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리츠금융그룹 "모두 선순위…자금회수 문제 없어"
부동산업계 "기약 없는 회수 희망일 뿐"
메리츠금융그룹 계열사가 부동산PF(프로젝트파이낸싱) 대주단으로 나선 사업지들이 잇달아 공매 물량으로 쏟아지고 있다. /더팩트 DB |
[더팩트|윤정원 기자] 메리츠증권을 필두로 메리츠금융그룹 계열사들의 자금 회수에 빨간불이 켜졌다. 메리츠금융그룹 계열사가 부동산PF(프로젝트파이낸싱) 대주단으로 나선 사업지들이 대거 공매 물량으로 쏟아지고 있어서다. 더 큰 문제는 공매 물량이 모두 유찰되고 있다는 점이다. 메리츠금융그룹 측은 대주단 선순위로 나선 만큼 자금 회수에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실상은 이자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21일 신탁업계에 따르면 메리츠증권과 메리츠화재 등이 자금을 댄 전라남도 여수시 웅천동 1868-4번지 여수웅천캐슬디아트 생활형숙박시설 257세대 및 근린생활시설 20세대는 이날 또다시 입찰에 들어간다.
신한자산신탁이 공매를 추진하는 여수웅천캐슬디아트는 지난 2022년 10월 공매 시장에 처음 나왔다. 작년 7월에도 △1회차 523억원 △2회차 480억원 △3회차 438억원 △4회차 423억원 등 공매에 나섰으나 모두 유찰됐다.
올해 공매는 어느덧 4차에 이른다. 4차 공매 진행 일정 및 예정 공매 가격은 △21일 1회차 524억원 △23일 2회차 499억원 △26일 3회차 464억원 △28일 4회차 431억원 등이다. 해당물량의 분양가는 본래 857억원에 이르렀으나, 현재 입찰가는 선순위 엑시트 금액까지 하락한 상태다.
경기도 이천시 마장면 표교리 454-3 창고시설의 경우 바로 전날인 20일까지 연거푸 유찰됐다. 신한자산신탁은 지난달 26일부터 경기도 이천시 마장면 표교리 454-3에 자리한 토지 및 건물에 대한 1차 공매에 돌입했다.
이 물건은 대지면적 1만8206㎡에 연면적 2만6857㎡, 지하 1층~지상 3층 규모의 저온물류센터다. 지난해 12월 사용승인을 획득했지만, 임차인을 구하지 못해 공실로 남아있다. 지난달 26일부터 입찰에 들어갔으나 최저입찰가가 600억원에 그침에도 불구하고, 지난 19일 8회차까지 유찰됐다.
이천 물류센터에는 메리츠화재와 메리츠캐피탈, 메리츠증권이 공동 1순위 우선수익자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메리츠캐피탈 248억원, 메리츠화재 172억원, 메리츠증권 10억원 등 이들 메리츠금융 계열사의 대출금은 총 430억원으로 알려졌다.
대구광역시 동구 신서동 1188-1 신서혁신도신도시 하우스디어반 메가시티도 계속해 유찰되고 있는 곳이다. 대구광역시 동구 신서동 1188-1 신서혁신도시(682개호)는 지난해 9월 14회 유찰됐다. 당시 14회차 최저 입찰가는 671억원이었다. 신서혁신도시는 당해 11월에도 공매가 이뤄졌으나 또다시 2회 유찰됐다.
하우스디어반 메가시티 시행사인 신서에이엠씨는 사업 진행을 위해 메리츠증권과 메리츠화재, 메리츠캐피탈 등을 통해 사업자금을 조달했다. 대주단을 보면 선순위는 메리츠증권과 메리츠화재, 메리츠캐피탈, 중순위는 IBK캐피탈, 후순위는 메리츠증권과 농협은행 등으로 구성된다.
공동 1순위인 메리츠증권(650억원)과 메리츠화재(585억원), 메리츠캐피탈(325억원) 등의 수익권 증서금액은 1560억원이다. 2순위(IBK캐피탈)와 공동 3순위(메리츠증권·농협은행)의 수익권 증서금액은 각각 390억원, 195억원으로 파악된다.
