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영그룹 영업손실 1425억…부영주택 부채비율 437%
2024 시무식서 임직원 자녀 1인당 '1억원' 파격 지원 발표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이 5일 시무식을 열고 저출산 문제 해결 방안을 제시했다. 회사 실적이 부진한 상황이지만, 이를 타개할 구체적인 경영 전략은 내놓지 않았다. /부영·더팩트 DB |
[더팩트ㅣ최지혜 기자] 수백억 원대 횡령·배임 혐의로 대법원에서 확정판결(징역 2년 6개월에 벌금 1억 원)을 받고 수감생활을 한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이 지난해 8월 말 경영에 복귀한 이후 첫 시무식에 참석했다. 2020년 8월 대법원에서 확정판결을 받고 구속됐다가 1년 만에 가석방으로 풀려난 이 회장은 당초 관련 법률에 따라 5년간 취업이 제한됐지만, 지난해 8월 윤석열 대통령이 단행한 광복절 특사에 포함돼 경영 복귀의 길이 열렸다.
이중근 회장의 사법 리스크 기간 부영그룹은 부진의 늪에 빠졌다. 하지만 2024년 부영그룹 시무식에서 이 회장은 경영 위기를 극복할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하지 않았다. 대신 정부가 최근 공을 들이는 저출산 대책과 관련해 파격적인 사내 정책을 발표하면서 눈길을 끌었다.
이중근 회장은 5일 서울 중구 부영태평빌딩 컨벤션홀에서 열린 '2024년 갑진년(甲辰年) 시무식'에서 2021년 이후 출생한 임직원 자녀들에게 1인당 1억원씩 지급한다고 밝혔다. 이 회장은 "기업의 임무는 국가의 법을 준수하고 사회적 통념과 상식의 기대에 부응하면서 존재해야 그 가치가 있다"며 "한국은 현재의 출산율로 저출산 문제가 지속된다면 20년 후 국가 존립의 위기를 겪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중근 회장은 "2021년 이후 출산한 직원의 자녀에게 직접적인 경제 지원이 이뤄지도록 출산장려금 1억원씩을 지급하겠다"며 "셋째까지 출산한 임직원 가정에는 국가로부터 토지가 제공된다면 임차인의 조세 부담이 없고 유지보수 책임이 없는 국민주택을 제공하겠다"고 했다.
이에 따라 이날 67명의 임직원 자녀 70명에게 각 1억원씩 지급됐다. 앞으로 태어나는 모든 임직원의 자녀들에게도 1억원씩 지급할 방침이다.
이와 함께 이중근 회장은 주택 하자 문제에 대한 개선 방안을 제시했다. 그는 "정부의 제도적 지원이 이뤄진다면 주택 시장 체제 개편으로 하자로 인한 분쟁과 시장의 구조적 마찰은 해결될 것"이라고 말했다.
회삿돈으로 비자금을 조성해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횡령)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중근 부영 회장이 지난 2019년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항소심 공판에 출석하는 모습. /더팩트 DB |
정부 정책에 보조를 맞춘 파격적인 대책이 나온 부영그룹 시무식에서 회사의 경영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구체적인 언급은 없었다. 부동산 경기침체와 건설업계의 재무건전성 리스크가 이어지면서, 주택 건설과 임대주택을 주력으로 하는 부영그룹의 경영에도 경고등이 켜졌지만, 이 회장은 경영에 복귀한 후 6개월이 지난 현시점까지 관련 대응 방안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
이중근 회장이 사법 리스크가 회사를 뒤덮었던 기간 부영의 실적은 악화 일로를 걸었다. 부영의 핵심 계열사 부영주택은 지난 2022년 1615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해 적자 전환했다. 매출액은 2020년 2조4559억원에서 2021년 1조6745억원, 2022년 5565억원으로 급격히 쪼그라들었다.
부영주택의 시공능력평가도 크게 떨어졌다. 지난해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부영주택의 시공능력평가 순위는 93위로, 전년 35위에서 58계단이나 내렸다. 시공능력평가액 역시 3162억원에 그치며, 전년 1조4222억원에서 77.7% 급락했다.
사업 다각화의 일환으로 추진했던 사업도 부진한 것은 마찬가지다. 계열사 무주덕유산리조트는 103억원의 손실을 냈다. 토양정화업을 영위하는 부영환경산업의 영업손실은 4억6000만원, 해외에서 휴양업을 하고 있는 라오스법인도 40억원 적자다.
부영그룹 전체 실적도 적자로 돌아섰다. 2022년 지주사 부영은 1425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매출 전년 1조7440억원에서 6626억원으로 1조원 이상 증발했다.
주택사업을 영위하는 계열사들의 재무건전성도 심각한 수준이다. 부영주택과 동광주택의 부채비율은 각각 437%, 330%에 달한다. 통상 200%가량을 적정 부채비율로 본다. 남광건설산업과 남양개발은 적자가 이어지면서 자본잠식 상태에 이르렀다.
이중근 회장은 이날 향후 회사 운영 방향과 관련해 "앞으로 영구적인 거주 목적의 임대주택으로 공급할 경우 주택관리가 매우 중요해지기 때문에 세계 시장의 사례들을 벤치마킹해 향후 임대주택 전문관리기업으로서 살만한 집의 대명사가 되는 회사로 정착도록 하겠다"고만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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