 그러다가 미국 현지 업체와 소송이 터지면서 주가가 떨어지기 시작했죠."

회사가 소송에 휘말리면 단기적으로 주가가 내릴 수 있다. 다만 소송 이슈가 일단락되면 주가는 다시 적정 가치를 인정받아 제자리를 찾아가기 마련이다. 그 사이 엑세스바이오는 꾸준한 실적은 물론, 팬데믹 특수로 벌어들인 현금성 자산을 통해 생산량을 늘려 공급 계약도 차질 없이 이어갔다. 동시에 새로운 키트 개발도 나서면서 사업 확대를 위한 CB 발행도 지속적으로 늘렸다. 사업이 잘 되고 전망도 밝으니 소액주주들의 논리라면 과도하게 내린 주가는 올라야 했다.

"주가를 사측에서 고의로 계속 누르고 있다고 해석할 수밖에 없었어요. 이번에 자회사 웰스바이오에서 '슈퍼비'라고 독감과 코로나가 같이 검사되는 콤보키트를 개발해서 주가가 좀 올랐는데 그것도 저희가 먼저 알았어요. 회사에서 주가 상승 여지가 있는 소식은 나서서 홍보하지 않은 거죠. 성과를 홍보하지 않는 건 이뿐만이 아니고요. 또 오른 주가 상승분은 미국 소송 이슈로 다시 내려앉더라고요. 그럴 수 있어요. 문제는 '주식회사'가 주가 대응을 해야 하는데 안 한다는 거죠."

유씨는 지속된 CB 발행이 과도한 리픽싱(refixing·전환가 조정) 행위로 의심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코로나 진단키트로 벌어들인 현금량을 보면 8번이나 전환사채를 발행할 이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코로나19로 수혜를 입은 기업들이 엔데믹 후 주머니 사정이 악화됐다고 해도 지난해 8000억원, 올해 4000억원 등 현금 보유량도 충분하다는 설명이다. 또 주주환원책을 적극적으로 실현할 최대 주주 지분이 다소 낮더라도 회사가 7%가량 보유하고 있는 자사주를 움직여 주주환원책을 하면 되는데 이 역시 요지부동이라고 지적했다.

유종필 엑세스바이오 주주가 지난달 1일 서울 방배동 팜젠사이언스 앞에서 집회를 열고 주주환원 등을 촉구하고 있다. /독자 제공
유종필 엑세스바이오 주주가 지난달 1일 서울 방배동 팜젠사이언스 앞에서 집회를 열고 주주환원 등을 촉구하고 있다. /독자 제공

"주가가 계속 내려가니까 왜 대응하지 않느냐고 사측에 물었어요. CB 환수해서 어떻게든 할 테니까 조금만 기다려달라고 하더라고요. 그게 벌써 9개월째고 여전히 아무 소식이 없어요. 작년에는 현금 보유량이 8000억원 정도여서 주당 800원씩 총 300억원 배당했어요. 임직원들은 월급은 물론 배당도 많이 챙겼고요. 그런데 올해는 3분기 기준 이익이 62억원에 그쳤으니 이제 와서 배당을 못 하겠다 하더라고요. 저희가 자사주라도 소각하라고 하니 이건 못하겠데요. 이유는 듣지 못했죠. 정부에서 가치 밸류업 프로그램 도입으로 적극적인 자사주 소각을 통해 주주가치를 올리라고 하잖아요. 정부 방침과 달리 소액주주들은 나 몰라라 하고 주주환원책은 신경도 안 쓴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액세스바이오가 주주 환원 의지가 아예 없던 것은 아니다. 지난해 IR 담당자는 일부 소액주주들을 만나 CB 환수나 자사주 소각 등을 통한 주가 부양책을 계획하고 있다며 조금만 기다려달라고도 했다는 게 유씨의 증언이다.

"사측도 처음에는 주가부양 의지가 있었어요. 저희가 물어봤을 때 전환사채를 거둬들여서 자사주 매입이든 소각이든 할 테니깐 조금만 기다려달라고 했거든요. 그런데 9개월 동안 조치가 없는 거죠. 엑세스바이오가 작년에 210억원 정도 CB 환수했는데 이걸 다시 제3자 배정을 하더라고요. 어디에 썼냐고 물어보니 경영 목적은 아니고 투자 목적이래요. 주가를 올리지 않으면서 최대 주주는 지분을 늘리기에 용이해지고, CB를 발행하면서 새로운 투자자들이 못 들어오게 막는 거라고 볼 수밖에요. "

엑세스바이오의 실질적 소유주는 한의상 팜젠사이언스 회장이다. 한 회장은 팜젠사이언스를 통해 2019년 8월 엑세스바이오 설립자인 최영호 대표 외 3인으로부터 엑세스바이오 지분 9.82%를 총 139억원에 인수했다. 이후 특수관계인들과 함께 설립한 에이치디투자조합를 통해 엑세스바이오를 지배하고 있다. 한 회장이 엑세스바이오 경영권을 획득한 후 적자 회사가 흑자 회사로 탈바꿈한 것은 맞지만, 과거 다단계 사기로 세상을 떠들썩하게 한 JU사건 때 2인자로 지목(무죄 선고)된 인물이기도 하다. JU사건은 전국적으로 9만여명에게 2조원대 피해를 줘 94억400만원의 과징금 철퇴를 맞은 다단계 사기다.

유씨는 자연스럽게 올해 정부가 경제 분야 핵심 과제로 꼽고 있는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를 언급했다. 증시가 박스권을 넘으려면 수급이 받쳐주고 돈 잘 버는 기업의 주가가 오르는 건강한 시장이 돼야 하는데 엑세스바이오 같은 기업들이 있는 한 저평가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장투든 단타든 '참 주식 투자하기 좋은 장이다'라는 인식이 먼저 돼야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할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세력들이 주식 가지고 장난치다가 걸려도 '위약금 조금 내고 말지, 벌금 내고 말지' 하는 인식이 강하기 때문에 규제도 강화해야 합니다. 금융 당국도 상장을 시켜줬으면 철저히 관리를 해야 해요. 자꾸 CB 전환하고 빼먹고 그걸로 월급 주고 투자하다가 안 되면 상장폐지 시켜버리고 하니깐 국내 증시가 제자리걸음이라고 봅니다. 어디 주주환원 이런 게 IR 담당자가 결정할 사안이겠습니까. 가장 큰 팩트는 오너들과 대주주들의 장난인 거죠. "

유씨는 집회는 물론, 주주권리 확보를 위한 소액주주들의 연대력을 앞으로도 모아갈 방침이다. 상법상 의결권이 있는 지분 3% 이상을 확보하거나 6개월 전부터 1% 이상을 보유하면 임시 주주총회를 통해 주주제안권을 행사할 수 있어서다.

"소액주주도 주주잖아요. 보유 주식이 법적으로 원주전환이 안 된다고 하더라도 주주가 아닌 건 아니지 않습니까. 원주전환을 100% 다 해야 주주라는 권리가 생긴다고 생각해서 주식을 사는 사람도 없죠. 엑세스바이오는 사업적으로 충분히 좋은 기업이에요. 국방부, 보건복지부 등 거래처도 계속 늘어나고 있고요. 주가는 최소 2만원은 넘어야 한다고 봐요. 사측에서 주주환원 조치를 할 때까지 계속할 생각입니다."

2kuns@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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