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계 행동주의펀드, 삼성물산에 연이은 개선 촉구 서한 보내
금융투자업계 "적극적 주주 활동 내년 3월까지 늘어날 것"
19일 금융투자업계와 블룸버그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외국계 행동주의펀드인 팰리서캐피탈, 시티오브런던인베스트먼트 매니지먼트, 화이트박스 어드바이저스는 최근 삼성물산에 지배구조 개선과 배당 확대 등을 촉구하고 있다. /더팩트 DB |
[더팩트 | 이한림 기자] 이윤을 취득하기 위해 주가 부양책을 펼치고 상장사를 압박하는 국내외 행동주의펀드의 연말 심상치 않은 움직임이 감지되는 가운데, 삼성그룹의 실질적 지주사 역할을 하는 삼성물산도 행동주의펀드의 타깃이 되면서 투자자들의 이목을 끌고 있다.
19일(이하 한국 시간) 금융투자업계와 블룸버그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최근 영국계 행동주의펀드 팰리서캐피탈이 삼성물산의 실질적 기업가치와 현 기업가치 간 격차가 약 250억 달러(한화 33조 원)에 육박한다며 지배구조를 개선할 것을 촉구했다.
팰리서캐피탈은 삼성물산 지분 0.62%를 보유한 행동주의펀드로 2015년 삼성물산이 제일모직과 합병할 때 반대표를 던져 화제를 모은 글로벌 행동주의펀드 앨리엇의 펀드매니저 출신 제임스 스미스가 설립한 곳으로 알려져 있다.
삼성물산에 최근 적극적 주주 활동을 펼치는 행동주의펀드는 이뿐만이 아니다. 같은 영국계 행동주의펀드인 시티오브런던인베스트먼트 매니지먼트는 지난달 삼성물산에 주당 배당금을 전년(2300원)보다 95.65%(2200원) 오른 4500원까지 상향하고 내년까지 주주 가치 제고 정책 목적으로 5000억 원 규모의 자사주를 매입할 것을 요구했다.
또한 미국계 행동주의펀드인 화이트박스 어드바이저스는 14일 삼성물산에 명확한 자본 배분 계획을 도입하라는 내용의 주주 서한을 보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18.26%),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6.28%),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6.28%) 등 오너일가의 지분이 고루 포진된 삼성물산 최대 주주 특수관계인 우호 지분(33.93%)을 움직여 주주 중심의 주가 부양책을 펼치라는 골자다.
특히 올해 4분기는 이재용 회장 등 오너일가가 고(故) 이건희 선대 회장 유산에 대한 4차 상속세 납부를 준비하면서 삼성전자 등 일부 삼성 계열사의 지분 매도 계약을 맺는 기간으로 분류된다. 실제로 홍라희 전 리움 관장과 이부진 사장, 이서현 이사장은 지난 10월 31일 삼성전자와 삼성물산, 삼성SDS 등 삼성 계열사 지분을 상속세 납부용으로 일부 매각하는 신탁 계약을 체결했다. 이부진 사장은 유일하게 삼성물산 지분(0.65%)도 매각한다.
지난 8월 KCGI자산운용이 현대엘리베이터에 지배구조 개선 요구를 담은 주주서한을 발송한 후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현대엘리베이터 등기이사와 이사회 의장직을 사퇴한 것은 적극적 주주 활동을 펼친 행동주의펀드의 영향력이 반영된 결과로 투자자들의 이목을 끌었다. /더팩트 DB |
이에 삼성 오너 일가의 삼성 계열사 지분이 감소하는 기간에 행동주의펀드가 지배구조 개선을 촉구하면서 자사주 매입 후 소각 등이 요구되도록 한다는 점도 업계의 눈길을 끄는 대목이다. 김수현 DS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지난달 27일 삼성전자에 대한 리포트를 통해 "삼성 총수 일가가 상속세 납부를 위해 지분을 매도했다가 다시 회복할 유일한 방법은 자사주 매입 후 소각"이라고 밝혔다.
또한 최근 행동주의펀드가 요구한 주주활동이 바로 반영된 사례도 있었기 때문에 삼성물산을 향한 행동주의펀드의 공격은 더욱 관심사로 꼽힌다. 국내 행동주의펀드인 KCGI자산운용(옛 메리츠자산운용)이 지난 8월 현대엘리베이터에 적극적 주주 활동을 펼치자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현대엘리베이터 등기이사와 이사회 의장 명함을 내려놓고,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기업지배구조 정책 등 주주 환원책 발표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명재엽 KCGI운용 주식운용팀장은 당시 온라인 기자간담회를 통해 "독립적이고 투명한 지배구조를 위한 첫걸음이 되기를 희망한다"며 소감을 남겼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이런 국내외 행동주의펀드들의 적극적 주주 활동이 늘어나는 것은 물론, 11월과 12월뿐만 아니라 내년 주주총회(주총) 시즌인 3월까지 이어질 것으로 전망한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행동주의펀드는 투자자들의 관심을 받을 수 있는 주총 시즌에 맞춰 무분별한 활동으로 주가를 띄우려는 경향이 있으므로 자신들이 지분을 보유한 만큼 주가를 부양해 단기간 이득을 취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또 행동주의펀드가 활발하게 움직이면 증권사들도 공개매수나 인수 금융을 적극 주선하는 등 단기 수익을 낼 수 있어 투자에 주의가 요구된다"고 말했다.
지난해 주총 시즌에서 국내 한 상장사의 지배구조에 영향을 미친 한 행동주의펀드사의 관계자는 "상장사에 주주제안을 하려면 주총이 열리기 6주 전까지 서면으로 제출해야 하므로 12월보다 1~2월에 행동주의펀드의 적극적 주주 활동이 본격화될 여지가 높다"며 "주주가치 제고 방안에는 상장사가 배당을 늘리거나 자사주 매입 후 소각 등 여러 방법이 있다. 국내 증시가 부진한 흐름을 이어가면서 실적이 좋지만, 주가는 비교적 낮은 기업이 수두룩하다. 최대 주주가 적극적이고 투명하게 지배구조를 손본다면 기업 펀더멘탈에 대한 평가가 명확해질 수 있으므로 주가가 오를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