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회장 후보자 6인 장단점 분석
포스코그룹 차기 회장 선임 절차를 진행 중인 포스코 CEO후보추천위원회는 7~8일 심층면접 심사 대상에 오른 6인의 후보를 상대로 면접을 진행한 뒤 8일 최종 후보 1인을 확정해 공개할 방침이다. /더팩트DB |
[더팩트ㅣ허주열 기자] 향후 3년간 글로벌 톱티어 철강그룹인 포스코를 이끌 최고경영자(CEO)의 향방이 오는 8일 가려진다. 포스코그룹 차기 회장 선임 절차를 진행 중인 포스코 CEO후보추천위원회(이하 후추위)는 7~8일 심층면접 심사 대상(파이널리스트)에 오른 6인의 후보를 상대로 면접을 진행한 뒤 8일 최종 후보 1인을 확정해 공개할 방침이다. 이변이 없다면 이날 발표된 최종 후보자는 오는 3월 21일 열리는 주주총회에서 최종 취임 여부가 확정된다.
후추위가 지난달 31일 공개한 파이널리스트 6인에는 전·현직 포스코맨 3명(김지용·전중선·장인화)과 외부 인사 3명(권영수·김동섭·우유철)이 포함됐다. 역대 파이널리스트에 외부 인사의 이름이 절반을 차지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포스코 출신으로 내부에서 요직을 두루 경험한 인사가 CEO에 오르는 게 사실상 관례가 된 상황에서, 후추위가 호화 이사회 의혹 등 이번 인선 과정의 여러 논란을 의식해 세밀하게 파이널리스트를 안배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인선 논란 의식한 파이널리스트 안배
후보자들의 장단점도 명확하다. 먼저 유일한 현역 포스코맨인 김지용(61) 포스코홀딩스 미래기술연구원장(사장)은 서울대 금속공학과 출신으로 포스코 안전환경본부장, 광양제철소장, 인도네시아법인장, 신소재사업실장, 자동차강판수출실장 등을 역임했으며, 현재는 그룹 CTO(최고기술책임자)로 신사업인 이차전지소재·인공지능(AI)·수소 분야의 핵심 기술 연구개발을 총괄하고 있다.
포스코의 과거와 현재를 가장 잘 알고 있는 후보 중 한 명이자, 이차전지소재 등 그룹의 미래 사업까지 꿰고 있는 전문가다. 특히 10여 년 전 신소재사업실장을 맡았을 당시부터 전기차 배터리의 핵심 소재인 음극재와 양극재 사업을 어떻게 키워나갈지 밑그림을 그렸고, 10년이 지난 현재 이차전지 소재 사업은 철강에 이은 포스코의 새로운 사업의 축으로 자리를 잡았다. 이런 경험은 심층면접에서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다만 시민단체 '포스코본사·미래기술연구원 본원 포항 이전 범시민대책위원회'(이하 범대위)가 지난해 고발한 캐나다 호화 이사회 사건의 피고발인 중 한 명이라는 점은 약점이다.
포스코홀딩스 CEO 후보추천위원회는 지난달 31일 8차 회의를 열고 파이널리스트 6명을 선정했다. 왼쪽부터 권영수 전 LG에너지솔루션 부회장, 김동섭 한국석유공사 사장, 김지용 포스코홀딩스 미래기술연구원장, 우유철 전 현대제철 부회장, 장인화 전 포스코 사장, 전중선 전 포스코홀딩스 사장. /포스코홀딩스 제공 |
최종 후보에 이름을 올린 전직 포스코맨은 전중선(61) 전 포스코홀딩스 사장과 장인화(68) 전 포스코 사장이다. 고려대 법학과 출신인 전 전 사장은 포스코 원료구매실장, 가치경영실 경영전략실장, 전략기획본부장, 포스코·포스코홀딩스 대표이사 사장 등을 역임하면서, 최정우 회장과 함께 그룹의 지주사 전환을 성공적으로 이끈 재무 전략통이다. 한때 내부에선 '포스트 최정우'로 전 전 사장이 유력하게 꼽히기도 했다.
하지만 전 전 사장도 중국 호화 이사회 논란 피고발인 중 한 명이라는 점은 약점으로 꼽힌다.
