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00억원 분식회계에 사기·횡령·배임 혐의도
법원, 보석 신청 기각…공수처, 뇌물 혐의 수사
회생절차를 밟고 있는 중견 건설사 대우산업개발이 오너 리스크로 어려움이 가중되는 모양새다. 대우산업개발 이상영 회장(왼쪽)과 한재준 전 대표가 지난해 8월 말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을 위반 혐의 관련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받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는 모습. /뉴시스 |
우리나라 대기업은 대부분 오너 일가가 직접 경영에 개입하는 '재벌 경영'을 하고 있다. 이는 최고경영자(CEO)가 하기 어려운 중대한 기업의 의사결정을 신속히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다만 그 결과에 대한 책임도 져야 한다. 단기적으로는 굴곡이 있지만, 중장기적으로 성장세를 이어가는 대기업들이 오너 경영의 긍정적 사례다. 하지만 오너가 기업 성장의 발목을 잡거나 퇴행시키는 경우도 있다. 이른바 '오너 리스크'가 있는 기업을 차례로 살펴본다. <편집자 주>
[더팩트ㅣ최지혜 기자] 회생절차를 밟고 있는 중견 건설사 대우산업개발에 오너 리스크가 가중하고 있다. 지난해 8월 말 이상영 회장이 1400억원대 분식회계 혐의로 법정 구속된 이후 약 열흘 만에 회사가 법정관리에 들어갔지만, 이 회장을 둘러싼 사법 리스크가 확산하며 기업 회생의 발목을 잡고 있는 모양새다.
4일 법조계에 따르면 이 회장과 한재준 전 대표는 지난해 8월 29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을 위반(사기·횡령·배임) 혐의로 구속돼 수사를 받고 있다. 이 회장은 최근 "도망과 증거인멸 우려가 없고 무죄 주장에 상당한 근거가 있다"면서 불구속 상태에서 방어권을 행사하도록 보석을 신청했지만,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 회장과 한 전 대표는 2016년부터 2020년까지 5년간 대손충당금을 과소계상 하는 방식으로 재무제표를 허위로 작성·공시했다는 혐의를 받는다. 회수 가능성이 없는 공사대금 미수채권 등을 허위 자료를 내세워 대손충당금을 설정하지 않는 방식으로 재무제표를 작성해 1438억원을 분식회계 했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또 지난 2022년 5~7월 허위 재무제표 공시를 이용해 금융기관 7곳으로부터 470억원을 대출받아 챙긴 혐의(사기), 2013년 1월부터 2022년 9월까지 회사 자금 약 140억원을 횡령하고, 518억원의 손해를 입힌 혐의(횡령·배임)도 받고 있다.
아울러 이 회장은 2022년 6월 당시 강원경찰청에서 근무하던 김모 경무관에게 수사 무마를 대가로 수억원대 뇌물을 건넨 혐의도 받는다. 해당 사건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현재 수사 중이다.
중견 건설사 대우산업개발의 위기와 회생의 어려움은 모두 이 회장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2022년부터 이 회장과 한 전 대표가 마찰을 빚으면서 회사가 흔들리기 시작했고, 이 과정에서 각종 불법 행위가 외부로 드러났다. 이 회장의 횡령 혐의가 끊이지 않던 2022년 말에는 최고경영자 지위에 있던 한 대표가 내연녀 문제로 세간의 주목을 받기도 했다.
당시 한 대표는 회삿돈으로 70억원대의 고급빌라를 매입하고, 내연녀로 알려진 여성에게 법인카드와 고급 외제차 '페라리'까지 제공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이에 한 대표 변호인 측은 이 회장과 경영권 분쟁으로 의도적인 의혹과 추문을 받은 것이란 입장을 내놓기도 했다.
대우산업개발은 2022년 '굿스터프이터리'를 오픈했다가 5개월 만에 영업을 종료했다. /더팩트 DB |
양측의 갈등이 봉합되지 않은 가운데 회사는 포트폴리오 다각화의 일환으로 햄버거 브랜드를 선보였다가 고배를 마시기도 했다. 2022년 5월 자회사 이안GT를 통해 미국 버거 브랜드 '굿스터프이터리(GSE)'를 국내에 론칭했는데, 반년 만에 첫 매장이 문을 닫으며 정착에 실패했다. 높은 가격에 비해 타 브랜드와의 차별화된 제품을 내놓지 못한 점이 패인으로 꼽혔다.
이 회장 등 경영진 리스크와 경영난이 겹친 대우산업개발은 지난해 9월 결국 법정관리 절차에 접어들게 됐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이 회사는 2022년 영업손실 141억원과 당기순손실 397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2020년 225억원, 2021년 90억원 등으로 감소하다 적자 전환했다.
지난해 상반기에는 일시적으로 상황이 조금 나아졌다. 1분기 26억원의 영업이익으로 흑자 전환했고, 5월에는 한 전 대표의 후임으로 이윤재 전 부사장을 신임 사장으로 선임하면서 경영 정상화를 시도했다. 하지만 하도급사의 결제 대금을 연체하면서 이 사장 취임 3개월 만인 8월 초 서울회생법원에 회생절차를 신청했고, 1개월여 만인 9월에 회생절차개시 결정을 받았다.
이 회장의 사법 리스크는 회사의 회생절차 마무리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회생절차 진행 중 회생이 불가능하거나 채무를 갚을 능력이 없다고 판단될 수 있어 회생 중인 기업의 자체 노력과 역할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한편 대우산업개발은 2011년 12월 대우자동차판매의 건설 부문이 분할해 설립된 종합 건설사다. 지난해 시공능력평가액은 4115억원으로 국내 75위를 기록했다. 아파트 건설이 주력인 이 회사의 브랜드로는 이안(iaan)과 엑소디움(Exodium)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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