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증권, 적자 전환 '유일'…증권가 올해도 난항 전망
국내외 부동산 시장의 침체로 증권사들의 지난해 실적에 먹구름이 꼈다. /더팩트 DB |
[더팩트|윤정원 기자] 국내 주요 증권사들이 지난해 부동산프로젝트파이낸싱(PF) 여파로 고전한 가운데 한국투자증권이 선두 자리를 차지했다.
◆ 한투 지난해 당기순이익 5974억원…메리츠·NH 상위권
1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자기자본 기준 상위 10개 증권사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약 3조4084억원으로 집계됐다. 1년 전(4조1735억원)과 비교해 18.3%(7651억원) 감소한 규모다. 부동산PF 관련 충당금 적립과 해외투자자산 손상차손, 브로커리지(위탁매매) 부진 등이 증권사들의 전반적인 실적 하락을 이끌었다.
증권사별로 보면 한국투자증권이 당기순이익 5974억원으로 1위를 차지했다. 부동산 관련 충당금 및 평가손실로 인한 실적 저하에도 견조한 브로커리지, 운용 손익으로 연결 기준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이 증가세를 보였다. 지난해 매출액은 21조5400억원으로 전년 23조7575억원 대비 9.3% 감소했으나, 영업이익은 6647억원으로 전년 대비 66.0%가량 뛰었다.
한국투자증권은 브로커리지 수익 11.9% 증가와 더불어 유상증자 주관 1위, 주식자본시장(ECM) 주관 1위, 국내채권 인수 2위를 차지하며 탄탄한 실적을 뽐냈다.
한국투자증권에 이어 메리츠증권이 5900억원으로 뒤를 이었다. NH투자증권은 순이익 5739억원으로 3위에 이름을 올렸다. 삼성증권(5480억원)과 키움증권(4407억원)은 각각 4위, 5위에 이름을 올렸다. 키움증권의 경우 지난해 3분기까지 선두에 올랐지만 CFD(차액결제거래), 영풍제지 미수금 사태 리스크에 발목을 잡혔다.
이어 △KB증권(3880억원) △미래에셋증권(2980억원) △대신증권(1563억원) △신한투자증권(1009억원) 등의 순이었다. 자기자본 9조4391억 원으로 업계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는 미래에셋증권의 경우, 프랑스 마중가 타워에서 발생한 투자손실 등으로 인해 손익 변동성이 확대된 것으로 알려졌다. 신한투자증권은 전년(4125억 원)과 견주면 75.5% 급감한 성적표를 들었다.
10대 증권사 중 가장 저조한 실적을 보인 곳은 하나증권이다. 하나증권은 10대 증권사 중 홀로 적자 전환했고, 영업손실 또한 3340억원을 기록했다. 해외 기업금융(IB)자산 평가손실과 추가 충당금 등으로 약 3870억원의 비용이 발생하면서 4분기 중 2570억원 규모의 적자를 나타냈다.
◆ 해외 부동산 익스포저까지…추가 손실 우려
대다수 증권사들이 실적 한파를 겪은 것은 국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에 대응해 지난해 수백억~수천억 원에 달하는 충당금을 쌓아야 했던 탓으로 풀이된다.
김선주 한국기업평가 연구원 "부동산 개발 경기 침체 장기화와 금융당국의 대손충당금 적립 강화 기조에 따라 부동산 PF 관련 대손비용이 대폭 증가한 것으로 판단된다"며 "대규모 대손비용과 영업외비용이 증권사 이익창출력에 부담으로 작용했다"고 풀이했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올해 해외 부동산 손실 부담이 커지면서 수익성이 더 악화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NICE(나이스)신용평가의 '증권사 해외 부동산 익스포저 현황 및 관련 손실 점검' 보고서에 따르면 작년 9월 말 기준 나신평 커버리지 증권사 25곳의 해외 부동산 익스포저 총액은 14조4000억원에 이른다. 투자 형태별로는 부동산펀드 및 리츠·지분투자 형태가 8조7000억원으로 가장 많다. 우발부채 규모는 4조4000억원, 대출·사모사채 규모는 1조3000억원 규모다.
이예리 나신평 연구원은 "(국내 증권사들은) 지난해 4분기 해외부동산 관련 손실을 추가로 인식했다"면서도 "임차수요 감소와 고금리 기조의 지속이 해외 부동산 시장에 부정적인 요소로 작용하고 있어 국내 증권사들의 해외 부동산 익스포저에 대한 추가 손실 발생 가능성이 상존한다"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