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배구조위원회-사장후보추천위원회-이사회, 사실상 동일 집단"
행동주의펀드 FCP(플래쉬라이트캐피탈파트너스)는 3일 KT&G가 지난해 12월 28일 발표한 사장 선정 절차에 대해 "말장난 밀실투표"라고 비판했다. /더팩트 DB |
[더팩트|윤정원 기자] 행동주의펀드 FCP(플래쉬라이트캐피탈파트너스)는 3일 KT&G의 사장 후보 절차에 대해 "말장난 밀실투표"라고 질타했다.
KT&G는 지난해 12월 28일 차기 사장 후보 공모 기준과 선정 과정을 공개한 바 있다. 당시 KT&G 측은 사장 선정 과정이 '지배구조위원회-사장후보추천위원회-이사회' 등 3단계로 진행된다고 밝혔다.
KT&G에 따르면 지배구조위원회는 이달 말 사장 후보 심사대상자를 확정하고 사장후보추천위원회에 추천할 계획이다. 사장후보추천위원회는 사장 후보 심사대상자에 대한 논의를 거쳐 2월 말 최종 후보자를 선정한다. 이후 이사회 주주총회 결의를 거쳐 3월 말 정기주주총회에서 차기 사장이 선임될 예정이다.
임민규 KT&G 이사회 의장은 "CEO 선임 과정을 발전시켜 투명성, 공정성, 객관성을 강화했다"며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인선자문단의 평가의견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고 심도있는 논의를 거쳐 사장 후보 선정 작업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지배구조위원회-사장후보추천위원회-이사회 세 기구는 모두 백복인 현 사장 임기 내 임명된 사외이사로 구성된, 사실상 동일한 집단이라는 게 FCP측의 주장이다.
작년 8월 11일 공시된 지배구조위원회 명단을 살펴보면 백종수, 김명철, 임민규, 손관수, 이지희 등 5명의 사외이사가 이름을 올리고 있다. 현 사외이사 6인 중 고윤성을 제외한 전원이 지배구조위원회 구성원인 셈이다.
FCP 측은 "과거 사례에 비추어 보아 사외이사 전원 6인으로 구성될 사장후보추천위원회는 지배구조위원회와 같은 인적구성인 셈"이라며 "이사회 역시 8인 중 6인이 사외이사로 구성되어 사외이사가 찬성하면 의결을 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이상현 FPC 대표는 "3단계 모두 동일한 사람들을 괜히 복잡한 한자를 쓰며 포장하고 있다. 간단히 '3중바닥 철밥통 카르텔'이라 하면 될 일"이라며 "실적부진, 주가폭락을 무릅쓰고 백복인 사장을 '연봉킹'으로 만든 장본인들에 큰 기대를 하지 않았지만, 이번은 언어유희로 주주와 사회를 현혹한다는 점에서 특히 질이 나쁘다"고 말했다.
FCP는 KT&G가 사장 후보 선정 프로세스의 첫 번째 단계인 지배구조위원회 심사 과정에서 외부 인사로 구성된 인선자문단의 의견을 반영해 숏리스트를 만들겠다고 밝혔으나, 단일 후보를 추리는 2차 심사 과정은 외부인 의견 없이 사장후보추천위원회의 단독 결정으로 진행되는 점에도 의구심을 표했다.
이상현 대표는 "가장 중요한 최종 후보 선정은 결국 이사회 단독 결정이다. 총 6인의 사외이사들 중 5인으로 구성된 지배구조위원회에 전문성과 객관성이 부족해 외부인사 자문이 필요하다면, 똑같은 인원들로 구성된 사장추천위원회는 무슨 명분으로 외부감독 없이 단독 결정을 내린단 말인가"라고 비판했다.
이 대표는 "이사회가 '연임 또는 세습'을 무리해서 추진하려다 자가당착에 빠졌다"며 "속보이는 불공정 선임과정에 어느 인재가 들러리를 서겠다고 지원하겠는가. 다시 예전처럼 전현직 임원 한정하는 프로세스가 됐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