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성차 위주서 IT 서비스 산업으로 재편 전망도
중국 IT 업체 샤오미 산하 전기차 기업 '샤오미 EV'가 첫 차량 'SU7' 사진을 공개했다. /뉴시스 |
[더팩트 | 김태환 기자] 중국 최대 IT기업 샤오미와 화웨이가 연이어 전기차를 공개하면서 완성차 업체가 주도하는 경쟁에 뛰어들었다. 단기적으로는 완성차 업체들의 제조기술과 노하우를 따라가기 버겁지만, 장기적 관점에서는 충분히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샤오미 산하 전기차 기업 '샤오미 EV'는 최근 자사의 첫 차량인 'SU7'의 실물 사진과 스펙 일부를 공개했다.
모델 이름인 'SU'는 스피드 울트라(Speed Ultra)를 의미하며, 73kWh 혹은 101kWh 용량 배터리를 탑재해 완충 시 주행 가능 거리는 최대 800km다.
공개된 사진에서 SU7은 포르쉐와 현대자동차 '아이오닉 6'처럼 유선형의 실루엣을 가지고 있으며, 밝은 하늘색으로 친환경 이미지를 강조했다. 후면 트렁크 위에는 가변식 전동 스포일러가 장착돼 성능을 극대화할 것으로 추정된다.
중국 IT기업인 화웨이도 지난해 11월 중국 5대 자동차 브랜드 중 하나인 체리자동차와 공동 개발한 '럭시드 S7'을 선보였다.
럭시드 S7은 화웨이가 개발한 전기 모터로 구동되며 단일 모터 기준 최대 215kW의 출력을 제공한다. 배터리는 CATL에서 생산되며 LFP배터리로 전환도 가능하도록 설계됐다.
화웨이는 고급 전기차 아이토 M9도 선보였다. 아이토는 화웨이가 중국 전기차 제조 업체 세레스와 합작해 개발했으며, 세레스가 차량을 생산하고 화웨이가 운영체제(OS)를 공급하는 방식으로 제작된다.
미국 최대 기술기업 애플이 '애플카'를 내놓을 것이라는 이야기도 수년전부터 계속 나온다. 최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애플의 중국과 대만 공급 업체들이 전기차 사업에 뛰어들고 있다며 오는 2026년에 '애플카'가 출시될 수 있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애플의 아이팟 조립 업체인 럭스쉐어는 자동차 부품 사업에 진출했으며, 아이폰 조립기업 폭스콘도 자동자 제조 사업에 진출했다. 애플의 비즈니스 파트너 중 하나가 중국 배터리 업체 BYD라는 점도 전기차 사업 진출을 앞당기는 요소라고 WSJ는 분석했다.
이처럼 IT기업의 전기차 시장 진출로 완성차 업체들이 주도하는 시장을 잠식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전기차는 내연기관차 대비 상대적으로 설계와 제조가 쉽다는 것이 자동차 업계의 중론이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내연기관 엔진은 정교한 부품과 시스템으로 구현되는데 전기차 대비 필요한 부품과 정밀도가 매우 높다"면서 "전기차를 설계하는 것이 내연기관을 만드는 것보다는 훨씬 문턱이 낮다"고 설명했다.
현대자동차가 내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CES 2024'에서 수소와 소프트웨어의 대전환을 주제로 미래 비전을 제시한다. /현대자동차 |
전문가들은 중장기적 관점에서 IT 업체들의 전기차 진출이 완성차 업체에 대한 도전으로 나타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현재 전자회사들은 전장 산업에 진출해 완성차 업체들과 협업 관계를 추구하고 있기 때문에 직접 전기차를 출시하면 주 거래처와의 관계 악화를 우려해 꺼려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다만 중장기적으로 봤을 때 전기차 제조 산업에 뛰어들 가능성이 있고, 경쟁구도가 형성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IT 업체들의 전기차 시장 진출로 자동차 산업 전반이 한동안 '복잡다기화'한 상황이 나타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전기차 부문은 자율주행과 운영체제(OS)를 통한 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SDV), 목적 기반 차량(PBV) 등 차량과 소프트웨어의 결합으로 새로운 시장이 창출될 전망이다. 여기에 배터리 제조사, IT 업체, 완성차 업체 등 다양한 시장 참가자들이 진입해 경쟁력을 확보하고 살아남는 과정을 거칠 것이라는 분석이다.
실제 현대자동차그룹은 오는 10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개최되는 'CES 2024'에 참석, 소프트웨어 전환과 수소 산업, PBV, UAM(도심형항공) 등과 관련해 대규모 전시를 추진한다. 자동차가 단순 이동수단이 아니라 소프트웨어와 결합된 하나의 전자제품처럼 활용되고, 지속 업그레이드를 통해 다양한 부가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것을 강조한다는 방침이다.
이항구 자동차연구원 연구위원은 "전기차 시장에서 완성차 시장의 비중이 커지겠지만, 전기차는 소프트웨어와 융합이 중요하기에 관련 서비스(자율주행, SDV 등) 시장이 더 빠르게 커질 것"이라며 "완성차 업체 역시 완성차뿐만 아니라 관련 시장에서 수익성 높은 쪽에 집중 투자하면서 자동차 업계 전반으로 구조적 개편이 나타날 전망"이라고 말했다.
kimthin@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