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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1000억 원 손실" 홍콩H지수 공포…재발 막으려면
입력: 2024.01.17 10:37 / 수정: 2024.01.17 10:37

5대 은행서 올해만 1000억 원 원금 손실 발생…손실률 50.7%

국내 5대 시중은행에서 판매된 홍콩 ELS 상품에서 이달 들어 지난 12일까지 약 1067억 원의 원금 손실이 발생했다. /더팩트 DB
국내 5대 시중은행에서 판매된 홍콩 ELS 상품에서 이달 들어 지난 12일까지 약 1067억 원의 원금 손실이 발생했다. /더팩트 DB

[더팩트ㅣ정소양 기자] 5대 시중은행이 판매한 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상품의 대규모 손실이 현실화하고 있다. 현재까지 1000억 원이 넘는 원금 손실이 확정된 가운데 은행에서 판매된 홍콩H지수의 ELS 잔액 80%가 올해 만기라 원금 손실 규모는 점차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내 5대 시중은행에서 판매된 홍콩 ELS 상품에서 이달 들어 지난 12일까지 약 1067억 원의 원금 손실이 발생했다. 이 기간 만기 도래한 원금 약 2105억 원 중 1038억 원만 상환돼 전체 손실률은 50.7%로 집계됐다.

여기에 지난해 하반기 확정된 손실액(82억 원)까지 더하면 홍콩H지수 기초 ELS 관련 원금 손실액은 5대 은행에서만 6개월여 만에 1149억 원에 달한다.

홍콩 ELS발 손실은 상반기 눈덩이처럼 커질 것으로 보인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홍콩H지수 연계 ELS 상품의 만기도래 금액은 약 15조 원이다. 이 중 5대 은행에서 판매한 규모만 9조 원에 달한다.

◆ ELS 상품 위험?…홍콩 ELS발 손실 왜 일어났나 보니

현재 문제가 되는 것은 H지수가 고점이었던 2021년 초 이후 발행된 3년 만기 ELS 상품이다.

ELS는 특정 주가지수 등 기초자산 가격이 만기 때까지 일정 범위 내에서 움직이면 원금과 약속한 수익을 지급하는 금융투자상품이다. 조건에 따라 정기예금보다 높은 이자 형태의 수익을 제공하지만, 주식가격 하락 시에는 손해가 발생하는 구조를 가지는 있는 만큼 은행 예·적금과 다르다.

통상 기초자산이 박스권을 유지하면 이익을 거둘 수 있지만, 원금손실 발생 기준선(녹인 배리어)을 벗어나면 대규모 손실을 볼 수 있다. 상품마다 다르지만 통상 녹인형 상품의 경우 녹인이 발생하면, 일반적으로 만기 때 지수가 가입 당시 지수의 70% 이상이어야 원금을 보장받는다. 녹인이 발생하지 않으면 지수의 50%만 넘겨도 원금을 보장받는다.

홍콩H지수는 2021년 2월 1만2000선을 넘었으나 현재 5000대 중반에서 횡보하고 있다. /네이버 화면 갈무리
홍콩H지수는 2021년 2월 1만2000선을 넘었으나 현재 5000대 중반에서 횡보하고 있다. /네이버 화면 갈무리

문제는 홍콩H지수의 전례 없는 하락이 하면서 발생했다. 홍콩H지수는 홍콩 증시에 상장된 중국 기업 가운데 50개 종목을 추려 산출되는 지수로, 변동성이 높다. 홍콩H지수는 2021년 2월 1만2000선을 넘었으나 현재 5000대 중반에서 횡보하고 있다.

하재석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2024년에 홍콩 H지수를 기초자산으로 발행된 ELS의 대규모 만기가 도래한다"며 "2022년 H지수 저점이 4919포인트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2021년 H지수 1만포인트 이상에서 발행된 ELS의 경우 상당 규모가 손실 구간에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홍콩 증시가 큰 폭으로 반등하지 않을 경우 대규모 손실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금융권에서는 현재와 같은 손실률을 감안하면 상반기 손실 규모가 5조 원을 넘어설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 '불완전판매' 여부 쟁점…판매사·투자자 모두 자정해야

향후 원금 손실이 확정될 경우 은행, 증권 등 판매사의 불완전 판매 등 분쟁이 이어질 전망이다.

금융소비자들은 해당 상품 가입 당시 수입구조에 대해 제대로 설명받지 못했고, 홍콩H지수가 상당히 안전하다고 안내받았다며 은행 등 판매사들의 '불완전판매'를 주장하고 있다. 금융당국 역시 불완전 판매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판매사들을 들여다보고 있다.

다만 은행권은 불완전 판매 가능성이 적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2021년 금융소비자보호법(금소법) 시행 이후 설명·녹취 의무를 충실히 해 불완전 판매 가능성을 차단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전문가들은 향후 이같은 사태의 재발을 막기 위해서는 판매사와 금융소비자 모두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대종 세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홍콩 ELS펀드를 만든 증권사의 책임도 분명히 있다"며 "증권사는 세계 경제 전망을 보면서 상품을 만들어야 한다. 그런데 홍콩이 중국과 합병되면서 불확실성이 급증했다. 주가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미래가치인데, 홍콩 미래가 불확실한 상황에서 홍콩 ELS를 만든 것 자체가 잘못"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금소법 시행 이후 판매사의 불완전판매 가능성은 줄어들었다고 하더라도 투자자에게 명확하게 상품 수익 구조를 설명하고 쉬운 방법으로 투자 위험을 고지할 수 있어야 하며, 고객 투자성향과 투자목적을 정확히 알고 적합한 상품을 제안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금융소비자연맹 관계자는 "금소법 시행 이후이기 때문에 은행들 마다 제도적으로 잘 갖춰 판매를 했을 것이라고 믿는다"면서도 "전체적 불완전 판매는 어렵다고 보지만, 민원인들의 대부분은 판매사들이 수입구조에 대해 제대로 설명받지 못했고, 홍콩H지수가 상당히 안전하다고 안내받았다고 주장하고 있는 만큼 개인별로 불완전 판매 가능성은 있을 수 있다. 판매사들은 홍콩H지수 급락에 대해 '불가항력'이었다고 주장하면 안 되며, 이렇게 원금 손실이 날 수 있는 상품에 대해서는 소비자들에게 상품 자체를 자세히 설명해 줘야 한다"고 말했다.

금융소비자들 역시 '투자자 자기 책임의 원칙'을 잊어서는 안 된다.

김대종 교수는 "본인이 가입한 펀드와 금융 상품이 원금 손실이 발생한다는 것도 모르고 가입한 분들이 많은 것이 현실"이라며 "많은 금융상품은 원금이 보장되지 않는다. 현명하게 투자하기 위해서는 금융 교육을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jsy@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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