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모레·LG생건 지난해 영업익, 매출액 모두 감소…中 시장 부진
미국, 일본, 동남아 등 해외 사업 개발 실적 개선책 확보
화장품 업계 1·2위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이 지난해 아쉬운 성적표를 받아든 가운데 중국에 치중된 해외 시장 전략을 고쳐나가고 있다. 사진은 아모레퍼시픽·LG생활건강 본사 /더팩트 DB |
[더팩트|우지수 기자] 국내 화장품 업계 선두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이 지난해도 중국 시장에서 허덕였다. 두 회사는 중국 판매 부진이 길어지면서 2년 연달아 실적이 줄었다. 팬데믹 이후 미국과 일본 등 다양한 해외 시장을 개발하고 있지만, 중국 비중이 여전히 큰 탓에 극적 개선 효과는 나타나지 않았다. 화장품 업계가 중국 중심 해외 사업에서 벗어나 실적 회복을 이뤄낼지 주목된다.
1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아모레퍼시픽은 지난해 영업이익이 1520억원으로 전년(2022년)과 비교해 44.1% 감소했다. 같은 기간 매출액은 4조213억원으로 10.5% 줄었다.
아모레퍼시픽 해외 영업이익이 지난해 적자전환한 것은 중국 실적 부진이 주요 원인으로 분석된다. 이 회사 실적 자료에 따르면 총 해외 사업에서 중국 매출액은 약 40%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일본 등 기타 아시아 시장에서는 영업이익이 성장했지만 중국 사업 부진이 커 해외 영업이익이 적자로 돌아섰다"고 말했다.
LG생활건강 지난해 영업이익은 4870억원으로 전년보다 31.5% 줄었다. 매출액은 5.3% 감소한 6조8048억원을 기록했다.
이중 LG생활건강 화장품 사업 영업이익은 지난해 146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두 배 이상 축소됐다. LG생활건강 화장품 사업은 지난해 세 사업 부문(화장품·생활용품·음료) 중 매출액 비중이 41%로 가장 크다. 비중은 가장 큰 데 비해 영업이익 비중은 30%로 두 번째다. 중국과 면세 시장 매출이 두 자릿수로 줄고, 해외 구조조정 등 비용이 발생해 수익성이 줄었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중국 시장에서 한국 화장품이 힘을 쓰지 못하는 이유로 중국인들의 자국 화장품 선호도 증가가 꼽힌다. 중국 시장조사 기관 아이미디어 리서치가 지난 2022년 발표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현지 소비자 78.6%가 궈차오(国潮) 화장품(중국 문화를 활용한 화장품)을 매력적으로 여긴다. 지난 2017년 중국 한한령(限韓令·한류 금지령)과 팬데믹 등으로 한국과 중국 교류가 더뎠던 것도 이 같은 현상의 원인으로 분석된다.
중국 시장 약세로 인해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은 국내 매출액에서도 타격을 입었다. 한국을 찾은 중국인 관광객이 면세점에서 화장품을 덜 찾으면서 면세 매출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한 화장품 업계 관계자는 "최근 업계가 겪는 실적 부진의 가장 큰 이유는 결국 중국이다. 폭발적으로 성장한 현지 관심이 너무 큰 폭으로 줄어들었다"며 "중국 시장 리스크가 커서 시장 규모를 점차 줄이고 있다. 모든 회사가 새 판로 개척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중국인 사이에서 한국 화장품 선호도가 줄면서 국내 사업 한 축인 면세점 매출도 줄어들었다. 한한령 발령 전인 지난 2016년 한국을 찾은 중국인 관광객이 한국 화장품을 살펴보고 있다. /뉴시스 |
◆ 中 비중 줄이는 화장품 업계, 전략 요충지는 미국·일본
중국 시장이 주춤하자 화장품 업계는 다른 해외 시장을 개발하면서 미래 먹거리를 찾고 있다. 이와 더불어 실적 리스크가 큰 중국 사업 규모는 점차 줄이면서 효율화를 꾀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은 중국 외 사업에서 눈에 띄는 성과를 거뒀다. 미주에서 전개하는 '라네즈' 등 브랜드가 시장에 자리 잡으면서 지난해 미주 매출액이 전년 대비 58% 늘었다. 영국과 중동 등 신규 진출한 지역에서도 같은 기간 62% 성장했다. 아모레퍼시픽은 새 해외 시장 성장을 바탕으로 중국 의존도를 축소했다. 해외 매출액 중 중국 시장 비중은 지난 2022년 약 42%에서 지난해 약 38% 수준으로 줄었다.
아모레퍼시픽은 지난해 자회사가 인수한 화장품 브랜드 '코스알엑스' 실적이 오는 5월부터 반영되면 미국 매출액이 더 늘 것으로 예상했다. 코스알엑스 지난해 매출액 추정치는 4700억원으로 미국 등 북미와 유럽 등에서 90% 이상 거둔 것으로 전해졌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미주, 일본, 아세안, 유럽, 중동 등에서 유통을 강화하고 다양한 사업 모델을 시도해 글로벌 성장 동력을 확보하겠다"고 말했다.
LG생활건강은 지난해 해외 매출액에서 중국 비중을 36%까지 줄였다. 2022년 43% 비중보다 7%p(포인트) 축소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해외 전체 매출액은 같은 기간 6.9% 줄었다. LG생활건강은 북미 시장에 힘을 줬다. 이 회사 지난해 북미 시장 매출액은 6007억원으로, 전년 대비 10.9% 늘었다.
LG생활건강은 올해 해외 사업 목표로 △중국 사업 건전성 확보 △비중국 사업 확대를 설정했다. 중국 내 오프라인 사업장을 정리하고 수익성을 개선하는 것이 골자다. 중국 사업을 무조건 줄이기 보다는 현지 프리미엄 화장품 브랜드 전략을 새로 수립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중국 외 국가로는 일본과 동남아 사업 확대를 예고했다. LG생활건강 관계자는 "현지 특성에 맞는 브랜드를 중심으로 해외 시장을 공략할 계획"이라며 "TFS, 빌리프, 피지오겔 등 북미 사업 브랜드 투자를 늘리고 수익성을 키울 것"이라고 말했다.
김주덕 성신여대 뷰티산업학과 교수는 "중국과 동남아 시장에서는 이미 인지도가 있는 설화수, 후 등 프리미엄 브랜드를 강화하면 성장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면서 "유럽과 미국 등 한국 화장품 인지도가 덜한 지역에서는 중저가 브랜드 등 가격과 기술 경쟁력을 발휘한다면 점유율을 키울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최근 중국 시장에서 한국 화장품 브랜드 인기가 떨어지고 있다. 중국 자국 제품은 물론 일본, 유럽 등 글로벌 브랜드에도 밀리고 있다"며 "해외 시장 개발과 함께 제품 개발, 개선에도 힘을 더 쏟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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