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구광모·조현준·조원태 등 대기업 총수들, 尹 부산 방문 동행 화제
"기업인 시간 그만 뺏어" 불편한 시선도
윤석열 대통령이 6일 부산 중구 깡통시장을 방문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왼쪽), 김동관(오른쪽 두 번째) 한화그룹 부회장, 조원태(오른쪽) 한진그룹 회장 등 기업인들과 떡볶이와 어묵국물 등 분식을 맛보고 있다. /뉴시스 |
경제는 먹고사는 일과 관련된 분야입니다. 한 나라의 경제가 발전하면 국민의 삶의 질이 높아지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이지요. [TF비즈토크]는 갈수록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경제 분야를 취재하는 기자들이 모여 한 주간 흥미로운 취재 뒷이야기들을 생생하게 전달하기 위해 만든 코너입니다. 우리 경제 이면에서 벌어지고 있는 다양한 사건들을 들여다보기 위해 현장을 누비고 있는 <더팩트> 성강현·최승진·장병문·허주열·황원영·이성락·김태환·윤정원·이한림·정소양·이중삼·송주원·최문정·최의종·최지혜·이선영·우지수·서다빈 기자가 나섰습니다. 지난 한 주 동안 미처 기사에 담지 못한 경제계 취재 뒷이야기를 지금 시작합니다. <편집자 주>
[더팩트|정리=윤정원 기자] -곳곳에 크리스마스트리 장식이 즐비하고 캐롤이 울려 퍼지는 요즈음입니다. 어딜 가나 연말 분위기가 물씬 풍겨 쌀쌀한 날씨에도 불구하고 외출이 흥겹고 즐겁네요. 또 '겨울' 하면 빼놓을 수 없는 게 '길거리 간식'인데요. 최근 윤석열 대통령과 재계 총수들도 나란히 떡볶이 등 분식 '먹방'에 나서 큰 화제를 모았습니다.
-주식시장에서도 환호성이 터질 일이 있었죠. 바로 역대 최초로 '따따블'(공모가 대비 4배 상승)을 기록한 종목이 등장해서인데요. 앞서 두산로보틱스, 에코프로머티리얼즈도 해내지 못한 걸 케이엔에스가 성공했습니다. 2차전지 투자 열풍이 시들해졌다는 건 잘못된 이야기였던마냥 케이엔에스는 우상향 곡선을 그리고 있습니다.
-자동차업계에서는 메르세데스-벤츠가 후륜구동 기반 준대형차인 'E클래스'의 11세대 완전변경 모델의 국내 출시를 결정하며 선전을 예고한 한 주였습니다. '더 뉴 메르세데스-벤츠 E클래스'(신형 E클래스)는 내년 1월 출시를 앞두고 있는데요. 뉴 E클래스는 벤츠만의 오랜 헤리티지와 럭셔리 아날로그 감성에 보다 지능화되고 개인화된 최첨단 디지털 경험을 결합, 빠르게 변화하는 자동차 미래에 다시 한 번 새로운 기준을 제시할 것으로 보입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6일 부산 중구 깡통시장을 방문해 기업인들과 떡볶이를 맛보고 있다. (왼쪽부터) 최재원 SK 수석부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조현준 효성 그룹 회장, 윤 대통령, 구광모 LG그룹 회장,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 정기선 HD현대 부회장. /뉴시스 |
◆ 재벌 총수들 "진짜 먹방 유튜버처럼 맛있게 먹는다" 반응
-우선 재계 소식부터 들어보겠습니다. 앞서 이야기했듯, 국내 주요 대기업 총수들이 시장을 방문해 떡볶이를 먹는 모습이 화제가 됐다면서요?
-맞습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최재원 SK그룹 수석부회장,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 정기선 HD현대 부회장 등은 지난 6일 윤석열 대통령과 함께 부산 국제시장 일원을 방문했는데요. 상인들의 환호를 받으며 시장에 도착한 총수들은 떡볶이, 어묵 등을 함께 먹었고, 이후 이 모습이 담긴 사진이 퍼지면서 이목을 끌었습니다.
-무슨 이유로 총수들이 한꺼번에 국제시장을 방문한 건가요?
-세계박람회(엑스포) 유치 실패로 실망한 부산 시민들을 위로하는 대통령 일정에 동행한 것인데요. 앞서 기업 총수들은 정부와 함께 부산엑스포 유치를 위해 총력전을 펼쳤으나, '오일 머니'를 앞세운 사우디아라비아에 완패하며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했습니다. 이에 제173차 국제박람회기구(BIE) 총회가 열리는 프랑스 파리 팔레 데 콩그레 회의장에 참석했던 총수들은 윤 대통령과 부산 일정을 함께 소화했습니다. 부상으로 다리에 깁스를 하고 투혼 유치전에 나섰던 최태원 SK회장을 비롯해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만 해외 출장 등의 일정으로 불참했고요.
-이날 평소 쉽게 볼 수 없는 총수들의 소탈한 모습이 포착돼 큰 관심을 받았다면서요.
-맞습니다. 이재용 회장은 부평깡통시장에서 수줍은 듯 미소를 띠며 "사장님, 오뎅(어묵) 국물 좀"이라고 말한 뒤 국물 맛에 만족한 듯 "와", "아 좋다"라고 탄성을 내뱉기도 했습니다. 이에 "한국 1위 기업 총수의 소탈한 모습이 보기 좋다"라는 반응이 많았습니다.
