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초거대 AI '코GPT 2.0' 공개 연기
'시세조종' 혐의 배재현 투자총괄 대표 구속 M&A 전략 재편
전면 쇄신을 약속한 카카오의 앞에 자체 초거대 인공지능(AI) 모델 발표, 글로벌 경쟁력 입증 등의 과제가 놓여있다. /더팩트 DB |
[더팩트|최문정 기자] 김범수 창업자를 비롯한 주요 경영진을 둘러싼 사법리스크에 창사 이래 최대 위기를 맞은 카카오가 전면 쇄신을 약속했다. 카카오는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 있던 김 창업자의 경영 복귀와 함께 인적 쇄신 작업에 집중하고 있지만, 인공지능(AI) 경쟁력 입증과 글로벌 성과 발굴 등 넘어야 할 과제가 만만치 않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12일 IT업계에 따르면, 카카오는 올해 자체 초거대 AI '코 GPT 2.0(가칭)'을 공개할 예정이다. 카카오는 당초 지난해 이 모델을 공개할 예정이었다.
홍은택 카카오 대표는 지난해 2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10월 내 모델을 발표하겠다며 구체적인 공개 시점도 밝혔다.
당시 홍 대표는 "파라미터 수로 보면 60억, 130억, 250억, 650억 개까지 다양한 크기의 모델을 테스트하면서 비용이 합리적인 AI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후 SM엔터테인먼트 인수 과정에서의 '시세조종' 혐의로 김범수 창업자, 홍은택 대표 등 주요 경영진을 둘러싼 사법리스크가 불거졌다. 인수를 진두지휘했던 배재현 투자총괄 대표는 현재 구속돼 재판받고 있다. 회사를 둘러싼 위기 속에 카카오는 결국 지난해 코GPT 2.0을 공개하지 못했다. 반면 지난해 네이버, LG그룹, SK텔레콤과 KT 등 국내 다양한 기업들은 각각 초거대 AI 모델을 공개한 뒤, 이를 활용한 서비스 마련에 나서고 있다.
초거대 AI는 인공지능 시대의 필수 인프라로 꼽힌다. 막대한 사전학습 데이터를 기반으로 구축된 모델이기 때문에 특정 업무에만 적용하는 것이 아니라 IT 서비스 전반에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카카오의 경우, 코GPT 2.0 등 초거대 AI 개발에 막대한 비용을 투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감독원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카카오는 2021년부터 지난해까지 그룹 내 AI 연구 조직인 카카오브레인에 총 1500억 원을 투입했다.
김진구 키움증권 연구원은 "AI 사업은 카카오의 톡 기반 메인 플로우를 관통하는 큰 틀에서 전략이 필요하며, 이에 대한 구체적 타임라인, 로드맵 및 행동 등에 대한 심도있는 결과가 필요하다"고 짚었다.
이어 "모빌리티 등 사회적 이슈가 존재하는 사업 부문의 가치를 끌어올리기 위해서 AI, 데이터와 솔루션 기반 부가가치 창출이 필수적"이라며 "플랫폼 관점에서 공급자와 수요자를 단순 매칭시키는 과정에서 수수료를 받는 소극적 관점이 아니라, 데이터 흐름 등을 통해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것이 대형 플랫폼 업체의 사명이자 도달해야 할 목표임을 사측도 최근 과정을 통해 명확히 인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신아 카카오 대표 내정자가 지난해 12월18일 경기도 성남시 카카오판교아지트에서 김범수 창업자 주재로 열린 제8차 공동체경영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카카오 쇄신방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최문정 기자 |
카카오 그룹의 대형 인수합병(M&A)과 투자를 진두지휘하던 배재현 대표의 공백 역시 해결해야 할 과제다. 배 대표는 2015년 카카오 빅딜팀장으로 합류한 이후,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 '멜론', 북미 콘텐츠 플랫폼 '타파스', '래디쉬' 등의 인수를 지휘하며 카카오 그룹의 성장에 기여했다. 그러나 배 대표는 지난해 카카오의 SM엔터테인먼트 인수 과정에서 2400억 원을 투입해 '시세조종'에 나섰다는 혐의를 받아 지난해 11월 구속기소됐다.
배 대표 측 변호인은 지난 9일 서울 남부지법에서 열린 두 번째 공판에서 "(배 대표의 행동은) 하이브의 적대적인 인수합병(M&A)에 대응하기 위해 지극히 정상적인 시장에서의 흐름에 따라 이뤄진 지분 매집행위"라며 혐의를 부인한 상황이다.
배 대표의 공백은 카카오 그룹의 글로벌 전략에도 영향을 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카카오페이는 지난해 말 미국 종합증권사 시버트 인수에 사실상 실패했다. 업계에서는 시버트가 시세조종 혐의로 금융당국의 수사를 받고 있는 카카오에 경영권을 넘기는 것이 적합하지 않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카카오는 위기 속에 인적 쇄신 작업부터 시작한다는 구상이다. 카카오는 지난해 12월13일 정신아 카카오벤처스 대표를 차기 단독 대표로 내정했다. 정신아 내정자는 김범수 창업자와 함께 그룹 컨트롤타워인 'CA협의체' 공동 의장을 맡아 구심력 있는 경영활동에 나선다는 목표다.
정신아 내정자는 지난 11일 경기도 성남 카카오판교아지트에서 임직원과의 대화(크루톡)을 가졌다. 정 내정자는 앞으로 한 달 동안 총 1000명의 직원을 만나 회사의 쇄신 방향을 둘러싼 의견을 듣는다는 구상이다. 세부 논의 주제는 기업문화를 포함해 △인공지능(AI) 시대의 카카오 △이니셔티브 △현 사업·서비스의 방향성 △거버넌스 △인사제도 △일하는 방식 등 7가지다. 카카오 직원들은 원하는 주제를 선택할 수 있으며, 중복 참여도 가능하다. AI 관련 일부 대담에는 김범수 창업자도 참석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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