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2024 정기 임원인사' 발표
신동빈 롯데 회장, 다시 한번 힘 실어줘
롯데쇼핑 실적이 내리막길을 걷고 있는 가운데 김상현(왼쪽) 롯데쇼핑 부회장과 정준호 롯데쇼핑 대표가 6일 정기임원 인사에서 살아남았다. /롯데그룹 |
[더팩트|이중삼 기자] 유통군에서 인사 칼바람이 거셀 것이란 예상이 뒤집어졌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인사 쇄신보단 기존 리더들에게 다시금 힘을 실어줬기 때문이다. 김상현 롯데쇼핑 부회장과 정준호 롯데쇼핑 백화점사업부 대표이사는 살아남았다. 특히 정 대표는 부사장에서 사장으로 승진했다. 롯데쇼핑 실적이 줄곧 내리막길을 걷고 있어 교체설도 불거졌지만, 신 회장이 다시 기회를 준 것은 '실적 개선'으로 보답하라는 취지로 분석된다.
롯데그룹은 6일 '2024년 정기 임원인사'를 발표했다. 인사를 앞두고 임기 만료 예정인 대표들이 실적 부진에 책임을 지고 물러날 것이란 관측이 많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그룹 핵심 계열사인 롯데쇼핑의 김 부회장과 정 대표는 살아남았다. 실적 개선이란 특명을 안고 다시 롯데쇼핑을 이끌게 됐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실적이 악화 일로를 걷고 있는 데다가 국내 유통시장 미래도 밝지 않아서다. 롯데쇼핑은 올해 2분기부터 외형성장과 수익성 모두 쪼그라들었다. 특히 내년 소매시장은 올해 대비 1.6% 성장에 머물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상황이어서 내년 상반기 실적 회복을 이루는 것도 쉽지 않아 보인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의하면 올해 3분기 롯데쇼핑 매출은 3조7391억 원, 영업이익은 1420억 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동기(매출 4조132억 원·영업이익 1500억 원) 대비 각각 6.8%, 5.3% 감소했다. 지난 2분기 실적도 저조했다. 매출은 3조6222억 원, 영업이익은 514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매출 3조9018억 원·영업이익 743억 원) 대비 각각 7.2%, 30.8% 줄었다. 실적 악화 이유에 대해 롯데쇼핑은 물가상승으로 인한 고정비 증가 부담에 따른 판매관리비가 오른 영향이라고 분석했다.
백화점사업부만 떼서 보면 올해 3분기 매출(7530억 원)과 영업이익(740억 원)은 지난해 같은 기간(매출 7690억 원·영업이익 1090억 원) 대비 각각 2.0%, 31.8% 줄었다. 국내 매출은 7320억 원으로 지난해 동기(7540억 원) 대비 2.9% 줄었지만 해외 매출은 210억 원에서 지난해 같은 기간(150억 원) 대비 43.0% 늘었다. 해외 매출이 증가했지만 국내 매출이 힘을 받지 못하면서 전체 실적에 영향을 미쳤다. 올해 2분기 경우 매출은 8220억 원, 영업이익은 660억 원을 기록했는데, 지난해 동기(매출 8280억 원·영업이익 1040억 원) 대비 각각 0.8%, 36.9% 줄었다.
특히 내년도 소매시장 전망은 '먹구름' 짙다. 대한상공회의소(대한상의)는 지난달 29일 상의회관에서 올해 유통업계를 결산하고 내년 유통시장 변화와 판도를 미리 조망해 보는 '2024년 유통산업 전망 세미나'를 열었다. 이날 대한상의는 소매유통기업 250개사를 대상으로 시행한 '2024년 소비시장 전망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세미나의 핵심은 내년 소매시장이 올해 대비 1.6% 성장에 머물 것이란 점이다. 응답자 가운데 56.8%가 내년 유통시장을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이유로는 △소비심리 위축(66.2%) △금리 인상·가계부채 부담 증가(45.8%) △고물가 지속(45.8%) △원유·원자재 가격상승(26.8%) 등이 꼽혔다.
