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 1년 만에 '리딩금융' 재탈환 전망
홍콩H지수 ELS 손실 관련 충당금 등 올해 불확실성은 ↑
KB금융그룹이 지난해 신한금융을 제치고 '리딩금융'을 탈환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KB금융·신한금융 |
[더팩트ㅣ정소양 기자] 이번 주 국내 4대 금융지주의 연간 실적 발표가 마무리되는 가운데 KB금융그룹이 신한금융지주를 앞지르고 가장 많은 순익을 거둘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다만 올해에는 홍콩H지수 ELS 손실과 관련한 충당금 등 불확실성이 지속되면서 KB금융이 상대적으로 어려운 한 해를 보낼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해 KB금융이 신한금융을 제치고 '리딩금융'을 탈환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지난달 31일 하나금융지주를 시작으로 오는 6일 우리금융지주, 7일 KB금융지주, 8일 신한금융지주가 실적 발표를 할 예정이다.
금융정보 분석업체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KB금융은 지난해 연간 순익(지배주주 순익 기준)으로 4조8677억원을 기록했을 것으로 전망됐다. 이는 전년 대비 10% 이상 증가한 수치다. 당초 순이익 규모가 5조원을 넘을 것이란 예상이 나왔지만, 지난해 4분기 3000억원대 상생금융 비용을 비롯해 부동산PF 관련한 충당금 적립 등 일회성 비용 요인이 발생하면서 순익 5조원 달성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KB금융은 4대 금융지주 중 유일하게 두 자릿수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예측됐다. 3분기 말 기준 비은행 부문 순이익 비중이 약 37%에 이를 정도로 잘 구축된 포트폴리오와 13.7% 수준의 보통주자본비율(CET-1) 등 튼튼한 기초체력이 주된 원인으로 꼽힌다.
반면 신한금융의 경우 4조5048억원의 순익을 올릴 것으로 예상됐다. 지난해 투자상품 관련 손실 등 영업 외 항목에서 부진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하나금융의 지난해 연간 순익은 3조5780억원으로 예상되며 2022년에 이어 3위권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우리금융은 전년 대비 약 12% 감소한 2조7652억원의 연간 실적을 거둘 것으로 전망됐다.
KB금융이 '리딩금융' 경쟁에서 승기를 잡은 가운데 홍콩H지수 ELS 투자자 손실 관련 충당금 적립 시기가 변수가 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더팩트 DB |
전망치대로 나올 경우 KB금융이 지난 2022년 내줬던 리딩금융 타이틀을 1년 만에 되찾아오게 된다.
그동안 KB금융과 신한금융은 '리딩금융'을 두고 치열한 경쟁을 벌여왔다. 지난 20221년에는 KB금융이 4조410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리며 신한금융(4조192억원)을 앞섰지만, 2022년 신한금융이 6423억원의 순익을 기록하며 KB금융(4조3948억원)을 제치고 리딩금융을 탈환했다. 그러나 지난해 다시 KB금융이 '리딩금융' 타이틀을 거머쥐는 것이다.
다만 4분기 기준으로 보면 신한금융이 6789억원으로, KB금융(2387억원)보다 두 배 이상 앞설 것으로 전망됐다. 4분기 KB금융이 희망퇴직비용 2600억원을 인식하고 충당금도 보수적으로 적립하면서 분기 당기 순이익이 하락할 것으로 예상했다. 반면 신한금융은 희망퇴직 비용을 3분기에 선제적으로 인식하면서 4분기에는 KB금융을 앞설 전망이다.
올해에는 '리딩금융' 타이틀을 두고 두 지주사의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양사의 지난해 예상 순익 차이가 3629억 원밖에 나지 않기 때문이다. 여기에 아직 홍콩H지수 ELS와 관련한 불확실성도 남아있다. 특히, KB금융의 경우 ELS 판매액에서 KB국민은행이 차지하는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은 만큼 상대적으로 어려운 한 해를 보낼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은경완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ELS와 관련해 아직 판매사의 귀책사유, 배상 여부 등이 정해지지 않은 만큼 비용 부담은 부재하다"며 "다만 불확실성이 지속된다는 점은 불편한 부분"이라고 전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홍콩H지수와 관련해 현재 금융당국의 조사가 진행 중"이라며 "당국의 판단을 확인한 후 충당금을 적립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다. 관련 충당금 적립이 올해 이뤄질 경우 판매액 규모가 가장 큰 KB금융이 상대적으로 어려운 한 해를 보낼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