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손해보험을 이끌게 된 구본욱 대표가 취임 후 첫 상품으로 MZ세대(밀레니얼+Z세대)를 겨냥한 건강보험을 내놓으며 미래 잠재 고객 겨냥에 나섰다. /KB손해보험

[더팩트ㅣ이선영 기자] KB손해보험을 이끌게 된 구본욱 대표가 취임 후 첫 상품으로 MZ세대(밀레니얼+Z세대)를 겨냥한 건강보험을 내놓으며 미래 잠재 고객 겨냥에 나섰다. 양종희 KB금융지주 회장이 비은행 부문의 강화를 강조한 만큼 구 대표는 올해 '본업 핵심 경쟁력 강화'에 힘쓸 것으로 보인다. 새 회계제도인 IFRS17 시행 2년 차를 맞아 보험계약마진(CSM)이 높은 것으로 평가되는 보장성보험 확대 전략에도 공을 들일 전망이다.

9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최근 KB손해보험은 'KB 5.10.10(오텐텐) 플러스 건강보험'을 개정해 출시했다. 지난해 4월 출시한 오텐텐 건강보험은 KB손보에서 판매하는 기존 건강종합보험 대비 최대 29% 저렴한 보험료로 젊은 층의 주목을 받았다. 오텐텐 플러스 건강보험의 전체 가입자 중 15~39세 가입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39.8%로 기존 건강보험(22.8%) 대비 2배 가까이 많았다.

이번 개정 상품은 고객을 가입 연령으로 구분한다. 15~40세 고객을 1종으로, 41~65세 고객을 2종으로 나눴다. 1종 고객은 기존 오텐텐 보험보다 더 저렴한 금액으로 보험에 가입할 수 있도록 했다. 납입 면제 사유도 12가지로 늘려 혜택을 강화했다. 기존 80% 이상의 후유장해 진단 시 적용되던 보험료 납입 면제 혜택을 50% 이상 후유장해 진단으로 확대했다. 보험료 납입 면제 대상도 뇌혈관·허혈성 등을 진단받은 가입자로 확대했다.

KB손보 관계자는 "오텐텐 건강보험은 지난해 2030세대 고객들에게 가장 많이 사랑 받았던 상품"이라며 "앞으로도 KB손해보험은 다양한 분석을 통해 고객에게 필요한 상품 개발을 지속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건강보험 상품은 구본욱 KB손보 대표가 취임 후 첫 상품으로 내놓았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최근 보험사들은 새 회계제도인 IFRS17 시행 2년 차를 맞아 CSM이 높은 것으로 평가되는 보장성보험 확대 전략에 공을 들이고 있다. 보험업계에 따르면 생보업계 상위 4개사 중 3곳인 삼성생명·한화생명·신한라이프는 새해 들어 건강보험을 출시했으며, 손보업계 중에서는 한화손해보험 등이 건강보험을 내놨다. 구 대표 역시 건강보험 상품 강화를 통해 미래 주 고객인 MZ세대 잡기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구 대표는 지난 2일 취임식을 갖고 본격적인 경영 행보를 시작했다. 구 대표는 취임식 당시 '회사가치성장률 1위 도전'이라는 경영목표를 발표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한 세 가지 경영전략 방향을 제시했다. 전략 방향은 △모든 의사결정의 최우선은 고객 △본업 핵심 경쟁력 강화 △디지털 퍼스트(Digital First)의 선구자 등이다. 구 대표는 "세분화된 고객 니즈에 대응하기 위해 전 사업 영역별 선도적인 신상품과 인수청약 시스템을 통한 전방위적 영업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양종희 KB금융지주 회장이 비은행 부문의 강화를 강조한 만큼 구 대표는 '넘버 원, 손해보험사'로의 도약을 일궈내야 한다. 양 회장은 KB금융 전략 담당 임원이었던 2015년 LIG손해보험 인수를 주도했다. 이후 KB금융 계열사 중에서는 이례적으로 3연임에 성공하며 2016년부터 2020년까지 KB손보 대표를 지냈다. 금융권 안팎에서는 양 회장이 그만큼 KB손보를 속속들이 파악하고 있고 애착도 남다를 것으로 보고 있다. 양 회장이 내부 출신 전문가인 '구본욱 카드'를 꺼내든 만큼 구 대표를 향한 그룹 안팎의 기대감도 높을 수밖에 없다.

