쇄신·안정·변화, 3사3색 전략
"그룹 미래 성장 초점"은 한목소리
신세계그룹은 지난 9월 '2024년 정기 임원인사'를 발표했다. 핵심 인사 키워드는 '쇄신'이다. /더팩트 DB |
[더팩트|이중삼 기자] 국내 유통업계 3사(신세계그룹·롯데그룹·현대백화점그룹) '2024년 정기 임원인사'가 마무리됐다. 각 사는 그룹 미래 성장을 가속화하기 위해 대표이사를 교체하는 등 결단을 내렸다. 다만 그룹별로 미묘한 차이를 보였는데, 신세계그룹은 '쇄신', 롯데그룹은 '안정', 현대백화점그룹은 '변화'로 요약된다. 내년에도 업황 불황이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의 이번 결정이 향후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업계에선 "이번 인사는 사실상 쇄신에 무게를 실은 셈"이라며 "내년 하반기 실적 결과가 중요한 지표가 될 것"이라는 말이 나온다.
2024년 정기 임원인사를 가장 먼저 단행한 신세계그룹(지난 9월 20일)은 △변화·혁신 △시너지 효과 강화 △성과총력체제 구축 등에 방점을 찍었다. 동시에 경영환경을 정면 돌파하고 미래를 개척할 수 있는 실행력 강한 조직 진용(구성원의 짜임새)을 새롭게 구축했다.
이번 인사를 통해 대표이사 약 40%가 교체됐다. 특히 강희석 이마트·SSG닷컴 대표와 손영식 신세계 대표가 한꺼번에 해임됐다. 실적 부진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의하면 이마트 매출은 연결 기준 △24조9326억 원(2021년) △29조3324억 원(2022년), 영업이익은 △3167억 원(2021년) △1356억 원(2022년)을 기록했다. 2021년과 2022년을 비교하면 매출은 17.6%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57.1% 줄었다.
올해도 실적은 나아지지 않았다. 올해 1분기 매출은 연결 기준 7조1353억 원, 영업이익은 136억 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매출 7조35억 원·영업이익 344억 원) 대비 매출은 1.9%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60.4% 줄었다. 올해 2분기 경우 매출은 7조2710억 원, 영업이익은 -530억 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동기 매출(7조1473억 원) 보단 1.7% 늘었지만, 영업이익(-123억 원)은 적자 폭이 확대됐다. 올해 3분기 매출은 7조7096억 원, 영업이익은 779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매출 7조7074억 원·영업이익 1007억 원) 대비 매출은 0%였고, 영업이익은 22.6% 줄었다.
신세계 매출도 감소했다. 올해 1분기 매출은 연결 기준 1조5634억 원, 영업이익은 1524억 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매출 1조7665억 원·영업이익 1636억 원) 대비 각각 11.5%, 6.8% 줄었다. 올해 2분기 매출은 1조5759억 원, 영업이익은 1495억 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동기(매출 1조8771억 원·영업이익 1873억 원) 대비 각각 16.0%, 20.2% 감소했다. 올해 3분기는 매출 1조4974억 원, 영업이익 1318억 원으로 지난해 동기 매출(1조9550억 원)보다 23.4% 줄었고, 영업이익(1530억 원)은 13.9% 감소했다.
강 대표가 떠난 자리는 한채양 조선호텔앤리조트 대표로 채워졌다. 그는 조선호텔앤리조트를 떠나 이마트와 이마트에브리데이, 이마트24를 총괄하게 됐다. 신세계 대표는 박주형 신세계센트럴시티 대표가 겸직하게 됐고, 송현석 신세계푸드 대표는 신세계L&B 대표를 함께 맡게 됐다.
신세계그룹 관계자는 "조직의 경쟁력을 근본적으로 쇄신·강화하고 새로운 성과창출·상승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과감한 혁신 인사를 단행했다"며 "앞으로도 철저한 성과능력주의 인사를 통해 그룹의 미래 준비를 더욱 강화할 것이다"고 말했다.