-정기선 부회장도 떡볶이 '먹방'을 선보이며 인기를 모았습니다. 분식집에 도착하자마자 "식기 전에 먹어도 되느냐"고 물어보더니, 떡볶이가 나오자 접시를 향해 달려들듯 공격적으로 머리를 들이밀곤 한 젓가락을 입에 넣었고, 연거푸 만족의 끄덕임을 보였습니다. 이 모습을 본 누리꾼들은 "회장님들이 진짜 먹방 유튜버처럼 맛있게 먹는다"는 반응을 보였고요. 구광모 회장도 떡볶이 그릇을 깨끗하게 비웠습니다.
-김동관 부회장이 '떡볶이를 맛있게 먹었다, 아니다'를 두고 누리꾼들 사이에서는 논쟁 아닌 논쟁이 후끈 달아올랐습니다. 당초 김동관 부회장은 떡볶이를 그다지 즐기지 않는 듯한 모습으로 편집된 영상이 온라인에 퍼져나가며 화제가 됐는데, 이내 반박 영상이 올라온 겁니다. 영상에는 김동관 부회장이 떡볶이 접시에서 커다란 어묵 한점을 젓가락으로 집어올려, 이빨로 끊지도 않고 통째 입에 털어넣는 장면 등이 담겼습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카메라를 응시하며 '쉿' 하는 모습은 온라인에서 큰 화제를 모았다. /온라인 커뮤니티 갈무리 |
-이재용 회장은 떡볶이를 먹는 모습 외에도 눈길을 끈 대목이 많다죠.
-네, 이재용 회장은 여타 총수들보다 더욱 인기몰이를 했습니다. 특히 이 회장이 자신을 촬영하는 카메라를 향해 익살 섞인 웃음을 지으며 '쉿' 하는 모습은 '밈'(meme·인터넷 유행 게시물)으로 자리잡았습니다. 해당 사진에 '동생 몰래 신라호텔 계산 안 하고 튀기'라는 제목이 붙은 합성본이 돌기도 했고요.
-이 포즈는 실제 어떤 과정에서 나온 건가요? 진짜 이유는 뭐예요?
-이재용 회장의 해당 포즈는 대통령을 제치고 이 회장을 연호하는 상인들의 목소리 때문이었던 것으로 추측됩니다. 당시 행사에 참석했던 이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페이스북을 통해 "시장 전체가 대통령님을 연호하는 소리로 가득했지만, 그 사이를 뚫고 유독 '이재용 회장님' 부르는 상인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며 "그렇게 가는 곳마다 사진 찍자, 악수하자고 하시는 통에 아마도 주변에 대통령님이 계셔서 소리를 낮춰 달라고 하신 포즈가 아닐까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재용 회장은 시민들을 향해 "왜 이렇게 아이폰이 많아요?"라는 농담도 건넸다면서요.
-네, 이재용 회장은 평소 농담을 통해 삼성전자 제품에 대한 애정을 드러내는 것으로 유명하죠. 올해 초 스위스 세계경제포럼에서 취재진 카메라를 두고 "다 캐논이더라고요"라고 농담했을 당시에도 큰 관심을 받은 바 있습니다.
-이날 이 회장은 삼성이 6.25전쟁 당시 부산 연포동에 설탕공장을 설립했던 인연을 소개하며 눈길을 끌기도 했습니다. 아울러 "지난해 부산의 도금업체를 방문하고 잠재력을 느꼈다"고 전하며 "부산 경제가 한국 성장의 동력이 될 것으로 확신한다. 부산과 함께 하고자 한다"고 밝혔습니다.
-부산 시민들은 이재용 회장을 포함한 총수들에 대해 반가움을 표했지만, 대통령 '민심 달래기' 일정에 주요 기업인들이 동원된 것을 놓고 불편한 시선도 있다면서요?
-네. 일례로 여권 인사 홍정욱 전 의원은 "나라를 대표하는 기업인들이 본업에 집중해야 할 이 어려운 시기에 국제시장에 모여 떡볶이를 먹어야만 했던 창대한 이유가 분명히 있었을 것이라 믿어본다"는 비꼬는 내용을 자신의 SNS에 올렸습니다. 더불어민주당 정성호 의원은 "부산 민심 수습한다고 대기업 총수들 끌고 나가는 것 안 했으면 좋겠다"고 지적했고요.
-대중의 부정적인 반응도 있었나요?
-총수들의 소탈한 모습을 자연스럽게 접할 수 있었던 부분은 긍정적인 반응을 이끌어냈으나 대통령 민심 행보에 사실상 '차출'된 것 아니냐는 지적도 적지 않았습니다. 누리꾼들은 "윤 정부가 29표 받아놓고 기업 총수들 일도 못하게 평일에 데려가서 뭐하는 거야", "기업 경영하기 많이 힘들겠다", "지금 경제가 엉망이다. 총수는 총수 역할 하게 시간 뺏지 말라", "(기업인들이) 용산 직원이냐, 병풍이냐" 등의 댓글을 남기며 불편함을 표출했습니다.
☞<하>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