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월 생보사 해약환급금 34조4557억 원…전년比 41.6%↑
업계, 당분간 보험 해약·불황형 대출 수요 증가 전망
생명보험사의 해약환급금 규모가 34조 원을 넘어서는 등 손해를 보더라도 보험을 해지하는 서민들이 늘고 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 /이덕인 기자 |
[더팩트ㅣ이선영 기자] 생명보험사의 해약환급금 규모가 34조 원을 넘어서는 등 손해를 보더라도 보험을 해지하는 서민들이 늘고 있다. 보험업계에서는 당분간 경기 침체로 보험을 해약하거나 불황형 대출을 늘리는 추세가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6일 생명보험협회에 따르면 올해 1월~9월 보험기간을 채우지 않고 계약을 해지해 보험사가 지급한 해약환급금은 34조4557억 원이다. 전년 동기(24조3309억 원) 대비 41.6% 증가했으며, 10조 원 이상 불어났다. 이는 전월(30조8197억 원) 대비로는 3조6359억 원 증가했으며 3분기 해약환급금 기준으로 사상 최대다. 9월 기준 효력상실환급금은 1조2125억 원을 기록했다. 효력상실환급금은 지난 6월 8350억 원, 7월 9634억 원, 8월 1조943억 원 등 꾸준히 늘고 있는 추세다.
효력상실은 보험료를 납입하기로 약정한 날짜에 보험료가 납입되지 않을 경우 납입 최고 기간의 종료일 이후부터는 해당 계약의 효력이 사라지는 것을 의미한다. 보험사는 효력상실 이전에 계약자에게 보험료를 납입할 것을 통지해야 한다. 효력상실환급금이 늘고 있다는 것은 보험료를 내지 못하는 상황에 놓인 서민들이 그만큼 많아졌다는 의미다.
'불황형 대출'이라 불리는 보험계약대출(약관대출)도 올해 들어 급증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6월 기준 보험사의 보험계약대출 잔액은 68조9000억 원으로 2020년 말(63조5000억 원)보다 5조4000억 원 늘었다.
약관대출은 보험의 보장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해지환급금을 담보로 최대 95% 내에서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대출서비스다. 실제로 신용도가 낮아 일반 금융회사 대출 이용에 제약이 있거나 자금흐름이 안정적이지 않은 금융소비자에게 '급전창구'로 유용하게 쓰인다.
보험업계는 경기 침체로 보험을 해약하거나 불황형 대출을 늘리는 추세가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더팩트 DB |
문제는 앞으로도 불황형 대출과 해약이 늘어날 수 있다는 점이다. 저성장, 고물가·고금리가 이어지고 있고 이는 취약차주들의 자금 수요를 불안정하게 할 수 있다. 실제로 통계청이 발표한 '11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12.74(2020=100)로 1년 전보다 3.3% 올랐다. 8월(3.4%), 9월(3.7%), 10월(3.8%)에 이어 4개월 연속 3%대를 지속했다. 다만 오름폭은 10월(3.8%)과 비교해 줄어들며 4개월 만에 둔화했다.
김동겸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지난 1월 발표한 '보험계약 유지율 실태와 시사점'에서 "보험 가입자의 경제상황이 어려워질 경우 보험료 납입 여력이 줄어들어 보험 해지 가능성이 커진다"며 "개인생명보험과 장기손해보험 모두 경제불황기에 유지율이 하락했다"고 분석했다.
보험업계에서도 경기 침체로 보험을 해약하거나 불황형 대출을 늘리는 추세가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보험사들은 해지환급금 규모가 늘어나면서 생명보험사의 수익성에 타격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생보사 관계자는 "보험산업은 경기 후행 산업으로 해약이 증가하는 현상은 가입자들이 체감하기에도 경기가 좋지 않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라며 "해지한 보험은 부활할 수 없는 만큼 신중해야 하고 특히 보장성 보험같은 만약을 대비한 상품이라면 가능한 한 유지하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