신세계그룹은 특히 신임 경영전략실장에 임영록 신세계프라퍼티 대표를 선임해 눈길을 끈다. 이 회사가 경영전략실장을 교체한 건 8년 만이다. 경영전략실은 신세계그룹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핵심 조직이다. 선임 이유에 대해 신세계그룹 관계자는 "임 신임 경영전략실장은 7년간 신세계프라퍼티 대표 직무를 수행하며 새로운 유통 포맷인 스타필드를 시장에 안착시켰다"며 "이 과정에서 그룹 내 여러 관계사와의 협업을 성공적으로 이끌었다는 점을 감안해 신임 경영전략실장의 중책을 맡게 됐다"고 전했다.
참고로 정 부회장은 지난달 두 차례 전략회의를 주재하며 '신상필벌 원칙'(공로가 있으면 상을 내리고 죄를 지었으면 징벌을 받아야 한다는 의미)을 강조했다. 특히 변화·혁신을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도 표명했다.
전문가들은 신세계그룹이 대대적인 물갈이에 나선 이유를 신상필벌 원칙으로 정리했다. 김종갑 재능대 유통물류과 교수는 "이번 인사 결과는 변화·쇄신·성과체제 구축 등 분위기 반전을 위한 강도 높은 처방으로 진단된다"며 "특히 오프라인 이마트와 온라인 SSG닷컴 결합 효과 강화가 필요하다. 경쟁력 있는 비즈니스 모델 개발도 착수해야 한다"고 말했다.
롯데그룹은 지난 6일 '2024년 정기임원 인사'를 발표했다. 핵심 키워드는 '안정'으로 요약된다. /더팩트 DB |
◆ 신동빈 회장, 인사 키워드는 '안정 속 성장'
롯데그룹은 이번 인사에서 혁신보단 안정에 무게를 실었다. 롯데그룹은 지난 6일 2024년 정기 임원인사를 발표하면서 대표이사를 교체하기 보단, 다시금 기회를 부여했다. 신 회장은 실적이 부진한 김상현 롯데쇼핑 부회장을 유임하고, 정준호 롯데쇼핑 백화점사업부 대표이사 부사장은 사장으로 승진시켰다. 남창희 롯데하이마트 대표와 김주남 롯데면세점 대표, 김재겸 롯데홈쇼핑 대표도 유임됐다. 다만 나영호 롯데온 대표는 자리에서 물러났다. 참고로 새롭게 선임된 롯데온 대표는 박익진 어피니티 에쿼티 파트너스 글로벌 오퍼레이션그룹 총괄헤드다. 일각에서는 유임된 대표들에 대해 "실적을 차츰 회복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거나 취임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살아남았다"는 말이 나온다.
이번 인사에서 가장 이목이 쏠렸던 부분은 롯데쇼핑이다. 그룹 모태가 되는 계열사이기 때문이다. 이에 실적이 부진한 김 부회장과 정 사장은 책임을 지고 물러날 것이란 관측이 많았다. 그러나 신 회장은 교체보단 기회를 줬다.
롯데쇼핑 실적은 2개 분기 연속 미끄러졌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의하면 올해 2분기 롯데쇼핑 매출은 3조6222억 원, 영업이익은 514억 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매출 3조9018억 원·영업이익 743억 원) 대비 각각 7.2%, 30.8% 줄었다. 올해 3분기 매출은 3조7391억 원, 영업이익은 1420억 원으로 지난해 동기(매출 4조132억 원·영업이익 1500억 원) 대비 각각 6.8%, 5.3% 감소했다.
특히 백화점사업부만 떼서 보면 올해 2분기 매출은 8220억 원, 영업이익은 660억 원을 기록해 지난해 동기(매출 8280억 원·영업이익 1040억 원) 대비 각각 0.8%, 36.9% 줄었다. 올해 3분기 매출(7530억 원)과 영업이익(740억 원)은 지난해 같은 기간(매출 7690억 원·영업이익 1090억 원) 보다 각각 2.0%, 31.8% 하락했다.
