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3분기 말 대손충당금 465억 원 그쳐
태영건설 사태로 인해 부동산 PF(프로젝트파이낸싱) 부실화 우려감이 재차 고조되고 있다. 중소형 증권사 중에서는 SK증권에 대한 우려가 빈번하게 인다. /더팩트 DB |
[더팩트|윤정원 기자] 태영건설발 부동산PF(프로젝트파이낸싱) 부실화 우려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중소형 증권사의 신용도가 더욱 위태로워졌다. 대형 증권사에 비해 수익 대비 위험노출(익스포저) 비중과 고위험 부동산금융에 대한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특히 SK증권의 경우 신용평가사들이 예의주시하며 중소형사 중에서도 주목도를 높이고 있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증권사들의 태영건설 관련 PF 익스포저 규모는 1조 원 안팎(한국신용평가 1조1422억 원‧나이스신용평가 9229억 원 각각 제시)으로 추정된다. 여기에 태영건설 관련 PF 사업장에 대한 중소형 증권사의 총 지급보증 한도만 해도 4180억 원 규모다. 이 중 태영건설이 지급보증한도금액 2380억 원을 설정한 사업장 3곳이 SK증권과 연결고리가 있다.
SK증권 측에서는 "강릉엘앤디 사업 초기 단계에 100억 원 규모의 대출을 진행했을 뿐"이라면서 "나머지 사업장에서는 대리금융기관, 자산관리자 역할만 했기에 관련된 익스포저가 없다"고 설명했다. 해당 사업의 총 한도는 1100억 원이지만 그중 SK증권이 신용보강을 제공한 규모는 100억 원이라는 이야기다.
다만, 한국신용평가는 "SK증권은 비용 구조상 높은 고정비 부담과 주요 사업 기반 업황 저하에 따라 수익성이 저조하다"며 "중‧후순위 부동산 금융 및 자회사 지원에 따른 재무안정성이 저하됐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SK증권을 주요 모니터링 대상으로 올렸다.
나이스신용평가는 SK증권에 대해 "부동산 PF 익스포저의 양적·질적 리스크가 크고 건전성이 저하되고 있다"며 "중후순위 비중이 높고 1100억 원 규모의 브릿지론이 대부분 지방 중심으로, 질적 리스크 역시 높은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한국기업평가는 "증권업황이 부진한 상황에서 경상적 수익창출력 개선 여부를 지켜봐야 한다"고 풀이했다.
업계에서는 SK증권이 브릿지론과 지방 PF의 부실화를 우려해 충분한 충당금을 쌓을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청사진대로 브릿지론의 만기 연장률이 낮아지고, 사업성이 낮은 사업장에 대해 정리 절차가 개시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SK증권의 지난해 3분기 말 대손충당금은 465억 원이다.
실제 브릿지론의 본PF 전환이 지연되면서 자산 건전성에도 부담이 되는 형국이다. 지난해 9월 말 SK증권의 요주의이하자산(여신)은 697억 원이며, 이중 부동산금융 관련 금액은 289억 원으로 집계됐다. 향후 부동산 시장 침체가 지속하면 관련 손실은 확대될 수 있다.
백윤민 교보증권 연구위원은 "아직 결과는 예단할 수는 없지만 태영건설 사태를 제외하더라도 국내 부동산PF 관련 리스크는 작지 않다고 판단한다"며 "기본적으로 부동산PF 관련 노이즈는 불가피하다고 생각하며 특히 여타 건설사들로 문제가 전이될 경우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도 확대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오창섭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태영건설뿐만 아니라 부동성 PF 문제가 국내 건설사 전반으로 확산할 경우 금융시장 불안이 우려된다"며 "이번 사태가 금융시장에 큰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문홍철 DB금융투자 연구원은 "정부가 신용위험과 신용경색 문제는 적극적으로 관리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부동산 가격이나 경기 자체에는 부정적인 영향이 불가피하다"고 평가했다.
올해도 부동산PF로 인한 난항이 점쳐지는 가운데 현재 SK증권은 고정비 감축을 위해 조직 효율화를 꾀하는 추이다. SK증권은 2024년 조직개편 및 정기 임원인사를 통해 기존 사업부 및 부문 체계를 단일부문 체계로 개편한 상태다. 이에 따라 기존 9개 사업부는 6부문으로 축소됐고, 30본부에서 20본부로, 10실에서 7실로 개편됐다.
SK증권 임원진들은 지난해 12월 한 달 치 급여의 30~100%를 자진 반납하며 쇄신을 다짐하기도 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게재된 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SK증권의 임원은 총 103명이다.
다만, 이례적인 증권사 임원의 급여 자진 반납을 두고 시장에서는 SK증권 측의 '경영난 타개 노력'보다는 '비상 경영 체재로의 전환 위기'에 초점을 맞추는 모양새가 연출됐다. 이에 SK증권 측에서도 "임원진 급여 자진 반납의 의미가 퇴색됐다"며 아쉬움을 표했다.
한편, 이날 태영건설의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제1차 채권자협의회를 열고 워크아웃 개시 여부를 결의할 예정이다. 전날 채권단이 태영그룹의 추가 자구안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 만큼, 채권단의 75% 이상 동의를 얻어야 하는 워크아웃 개시와 이후 절차는 원활하게 진행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