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양식품·농심·오리온 신사업 개발에 장남 앞장
저출산·고령화 심화로 핵심 식품 산업 등극
삼양라운드스퀘어가 올해 오너 3세 전병우 경영총괄 상무를 중심으로 노화·디지털헬스 연구개발 조직을 신설한다. 지난해 9월 14일 서울 종로구 누디트익선에서 열린 '삼양라면 출시 60주년 기념 비전선포식'에서 전병우 상무가 발언하고 있다. /남용희 기자 |
[더팩트|우지수 기자] 식품 업계가 인구 감소를 극복하기 위해 미래 먹거리를 찾고 있다. 그 중 눈에 띄는 발굴 분야는 '바이오'다. 고령화가 길어질수록 건강을 챙기는 소비자가 늘어날 것을 예측해 의약품, 헬스케어 제품 등으로 시야를 넓히는 모양새다. 각 회사 경영인의 핵심 목표로 꼽히는 이 같은 신사업은 국내 식품 산업 미래를 결정할 방향타로 주목된다.
1일 업계에 따르면 식품 회사 오너 3세 장남들의 경영 무대가 미래 신사업으로 몰리고 있다. 삼양라운드스퀘어(옛 삼양식품그룹)는 전병우 전략총괄 상무 중심 노화·디지털헬스 관련 조직을 신설할 것으로 전해졌다. 농심 신상열 상무는 지난 1월부터 미래사업실장으로 근무하며 스마트팜, 건기식 등 사업을 진두지휘하게 됐다. 오리온그룹은 최근 레고켐바이오 인수에 나선 가운데 담서원 경영지원팀 상무가 그룹 사업전략을 짜고 있다.
삼양라운드스퀘어는 올해 연구개발 조직 노화연구센터와 디지털헬스연구센터 신설을 예고했다. 이번 조직 변화는 전병우 전략총괄 상무가 이끌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달 13일 센터장 등 박사급 인력 모집 공고를 발표했다.
노화연구센터는 노화를 늦출 수 있는 소재를 식품에 적용하는 연구에 집중한다. 센터장 모집 공고에 표기된 노화연구센터장 업무는 △노화 관련 유망 소재 도입, 타당성 평가 △개발 소재 사업화 추진 △노화연구 관련 국책과제 연구 업무 등이다.
디지털헬스센터 경우 인공지능 소프트웨어 의료기기 연구를 담당한다. 관련 외부 업체와 협력해 식품과 헬스케어를 결합한 제품을 준비하고 있다. 삼양라운드스퀘어 관계자는 "성장동력 확보를 위해 최근 바이오 관련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며 "본업인 식품에 건강 관리를 도울 수 있는 기능을 추가하는 방향으로 기획 중이다"고 말했다.
농심은 신상열 실장이 지난 1월부터 미래사업실 키를 잡았다. 농심은 건강기능식품과 대체육·비건 등 건강에 초점을 둔 식품 사업을 미래 먹거리로 점찍었다. 농심은 올해 건강기능식품 브랜드 '라이필'을 새단장하고 지난달 21일 피부 개선 기능을 담은 신제품 '라이필 더마콜라겐 비오틴맥스'를 출시했다.
신동원 농심 회장 역시 신사업 발굴을 강조했다. 지난해 3월 정기주주총회에서 신 회장은 "신사업으로 대체육·건기식·스마트팜 등을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신 실장이 근무하는 미래사업실이 농심 신사업 개발을 전담하고 있어 경영 승계 밑거름으로 기능할 수 있다는 예측도 나온다.
농심 3세 신상열 미래사업실장(왼쪽)과 오리온그룹 오너 3세 담서원 상무가 신사업 개발을 맡고 회사 미래 먹거리를 찾고 있다. /농심·오리온 |
오리온그룹은 식품사업 외 성장동력으로 바이오 회사를 인수할 계획이다. 지난 1월 15일 공시를 통해 오리온 중국 법인 지주사 팬오리온코퍼레이션을 활용해 레고켐바이오 지분 약 25%를 매입하고 최대주주 지위를 획득했다고 밝혔다. 다음 달 인수 절차가 마무리되면 오리온은 레고켐바이오를 계열사로 들이게 된다.
레고켐바이오는 ADC(항체-약물 접합체)기술, 합성신약 분야를 연구하는 기업이다. 차세대 항암치료제를 주로 다룬다. 지난달 7일 삼성바이오로직스와 ADC 개발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오리온그룹은 지난 2020년부터 암 진단 키트, 결핵백신 등 관련 기업들과 협력 관계를 맺었다. 이번 레고켐을 인수하면 자회사 오리온바이오로직스 이후 새 기술력을 확보하게 된다.
담서원 오리온그룹 경영지원팀 상무는 현재 그룹 중장기 경영전략과 사업계획을 수립하는 경영기획팀에서 근무하고 있다. 신사업 발굴 역할도 포함돼 미래 먹거리 전반에 관여하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오리온 관계자는 "바이오 사업이 그룹의 성장 동력이 될 수 있도록 제품 개발에서 상용화까지 차근차근 추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식품 업계가 이 같은 행보를 보이는 큰 이유는 저출산이다. 식품 소비 인구가 줄면 산업은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통계청이 지난달 28일 발표한 인구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출생아수는 23만명으로 역대 최저 합계출산율 0.72명을 기록했다. 지난 2015년 43만명대에서 8년 만에 반토막난 셈이다.
이와 관련, 한 식품 업계 관계자는 "기업 미래를 맡을 인물에게 걸맞는 업무"라면서 "식품 산업 미래는 바이오와 해외 시장이다. 두 분야를 잘 하는 기업이 변화하는 산업 속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고 본다"고 진단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바이오 식품 사업은 국내 식품 산업 미래를 위해 성장시켜야 한다. 저출산으로 미래 소비 인구가 사라지면 현재 사업 구조로는 어렵다"며 "현재 한국 50~74세 인구는 소비 활동이 다른 세대보다 왕성하고, 경제력도 크다. 나이가 들수록 건강을 위한 지출이 늘어날 전망이므로 관련 제품군 개발은 합리적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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