김종갑 교수는 "(실적 부진을 겪고 있는 대표들을 유임시킨 이유는) 실적 개선과 관련이 있어 보인다"며 "100% 전문경영인 역할로만 평가했다면 교체됐겠지만 실적 회복과 조직관리 차원 등 복합적인 요인들이 작용했을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실적만 놓고 평가가 이뤄지지 않았다"며 "외부적 요인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현대백화점그룹은 지난달 2일 '2024년 정기 임원인사'를 발표했다. 핵심 키워드는 '변화'다. /더팩트 DB |
◆ 정지선 회장, '변화' 통해 그룹 미래 성장 준비
현대백화점그룹의 이번 인사의 핵심 키워드는 '변화'다. 그룹은 지난달 2일 정기 임원인사를 발표했다. 이번 인사를 통해 3개 계열사(현대백화점·현대홈쇼핑·현대L&C) 대표를 교체했다. 현대백화점 대표에는 정지영 현대백화점 영업본부장 겸 영업전략실장(부사장)이 내정됐다. 현대홈쇼핑 새 수장으로는 한광영 현대홈쇼핑 영업본부장(전무)이, 현대 L&C 대표에는 정백재 현대 L&C 경영전략본부장(상무)이 선임됐다.
현대백화점과 현대홈쇼핑은 올해 실적이 좋지 않았다. 올해 1분기 연결 기준 현대백화점 매출은 1조977억 원, 영업이익은 778억 원을 기록했했다. 지난해 동기(매출 9343억 원·영업이익 888억 원) 대비 매출은 17.4%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12.3% 줄었다. 올해 2분기 매출은 9702억 원, 영업이익은 556억 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매출 1조1252억 원·영업이익 712억 원) 대비 각각 13.7%, 21.9% 줄었다. 올해 3분기 매출은 1조42억 원, 영업이익은 739억 원으로 지난해 동기(매출 1조3721억 원·영업이익 922억 원) 대비 각각 26.8%, 19.8% 줄었다.
현대홈쇼핑은 올해 1분기 매출은 4943억 원, 영업이익은 167억 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매출 5103억 원·영업이익 349억 원) 대비 각각 3.1%, 52.0% 줄어든 수치다. 올해 2분기 매출(5228억 원)은 지난해 동기(5422억 원) 보다 3.6% 감소했고, 영업이익(176억 원)은 지난해 같은 기간(277억 원) 보다 36.4% 줄었다. 올해 3분기 매출(5051억 원)과 영업이익(168억 원)은 지난해 동기(매출 5320억 원·298억 원) 대비 각각 5.0%, 43.6% 쪼그라들었다.
현대백화점그룹 관계자는 "이번 정기 임원 인사의 핵심 키워드는 '안정 기조 속 미래 성장을 위한 변화 추구'"라며 "어려운 대내외 경영환경을 감안해 조직을 확장하기 보다는 안정 기조를 바탕으로 내실을 꾀하는 동시에 변화와 혁신을 속도감 있게 추진해 그룹의 미래 성장을 준비하겠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일부 계열사 대표가 교체된 이유에 대해선 "지난 2년간 계열사 대표를 모두 유임시키며 변화를 주지 않았지만, 미래 성장을 위해 꼭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사업 분야에 대해선 변화를 선택하게 된 것이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특히 백화점과 홈쇼핑의 경우 내년 3월 대표이사 임기가 만료되는 점을 감안해, 조직 전반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내부 인재를 승진 발탁했다"고 설명했다.
김종갑 교수는 "현대백화점그룹의 경우 새로운 시장 개척과 기술 혁신에 중점을 두는 경향이 뚜렷하다"며 "인사쇄신을 통한 변화를 이루기 위해 대표를 교체한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