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중부실자산비율, 지난해 3분기 0.81%…국내 보험사 중 가장 높아
롯데손보 "선제적 충당금 적립 통해 자산 건전성 개선"
보험사 매물 중 '최대어'로 거론됐던 롯데손해보험의 매각이 본격적으로 진행될 예정인 가운데 매각 성사 여부에 업계의 관심이 모인다. /롯데손해보험 |
[더팩트ㅣ이선영 기자] 보험사 매물 중 '최대어'로 거론됐던 롯데손해보험의 매각이 본격적으로 진행될 예정인 가운데 매각 성사 여부에 업계의 관심이 쏠린다. 롯데손보가 기업가치 측정에 대한 시각의 편차가 큰 매물인 만큼 연내 매각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롯데손보의 지난해 부실자산비율이 국내 보험사 중 1위를 차지하면서 부실자산에 대한 의구심도 여전하다. 롯데손보는 선제적인 충당금 적립을 통해 자산 건전성 개선에 힘쓰고 있다는 입장이다.
30일 금융감독원과 보험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롯데손보의 가중부실자산비율은 0.81%로 국내 보험사 중 가장 높았다. 뒤를 이어 하나생명 0.66%, MG손해보험(0.37%), 흥국생명(0.22%), IBK연금보험(0.22%) 순이었다.
최근 롯데손보의 부실자산은 높아지는 추세다. 롯데손보의 가중부실자산비율은 지난 2022년 0.26~0.37%를 유지했으나 지난해 1분기 0.47%, 같은 해 2분기 0.54%로 계속 높아지고 있다. 가중부실자산비율은 자산건전성분류대상자산 대비 가중부실자산 비중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험사들의 자산건전성 지표 중 하나다.
3개월 이상 연체돼 부실채권으로 분류되는 고정이하여신비율도 지난해 3분기 기준 3.11%로 보험사 중에서 가장 높다. 롯데손보의 고정 이하 비율은 지난해 1분기 2.15%, 2분기 2.22%로 꾸준히 증가했다.
업계는 롯데손보의 부실자산이 늘어난 이유로 대체투자 자산 손실을 꼽는다. 롯데손보는 업계 평균보다 현금 등 안전자산 비중이 낮은 대신 대체투자 비중이 높은 것으로 파악된다. 롯데손보는 JKL파트너스에 인수된 이후 대체투자 비중을 줄이고 채권 등 안전자산의 비중을 늘리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으나 대체투자 자산 규모가 워낙에 큰 탓에 효과는 미미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최근 롯데손보는 항공기 등 대체투자 포트폴리오를 대거 축소하고 있다. 금융감독원 금융통계 정보시스템에 따르면 롯데손보의 지난해 3분기 기준 수익증권 보유액은 4조694억6600만 원으로 집계됐다. 지난 2020년 말과 비교하면 8719억 원 줄어든 규모다. 통상 보험사 수익증권에는 부동산을 비롯해 사회간접자본(SOC), 선박, 항공기 등 인프라 투자, 단기자금 운용을 목적으로 한 머니마켓펀드(MMF)도 포함된다.
이와 관련해 롯데손보 관계자는 "단순히 자산 관련 지표가 일시적으로 높아졌다고 해서 실제 자산 부실인 것이 아니라 선제적으로 투자 자산에 대한 충당금을 설정하며 자산에 대한 장부가 인식이 보수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는 뜻"이라며 "이러한 선제적인 충당금 적립은 당사 자산 건전성 개선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인수합병(M&A) 시장에 여러 보험사가 매물로 나왔지만, 단 한 건도 매각이 이뤄지지 못했다. /더팩트 DB |
롯데손보 기업가치에 대한 이견 차도 걸림돌이다. 보험사 관계자는 "롯데손보의 수익증권 규모는 4조 원을 넘어서는 등 여전히 위험자산 비중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며 "자산 가치가 떨어질 경우 나중에 업체 실사를 나가 평가를 받을 때 자산 가치가 떨어진 만큼 제대로 된 가격을 받지 못한다는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해 인수합병(M&A) 시장에 KDB생명을 비롯해 ABL생명, MG손해보험 등 여러 보험사가 매물로 나왔지만, 단 한 건도 매각이 이뤄지지 못했다. '최대어'로 꼽힌 롯데손보 역시 지나치게 고평가됐다는 논란이 꾸준히 제기됐다. 올해 매각이 성사될지에 시장의 관심이 집중되는 이유다.
롯데손보의 최대주주인 JKL파트너스는 지난해 10월 JP모건을 주관사로 선정해 매각을 위한 실무 준비에 들어간 상태다. 매각 대상은 JKL파트너스가 보유한 롯데손보 지분 77%다.
롯데손보의 매각 예상가는 2조 원 이상으로 점쳐진다. 설용진 SK증권 연구원은 "예상 매각가 2조7000억~3조 원은 경영권 프리미엄을 감안하더라도 다소 높은 수준"이라며 "주요 손해보험사 밸류에이션 평균과 경영권 프리미엄을 약 50~85%로 가정해 적용해보면 대략적 가격은 1조2000억~2조 원 수준 정도가 예상된다"고 진단했다.
이와 관련 롯데손보 관계자는 "매각은 주주사 소관 사항으로 당사에서는 추가적인 얘기를 할 수 없다"고 말했다.
롯데손보의 기업가치가 높게 평가받을 여지는 있다. 롯데손보의 작년 3분기 말 기준 경과조치 적용 후 지급여력비율(K-ICS 기준)은 208.4%로 당국의 권고기준인 150%를 한참 웃도는 수치다. 같은 기간 손보사 평균치인 210.6%에는 못 미친다.
다만, 롯데손보의 주력 상품이 퇴직연금인 점은 아쉬운 평가를 받는다. 롯데손보는 롯데그룹에 편입돼 있던 시절 계열사의 퇴직연금을 독점적으로 위탁받았다. 하지만 퇴직연금은 새 회계기준(IFRS17)에서는 매력적인 상품이 아니다. 장기보장성보험을 많이 판매해야 보험영업이익을 거둘 수 있다.
이에 롯데손보는 잠재적 매수자에 미래가치 지표인 계약서비스마진(CSM)을 핵심 지표로 제시할 것으로 해석된다. CSM은 보험 계약으로 얻을 미실현 이익을 평가한 값으로, 계약 시점에는 부채로 인식되나 계약 기간 동안 상각해 이익으로 인식한다. 롯데손보의 지난해 3분기 누적 보험영업이익은 4544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49.3% 늘었다. 같은 기간 CSM은 2조2086억 원으로 연초 대비 5311억 원 증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