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대기업 총수, 잇단 현장 경영…'미래 준비' 속도
롯데그룹, 오는 18일 사장단 회의 열고 사업 전략 논의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 10일 서울 서초구 우면동 삼성리서치에서 연구원들과 만나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삼성전자 |
[더팩트ㅣ이성락 기자] 국내 주요 대기업 총수들이 잇달아 현장 점검에 나서고 사장단 회의를 개최하는 등 연초부터 활발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앞서 신년사를 통해 강조한 '미래 사업'과 관련해 추진 속도를 높이기 위한 경영 고삐를 바짝 조이는 모습이다.
15일 재계에 따르면 '새해 첫 현장 경영'이라는 타이틀로 주요 대기업 총수들의 사업장 방문이 하나둘 이뤄지고 있다. 새해 첫 현장 경영은 해당 기업의 올해 사업 방향과 중장기 전략을 엿볼 수 있다는 점에서 매년 초 재계 안팎의 관심을 받는다.
먼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방문지가 큰 주목을 받았다. 그는 지난 10일 서울 서초구 우면동 삼성리서치를 방문해 6G 통신 기술 개발 현황과 국제 기술 표준화 전망, 6G·5G 어드밴스드 등 차세대 통신 기술 트렌드를 살폈다. 또 주요 경영진과 사업 전략을 논의하며, 미래 네트워크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이재용 회장이 새해 첫 경영 행보로 네트워크 통신 기술을 점검한 건 5년 만으로, 6G 기술 선점 여부가 삼성의 미래 경쟁력을 좌우할 수 있다는 판단 아래 재점검에 나선 것으로 읽힌다. 6G 주도권을 향한 국가 간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 6G를 챙기는 것이 국가 산업 경쟁력 강화에 기여할 수 있다는 점도 이번 방문지 선택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예상된다.
최태원 SK그룹 회장 겸 대한상의 회장(왼쪽)이 지난 11일 미국 라스베이거스 'CES 2024' 현장의 'K-스타트업 통합관'을 찾아 '라이프온코리아' 가면정 대표(오른쪽)에게 질문하고 있다. /대한상의 |
특히 이재용 회장은 새해 첫 메시지를 통해 거시경제의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상황에서도 '초격차 리더십' 확보를 위한 '과감한 투자'를 이어 나가겠다는 뜻을 전했다. 이는 대형 인수합병(M&A) 가능성까지 열어놓은 셈이다. 이재용 회장은 "새로운 기술 확보에 우리의 생존과 미래가 달려있다. 어려울 때일수록 선제적 R&D와 흔들림 없는 투자가 필요하다"며 "더 과감하게, 더 치열하게 도전하자"고 말했다.
현재 4대 그룹 총수 중에서 가장 숨 가쁜 일정을 소화하고 있는 인물은 최태원 SK그룹 회장이다. 마찬가지로 새해 첫 현장 점검을 마쳤고, 신입사원과의 간담회 등에도 참석했다. 세계 최대 가전·정보기술(IT) 전시회 'CES 2024' 참석을 위한 미국 라스베이거스 출장길에 오르기도 했다.
가장 눈길을 끈 행보는 단연 SK하이닉스 이천캠퍼스 방문이다. SK하이닉스는 'AI 인프라' 전담 조직을 신설하고 산하에 'HBM 비즈니스' 조직을 새롭게 편제하는 등 미래 AI 인프라 시장에서 우위를 유지하기 위한 준비에 나서고 있는데, 새해부터 이천캠퍼스를 찾아 경영진과 AI 메모리 분야의 성장 동력과 경영 방향을 논의하며 AI 사업 준비에 무게를 더한 것이다. 이 자리에서 최태원 회장은 AI 반도체 전략에 대해 "빅테크의 데이터센터 수요 등 고객 관점에서 투자와 경쟁 상황을 이해하고 고민해야 한다"며 이해 관계자를 위한 토털 솔루션 접근을 강조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오른쪽에서 두 번째)이 지난 10일 오세훈 서울시장과 함께 'CES 2024' 부스를 관람하고 있다. /김태환 기자 |
'CES 2024' 현장에서는 국내외 다양한 기업의 부스를 찾아 AI를 비롯한 신기술 트렌드를 살폈다. 최태원 회장은 'CES 2024' 전시관 내 'K-스타트업 통합관'을 별도로 방문해 글로벌 무대에서 선전하고 있는 스타트업을 격려하기도 했다. 최태원 회장은 "혁신적 아이디어와 기업가 정신을 갖춘 K 스타트업들이 한국을 넘어 글로벌 무대에서 활동하는 건 상당히 중요한 일"이라고 말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연초 경기도 광명 기아 오토랜드 광명 2공장에서 열린 신년회에서 '빨리빨리'가 아닌 '미리미리' 문화를 강조하는 등 위기 극복을 위해선 먼저 그룹 체질을 바꿔야 한다는 당부의 메시지를 던지며 새해 업무에 돌입했다. 이후 'CES 2024' 현장을 찾으며 글로벌 현장 경영에 시동을 걸었다. 정의선 회장이 'CES' 현장을 방문한 건 2년 만이다. 그는 신성장 동력 분야에서의 경쟁력 확보가 중요하다고 보고, 부스 곳곳을 누비며 적극적으로 신기술 동향을 살폈다.
이 밖에 구자은 LS그룹 회장과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이 'CES' 무대를 통해 본격적인 현장 경영에 시동을 걸었다. 'CES' 방문은 새로운 사업 기회를 모색하기 위해선 첨단 기술을 접목한 다양한 신기술·신제품을 직접 경험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이재현 CJ그룹 회장이 지난 10일 CJ올리브영 서울 본사를 방문해 직원과 악수를 하고 있다. /CJ그룹 |
이재현 CJ그룹 회장은 이미 두 차례 현장 경영에 나섰다. 그간 성과를 거둔 그룹 계열사를 잇달아 방문, 임직원들을 격려하며 더 큰 도약을 이뤄내자는 경영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지난 10일 CJ올리브영을 찾아 일선 사업 부서를 직접 돌며 젊은 직원들과 만난 이재현 회장은 상생과 생태계 활성화 등 사회적 책임을 각별히 당부했다. 12일 CJ대한통운을 방문해서는 "성과에 안주하지 않고 글로벌 물류 톱10 도약이라는 비전을 달성하자"고 주문했다.
대기업 총수들은 현장 경영뿐만 아니라 새해 첫 '전략 회의'도 준비하고 있다. 신년사를 통해 강조한 '미래 준비' 계획을 더욱더 구체화하기 위함이다. 대표적으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오는 18일 사장단 회의인 밸류크리에이션미팅(VCM)을 연다. 올해 경제 전망, 사업군별 핵심 역량 강화와 관련한 의견을 공유하고, 신사업 투자를 포함해 AI 전환을 앞당기기 위한 전략 등을 논의할 전망이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아직 VCM의 구체적인 주제는 정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4대 그룹 총수 가운데 아직 현장 경영에 나서지 않은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지난해 행보를 고려했을 때 올해 역시 AI·바이오·클린테크(ABC) 사업 점검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ABC 사업과 신년사에서 강조한 '차별적 고객 가치'를 강화할 수 있는 구체적 방안은 오는 3월 정기회의에서 주요 경영진과 함께 집중 논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오는 18일 그룹 사장단 회의인 밸류크리에이션미팅(VCM)을 개최한다. /더팩트 DB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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