대구광역시 수성구 수성동4가 1025-1 빌리브헤리티지(121개호)도 지난달 30일부터 이달 13일까지 입찰을 진행했으나 모두 주인을 찾지 못했다. 4회차 입찰까지는 유찰됐고, 전날인 20일 이뤄진 5회차 입찰은 이날 중 개찰이 이뤄지나 유찰이 당연시되는 분위기다.
앞서 빌리브헤리티지 시행사인 그라운디드홀딩스는 2019년 12월 메리츠증권, 메리츠화재 등 금융기관 9곳으로부터 PF대출 1480억원을 받아 빌리브헤리티지 사업에 착수했다. 2023년 11월 PF 대출 만기를 연장하지 못하면서 대주단 주관사인 메리츠증권이 교보자산신탁에 공매를 요청했다.
메리츠증권과 메리츠화재 등이 대주단으로 나선 여수웅천캐슬디아트는 현재 공매 물량으로 나와 있다. /롯데건설 |
이밖에도 메리츠금융그룹 계열사가 PF 대주단으로 나선 곳은 △양주 옥정 지식산업센터 △브릭화성물류센터 △창원 마산 복합상업시설 △광주 경안동 상업시설 개발사업 △울산북구 신천동 주상복합 △수원역세권1지구 7-4BL오피스텔 개발사업 등 다수다. 해당 사업지들은 공매가 예정돼 있거나 향후 공매로 나올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되는 곳들이다.
◆ "메리츠 측 위험 요인 인지하지 않고 있다면, 향후 재공시 이뤄져야"
상업용 부동산 종합서비스 기업 알스퀘어 관계자는 "(대주단 측이) PF 대출을 못 받아내니 계속 브릿지론만 연장하고 비용을 계속 지출하는 구조"라며 "공매가 나왔을 때 원활하게 입찰이 이뤄지려면 결국 매수인 매도인 간 입장차가 줄어야 하지만 녹록지 않다. 특히 물류센터와 지식산업센터 등은 용도 변경도 어렵고 매수인 입장에서는 현시점 메리트가 적다"고 평가했다.
이 관계자는 "금리가 하반기에는 떨어진다고 하지만 아직 인하기조를 보이지 않고 있다. 시장에서 바라봤을 때는 고금리가 유지되는 상황"이라며 "현재 부동산은 공급은 많이 이뤄지나 수요 자체가 줄어있다. 실질 임대료도 계속해 떨어지는 실정으로, 한동안 공매 유찰 등은 불가피하다"고 부연했다.
공매 유찰이 잇따르고 있음에도 메리츠증권과 메리츠화재 등은 "해당 단지들에 대주단으로 나선 것은 맞지만, 모두 선순위이기 때문에 자금 회수에 있어 문제될 것은 없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현재까지 부실 건은 한 건도 없었다"는 게 메리츠 측의 설명이다.
메리츠증권 관계자는 "선순위 대주 입장에서 중순위 대주, 후순위 대주, 시공사(미수공사비) 등 시장참여자를 감안하면서 정해진 스케쥴로 공매 절차를 차분히 진행하고 있다"며 "40%의 낮은 LTV(담보인정비율)와 그간의 회수 트랙 레코드를 고려 시 이자를 포함한 원리금회수는 무난해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익명을 요청한 또 다른 메리츠 관계자는 "공매 물량으로 나서고 있는 곳은 현재 모두 유찰되고 있다. 부동산 자본시장 쪽에서는 위험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고 있지만, 윗선에서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 게 사실"이라며 "회사 측에서는 대출 이자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다. 향후 환경 변화가 있더라도 기껏해야 대출연장 또는 이자 인하 수준일 텐데 회사가 위기의식을 덜 느끼고 있는 것"이라고 자평했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PF 대주단에 선순위로 나섰다면 50% 이내에서 대출이 이뤄지니 위험 부담이 적은 것은 맞다"면서도 "이자 지급이 기약 없이 밀리는 상황에서 회수 가능 여부를 운운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만일 메리츠 측에서 위험 요인을 충분히 인지하지 않고 있다면, 향후 재공시가 이뤄져야 할 수도 있는 부분"이라고 보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