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그룹의 잇따른 '인사 태풍' 속에서도 연임이 예상되던 류긍선 카카오모빌리티 대표가 금감원 제재가 본격화되면서 위기에 놓였다. /최문정 기자

[더팩트｜최문정 기자] 카카오모빌리티가 분식회계 혐의로 금융감독원의 최고 수위 제재를 받을 전망이다. 이에 따라 사실상 연임 절차를 밟고 있던 류긍선 대표의 거취에 변화가 예상된다.

23일 IT업계와 금융업계 등에 따르면, 금감원은 전날 카카오모빌리티의 분식회계 혐의(외부감사법 위반) 감리 결과에 따른 조치사전통지서를 발송했다.

회계 감리는 금감원 조사를 거쳐 금융위원회 소속 감리위원회와 증권선물위원회 등의 논의 단계를 거쳐 최종 제재 수위를 결정한다. 카카오모빌리티에 전달된 '통지서 발송' 단계는 금감원이 조치안을 감리위원회에 상정하기 전 해당 내용을 제재 대상이 된 회사에 고지하는 절차다.

금감원은 카카오모빌리티에 가장 높은 양정 기준인 '고의 1단계'를 적용했다. 양정 기준은 1~5단계로 나뉘는데, 고의 1단계는 동기와 중요도 측면에서 모두 최고 수준이다.

금감원은 카카오모빌리티가 2020년부터 고의로 가맹택시 사업 매출을 부풀리는 '분식 회계'에 나섰다고 판단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택시 가맹 사업 자회사 '케이엠솔루션'과 택시기사 등과 함께 가맹택시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택시 기사가 케이엠솔루션에 운임비의 20% 가량을 수수료로 내면, 카카오모빌리티는 이중 16% 내외를 광고와 마케팅 등에 참여하는 조건(업무제휴 계약)으로 돌려주는 방식이다.

그동안 카카오모빌리티는 택시 기사로부터 받는 20%의 수수료를 매출로 잡아 왔다. 그러나 금감원은 실질적으로 카카오모빌리티가 택시 운임의 3~4% 가량만을 수수료를 받는 만큼, 이를 매출로 잡아야 한다는 해석이다.

가령, 택시 요금이 10만원이 나왔다면, 카카오모빌리티는 이 중 20%인 2만원을 매출로 잡고, 금감원은 3000~4000원을 매출로 잡는 셈이다. 금감원은 카카오모빌리티가 이와 같은 방식으로 지난해에만 약 3000억원을 추가 매출로 계산했다고 판단했다.

금감원은 카카오모빌리티를 상대로 과징금 부과와 검찰 고발 등을 추진한다. 아울러 류긍선 카카오모빌리티 대표이사는 해임, 이창민 경영전략담당 부사장(CSO)에 대해서는 직무정지 6개월을 권고했다.

카카오모빌리티의 '분식회계' 혐의를 조사하던 금융감독원이 대표이사 해임 권고 등을 포함한 최고 수위 제재를 결정하며 류긍선 대표의 거취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더팩트 DB

금감원의 제재가 본격화되며 사실상 연임 절차를 밟고 있던 류긍선 대표의 거취에도 변화가 생길 전망이다.

지난해 SM엔터테인먼트 인수 과정에서의 '시세조종' 혐의 등으로 위기에 놓인 카카오는 그동안 주요 계열사 경영진 물갈이 작업을 실시했다.

이에 따라 카카오 본사(홍은택 대표→정신아 대표), 카카오엔터테인먼트(김성수·이진수 공동대표→권기수·장윤중 공동대표), 카카오게임즈(조계현 대표→한상우 대표) 등의 CEO가 교체됐다.

류 대표 역시 오는 3월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어 교체 가능성이 제기됐지만, 택시업계와 소통의 연속성 등으로 인해 연임이 예상됐다. 특히 류 대표는 지난 6월 카카오의 외부 준법 감시 기관인 '준법과신뢰위원회' 위원들과 카카오 경영진이 만나는 자리에 정신아 대표와 함께 모습을 드러내며 연임설에 무게가 실렸다.

그러나 금감원이 류 대표의 해임 권고를 포함한 최고 수위 제재를 결정한 만큼, 연임에도 차질이 생길 전망이다. 실제로 카카오모빌리티 최고재무책임자(CFO)직을 맡고 있던 이창민 CSO는 금감원의 권고에 따라 CFO에서 CSO로 보직을 바꿨다.

카카오모빌리티 관계자는 "당사의 회계 처리 방식에 대해 충실히 설명했으나, 충분히 소명되지 못한 것 같다"며 "감리위원회와 증선위 단계의 검토가 남아있는 만큼 성실히 소명하겠다"고 밝혔다.

munn09@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