서울대 조선해양공학과 출신인 장 전 사장은 포스코 기술투자본부장, 신사업실장, 철강생산본부장, 포스코 대표, 철강부문장 등 요직을 두루 맡으면서 내부에서 리더십을 검증받았다. 다만 파이널리스트에 이름을 올린 후보 중 가장 고령이라는 점과 중국 호화 이사회 논란의 피고발인 중 한 명이라는 점은 약점으로 지목된다.
◆현역 김지용, 전직 전중선·장인화 vs LG맨 권영수, SK맨 김동섭, 현대맨 우유철
외부 인사로는 1957년생(66) 동갑내기인 LG맨, SK맨, 현대맨이 이름을 올렸다. 서울대 경영학과 출신인 권영수 전 LG에너지솔루션 부회장은 1979년 LG전자에 입사한 이후 전자, 화학, 통신 분야 요직을 두루 섭렵한 LG맨이다. 특히 LG그룹에서의 마지막 2년을 LG엔솔 대표로 지내 신사업인 배터리 사업을 잘 알고 있다는 장점이 있다. 또한 김대기 전 대통령실 비서실장과 경기고, 서울대 동문이라는 점에서 정권과 가까운 인사로 분류된다.
다만 포스코그룹의 근간인 철강업 경험이 없고, 창사 이래부터 무분규 전통을 이어오고 있을 정도로 내부적으로 결속력이 단단한 포스코에서 외부 인사가 어느 정도 장악력을 가질지 의문이라는 평가다. 특히 내부에서 본업인 철강 무지에 대한 반발이 적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서울대 조선공학과 출신인 김동섭 한국석유공사 사장은 SK이노베이션 CTO(최고기술경영자)와 기술원장, 기술총괄사장을 지내고 정보 바이오융합대학장을 지낸 한국의 대표적인 석유산업 전문가다.
김 사장은 포스코그룹의 사업 영역에 대한 경험이 적고, 문재인 정부 후반부인 2021년 공기업 사장으로 취임해 전 정부 때 공기업 사장으로 임명됐다는 점 등이 약점으로 꼽힌다.
서울대 조선공학과 출신인 우유철 전 현대제철 부회장은 1983년 현대중공업에 입사한 이후 현대모비스 이사와 현대로템 기술연구원장 등을 거쳐 2004년 현대제철로 넘어왔다. 이후 현대제철 기술개발본부장을 시작으로 14년 동안 현대제철 구매 담당 부사장과 당진제철소장, 현대제철 대표이사 등을 역임한 외부 철강 전문가다.
다만 철강산업계에서 포스코의 경쟁사인 현대제철 출신이 포스코 회장으로 임명된 전례가 없다는 점이 약점으로 꼽힌다. 아울러 이차전지 등 신사업과의 업무 연관성을 갖추진 못한 것도 약점이 될 수 있다.
포스코는 최근 전기차 소재 등과 관련한 분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매출의 과반은 철강 부문에서 발생하고 있다. 포스코 광양제철소. /포스코 제공 |
자동차, 조선, 가전 등의 산업에 철강제품을 공급하는 철강 부문이 중심인 포스코는 현재 리튬, 니켈, 양극재, 음극재, 리사이클링 등 친환경미래소재를 추가 중심축으로 삼는 변화를 진행 중이다. 하지만 철강이 여전히 매출의 과반을 차지하고 있어 철강업에 대한 이해도가 매우 중요하다.
이와 관련 후추위는 앞서 차기 회장 후보군의 자격 요건으로 경영·글로벌 역량, 경영 윤리·준법과 함께 그룹 핵심 산업에 대한 통찰력 및 비즈니스 기회 발굴 등 '산업 전문성'과 '리더십'을 꼽기도 했다.
과거로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도 4대 김만제 전 회장(1994~1998)을 제외한 역대 모든 회장은 내부 출신이었다.
재계 한 관계자는 "포스코는 그룹사 임직원 대다수가 철강업과 함께했기에 비슷한 공감대를 가지고 있는데, 외부 인사가 회장을 맡는 것은 후추위 입장에서도 쉽지 않은 결정이 될 것"이라며 "지난해 그룹 매출의 과반을 차지하는 철강 사업이 글로벌 불황 영향 등으로 부진했다. 비상 경영 중 포스코의 내부를 추스르고, 신사업까지 주도적으로 병행하기에 외부 후보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sense83@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