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남 염상원→가나안→신성통상 지배구조
실적 하락, ESG 바닥 등 과제…경영 능력 입증 필요
염태순 신성통상 회장(우측 상단)이 장남 염상원 이사를 중심으로 한 경영권 승계 구도를 정립했다. 사진은 서울 강동구 신성통상 본사 /우지수 기자·신성통상 홈페이지 캡처 |
[더팩트|우지수 기자] 패션 브랜드 탑텐, 지오지아 등을 운영하는 신성통상이 2세 후계 구도를 공고히 하고 있다. 염태순(71) 신성통상 회장 장남 염상원(32) 가나안 사내이사가 자회사 지분을 늘리며 경영권을 확보에 박차를 가하는 모양새다. 신성통상은 지난 5년간 꾸준히 성장했지만 지난해 말부터 그 기세가 꺾이기 시작했다. 2세 경영권을 강화하는 신성통상이 실적까지 회복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2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신성통상 최대주주는 42.1%를 보유한 가방 OEM 자회사 가나안이다. 가나안 최대주주는 염상원 이사로 82.43%를 갖고 있다. 염상원→가나안→신성통상 지배구조로 가나안이 신성통상 지분을 늘릴수록 염 이사의 경영권이 강화된다. 가나안 최대주주는 지난 2009년 염태순 회장에서 염상원 이사로 변경됐다.
신성통상은 팬데믹과 일본 불매 운동 등으로 토종 SPA 브랜드 탑텐이 성장하면서 실적이 성장했다. 지난 3년간 영업이익 변화를 살펴보면 △제54기(2020년 7월 1일~2021년 6월 30일) 743억원 △제55기 1400억원 △제56기 1441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액도 제56기 최초 1조5000억원을 넘어섰다.
신성통상 후계 구도는 정립됐지만 실적은 최근 내리막에 접어들기 시작했다. 경기 침체로 재고 등 경영 여건이 악화된 탓으로 분석된다. 제57기 1분기(2023년 7월 1일~9월 30일) 영업이익은 32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88% 감소했다. 같은 기간 매출액은 10%가량 줄었다. 제57기 1~2분기 누적 기준으로 보면 영업이익과 매출액이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0%, 5% 감소했다. 후계자 염 이사가 신성통상 실적을 다시 회복시킬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는 대목이다.
신성통상은 대표 브랜드 탑텐 경쟁사로 꼽을 수 있는 유니클로가 지난 2019년 노노재팬 운동 이후 고꾸라진 실적을 회복하고 있어 경쟁력 확보가 필요한 상황이다. 유니클로는 지난 2019년 전년(2018년) 대비 매출액이 절반가량 감소한 6298억원을 달성했고, 지난해 9219억원까지 회복했다.
이와 관련, 신성통상 관계자는 "지난해 11월부터 국내 패션 시장이 부진한 상황이다. 이에 따라 큰 비중을 차지하는 패션 부문 이익률이 떨어지고 있다"며 "공격적인 탑텐 전개와 남성복 브랜드 수익성 확보에 힘을 쏟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성통상이 올해 브랜드 전략을 강화하고 수익성 개선을 계획한 가운데 지난해 하반기부터 하락세를 걷는 실적을 개선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사진은 서울 관악구 한 탑텐 매장 /우지수 기자 |
지난 2020년 신성통상에 입사한 염상원 이사는 지난 2022년 가나안 사내이사로 오른 뒤 경영기획실 근무, 물류 업무 진두지휘 등 실무 업무를 보면서 경영 수업을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가나안은 지난 2020년 3월 기준 28.6% 신성통상 지분을 보유했다. 이를 2022년 39%, 2024년 42%까지 빠르게 확대했다. 올해 경우 지난 1일 신성통상 지분을 9만5000주, 2일 11만 주, 5일 14만 주를 매입했다. 가나안 주식 지분율은 염 이사 82.43%, 염태순 회장 10%, 에이션패션 7.57%로 세 주주가 100%를 차지하고 있다.
가나안에 이은 신성통상 두 번째 대주주는 주식 17.6%를 보유한 에이션패션이다. 이 회사 역시 염 회장 일가가 주식 대부분을 소유하고 있는 회사다. 에이션패션은 가나안 대주주이기도 하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6월 기준 에이션패션 대주주는 주식 53.3%를 보유한 염 회장, 2대 주주로는 염상원 이사의 가나안이 46.5%를 보유한다. 두 지분을 합하면 99.8%다.
또 다른 신성통상 관계자는 "경영권 승계는 적법한 절차를 거쳐 7년 전에 끝난 상태다. 염상원 이사에게 가나안 지분이 넘어간 건 15년 전인 2009년"이라며 "신성통상 지분 매입은 가나안이 꾸준히 해왔던 일이기 때문에 신성통상 입장에서 큰 의미를 두고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국내 ESG 평가기관 한국ESG기준원은 신성통상 지배구조 부문을 가장 낮은 단계 'D(매우 취약)'로 책정했다. 이사진 구성 등 개선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염태순 회장이 세 딸에게 주식을 증여하며 대주주에서 내려왔지만 여전히 이사회 의장과 대표이사를 겸직하고 있다. 한국ESG기준원에 따르면 D등급은 '매우 취약한 체제를 구축하고 있으며 체제 개선을 위한 상당한 노력이 필요한 상태'다.
이와 관련, 한 패션 업계 관계자는 "신성통상 경영권 승계가 2세로 확정된 모양새다. 가족 경영이 강화될 것"이라며 "승계 전까지 경영능력을 입증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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