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영건설 직접 차입금 1조3007억 원…국내 은행에서만 총 7243억 원 빌려
은행권 미치는 영향 제한적이라는 전망도
태영건설이 지난달 28일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을 신청한 가운데 시장 불안이 확산하고 있다. /더팩트 DB |
[더팩트ㅣ정소양 기자] 태영건설의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 신청에 은행권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히 고금리와 부동산 경기 침체 속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위기 경고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인 만큼 은행권은 대비 태세에 들어갔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가 은행권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일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태영건설은 지난달 28일 워크아웃을 신청했다. 워크아웃은 회사와 채권단이 자율적으로 마련하는 회사 재건 협약이다. 회생 가치가 있으나 재정위기에 처한 기업이 법정관리에 들어가기 전에 선택하는 재무구조 개선작업이다.
현재 태영건설은 10조 원에 달하는 빚더미에 올라있다.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이 채권단 400여 곳에 보낸 '태영건설 제1차 금융채권자협의회 소집 통보서'에 따르면 태영건설이 은행·증권사·자산운용사 등 80곳에서 조달한 직접 차입금은 1조3007억 원으로 집계됐다. 규모가 작은 시행사의 대출에 대해 시공사인 태영건설이 보증을 선 규모는 9조1819억 원에 달했다.
앞서 금융위원회는 태영건설의 금융권 익스포저(위험노출액)가 4조5800억 원이라고 밝혔다. 태영건설 직접 여신이 5400억 원, 태영건설 자체 시행 중인 29개 PF 사업장과 관련된 익스포저가 4조300억 원이다.
이처럼 '태영건설 워크아웃' 신청 사태가 은행권 전반적으로 영향을 미치며 위기를 고조시키고 있다. 시장 불안도 커지고 있다.
은행권은 이번 불안이 부동산PF 우려로 확산할까 걱정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말 기준 5대 은행의 부동산PF 대출 잔액은 18조2404억 원으로, 2022년 말(14조4487억 원)보다 26%가량 늘어난 상태다.
금융당국은 시장 불안을 진정시키기 위해 발빠르게 나서고 있다.
당국은 태영건설 관련 외상매출채권 담보대출을 보유한 은행들에 연락해 협력업체에 대한 소구권(상환청구권) 행사를 유예해달라고 요청했다. 또한 채권안정펀드(채안펀드)의 규모를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 등 금융권이 공동으로 출자해 기업의 유동성을 지원하는 채안펀드의 최대 운용 규모를 현행 20조 원에서 30조 원으로 늘리고, 건설사가 발행하는 회사채 등에 대한 차환 지원 프로그램도 확대할 계획이다.
일각에서는 이번 태영건설 워크아웃 발 혼란이 은행권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사진은 태영건설 워크아웃 채권단 설명회가 3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KDB 산업은행 본점에서 열린 가운데 관계자들이 참석하는 모습. /장윤석 기자 |
금융당국 수장들도 부동산PF 우려 등 위기 대응과 건전성 관리에 만전을 다해줄 것을 당부했다.
지난 3일 열린 '2024년 범금융 신년인사회'에서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최근 부동산 PF를 둘러싼 우려와 관련해 지금까지 금융회사들의 영업 방식과 재무 관리 등에 대해 다시 한번 숙고하고 보완해달라"고 강조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도 "부동산 PF, 제2금융권 건전성, 가계부채 등의 정상화 및 안정화에 만전을 기하면서 우리 금융의 건전성과 복원력을 높여나가겠다"고 말했으며,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역시 "리스크 대응 체계를 고도화하고 손실 흡수 능력을 충분히 확보해 어떠한 상황에서도 금융 안정이 실현되도록 만전을 기해달라"고 당부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번 태영건설 워크아웃 발 혼란이 은행권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이는 직접 대출 규모가 크지 않다는 분석과 함께 정부가 적극적인 시장 안정 조치에 나설 것이라는 기대감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태영건설은 국내 은행권으로부터 장기 차입금 4693억 원, 단기 차입금 2250억 원 등 총 7243억 원을 빌린 상황이다.
최정욱 하나증권 연구원은 "상장 금융지주사들의 태영건설에 대한 직접 대출은 약 2000억 원 안팎으로 추정된다"며 "KB금융이 100억 원, 신한지주와 우리금융, 하나금융 등이 각각 600억 원 내외, BNK금융이 100억 원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그 외에도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이 상당히 많지만 공동 사업장 PF대출의 경우 시공사 교체 등을 통해 사업 진행이 가능할 수 있다"며 "또 태영건설 단독사업장 PF 대출의 경우는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보증 대출이 대부분이어서 당장 손익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태영건설) 관련 내용을 살피며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있다"며 "부동산PF 관련해서도 지속해서 관리 중이며, 연체율도 예상 범위 내에서 움직이고 있는 만큼 아직까진 크게 우려할 만한 상황은 아닌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