이와 관련, 대한상의 관계자는 "고물가·고금리 상황이 내년에도 이어지면서 소매시장이 성장 정체기에 접어들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며 "한정된 수요를 둘러싼 시장 내 생존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이다"고 말했다.
6일 롯데그룹은 인사 단행을 통해 정준호 롯데쇼핑 대표를 부사장에서 사장으로 승진시켰다. 사진은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더팩트 DB |
◆ 정 대표, 부사장→사장 승진…'실적 개선' 주도
이날 롯데그룹은 정 대표를 부사장에서 사장으로 승진시켰다. 이유는 '실적 개선'을 주도했다는 것이다. 롯데그룹 측은 "정 대표는 외부 영입된 패션MD 전문가로, 경기침체로 인한 소비심리 악화에도 롯데백화점만의 프리미엄전략으로 실적 개선을 주도했다"고 승진 배경을 밝혔다. 그러나 올해 2개 분기 연속 실적이 미끄러진 것을 봤을 땐 설득력이 부족해 보인다. 이에 대해 롯데지주 관계자는 "실적만 놓고 평가가 이뤄진 것은 아니다"며 "외부적 요인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김 부회장과 정 대표가 살아남은 이유에 대해 실적 회복 미션과 신 회장의 장남인 신유열 롯데케미칼 전무(올해 정기 임원 인사를 통해 상무에서 승진) 등을 꼽았다.
김종갑 재능대 유통물류과 교수는 "100% 전문경영인 역할로만 평가한다면 교체됐겠지만 실적 회복, 조직관리 차원, 조직에 대한 이해 등 복합적인 요인들이 작용했다고 판단된다"며 "신 회장의 장남인 신 전무가 향후 그룹 모태인 유통 부문에서 핵심 역할을 맡는 데 있어 김 부회장과 김 대표가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본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롯데쇼핑이 향후 지속 성장하기 위한 과제로 '롯데온' 안정화를 꼽았다. 전체 매출에서 파이는 적지만, 이커머스 시장이 날로 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29일 열린 대한상의 세미나에서 안태희 커니코리아 부사장은 "성장이 정체된 오프라인 시장의 점유율을 이커머스 시장이 매년 1% 가량 대체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2027년에는 글로벌 랭킹 1위에서 4위까지를 모두 이커머스 플랫폼사업자가 대체할 것이다"고 관측했다.
롯데온은 롯데쇼핑의 '아픈 손가락'으로 불린다. 적자 수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자공시시스템에 의하면 올해 3분기 롯데온 매출은 320억 원, 영업이익은 -230억 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매출 250억 원·영업이익 -380억 원) 대비 매출은 70억 원 늘었고, 영업손실은 150억 원 줄었다. 올해 2분기 영업이익(-210억 원)도 지난해 동기(-490억 원) 대비 280억 원 축소했다. 그러나 흑자 전환에는 지속해서 실패했다.
특히 이번 인사에서 나영호 롯데온 대표가 유임되지 못했는데, 이를 두고 업계에선 실적 부진을 원인으로 들었다. 참고로 새롭게 선임된 대표는 박익진 어피니티 에쿼티 파트너스 글로벌 오퍼레이션그룹 총괄헤드다.
롯데홈쇼핑과 롯데컬처웍스 등 롯데 계열사들의 실적 개선도 이뤄져야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의하면 올해 3분기 롯데홈쇼핑 매출은 2190억 원, 영업이익은 -80억 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매출 2560억 원·영업이익 210억 원)보다 매출은 370억 원 줄었고, 수익성은 적자 전환했다. 롯데컬처웍스의 올해 3분기 매출은 1540억 원, 영업이익은 30억 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동기(매출 1888억 원·영업이익 210억 원) 대비 각각 18.2%, 85.1% 줄었다. 이 여파로 롯데홈쇼핑과 롯데컬처웍스는 희망퇴직 카드를 꺼내 들었다.
롯데컬처웍스 관계자는 "엔데믹으로 시장 회복세가 기대됐지만, 영화 산업의 장기적 침체가 이어지고 있다"며 "여러 자구적 노력을 기울였지만, 불가피하게 희망퇴직을 결정하게 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