KB손해보험은 사실상 KB금융그룹 내 비은행 계열사 '맏형'으로 자리매김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더팩트 DB

KB손보는 사실상 KB금융그룹 내 비은행 계열사 '맏형'으로 자리매김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KB손해보험의 지난해 3분기 누적 기준 순이익은 6803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8% 감소했으나 비은행 계열사 중 가장 우수한 실적을 냈다. KB금융 내 비은행 계열사 9곳 가운데 순익 기여도는 15.6%로, 1위다.

다만, KB손보는 손익 규모 성장에도 메리츠화재의 약진에 업계 5위로 밀려났으며, 상위권으로 올라가야 하는 상황이다. 지난해 3분기 매출액(원수보험료) 기준으로는 5위인 메리츠화재(8조2004억 원)가 4위인 KB손보(9조5368억 원)의 순이익을 넘어섰다.

구 대표는 올해 '본업 핵심 경쟁력 강화' 등에 힘쓸 것으로 예상된다. 새 회계제도인 IFRS17 시행 2년 차를 맞아 CSM이 높은 것으로 평가되는 보장성보험 확대 전략에도 공을 들일 전망이다. 고객 중심의 상품 개발, 우량 매출 증대와 신제도 선제 대응으로 수익성을 확보해 규모의 성장을 추진한다. 손해율, 사업비율, 투자수익률 등 경영 효율 제고로 경쟁비 규모의 열위를 극복하겠다는 구상이다.

디지털 경쟁력도 강화한다. AI(인공지능) 콜봇 서비스 확대를 통한 상담 인력 대체로 생산성을 증대하고, 헬스케어 서비스도 확보한다.

사회공헌 활동도 이어간다. KB손보의 사회 공헌 비전인 '국민의 평생 희망파트너'도 지속 추진한다. 그동안 KB손보는 자립 준비 청년의 기술 교육을 지원하는 '런런챌린지', 주거 취약 아동 가정을 대상으로 한 '희망의 집 짓기', 미혼 한부모 가정을 위한 '365 베이비 케어 키트' 지원 사업을 진행해 왔다. 인도네시아 이륜차 안전모 지원사업도 이어갈 계획이다.

KB손보는 최근 조직개편도 단행했다. KB손보는 본업 핵심 경쟁력 확대를 위해 상품별 손익·마케팅 지원조직을 확대·재편했다. 또 일반보험 재보험 전략 강화를 위한 재보험 전담부서와 펫보험 활성화를 위한 펫사업 전담부서를 신설해 신사업 역량을 강화했다. 비대면 플랫폼 경쟁력 확대와 자동차보험의 마케팅 역량 강화를 위해 '자동차보험상품본부'도 신설했다.

KB손보 관계자는 "출혈경쟁을 지양하고 고객중심의 차별화된 시장 선도적 신상품과 서비스를 개발해 업계 최고 수준의 상품 경쟁력을 갖출 방침"이라며 "자동차보험은 보험료 인하로 인한 수익성 저하가 우려되나, 우량 물건 매출 확대로 성장성과 수익성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구 대표는 1994년 1월 럭키화재(KB손해보험 전신) 경리부에 입사해 재무 관련 부서에서만 20여 년간 근무했다. 그는 2015년 경영관리부장, 2017년 경영전략본부장, 2020년 경영관리부문장(CFO), 2021년 리스크관리본부장(CRO)을 지내며 KB손해보험 내 대표적인 전략·재무통으로 자리매김했다.

seonyeong@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