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1일 종가 45만4500원…10년 전 대비 60% 넘게 내려
남양유업은 10년 전인 지난 2013년에는 100만 원대를 호가한 종목이다. 남양유업의 역대 최고가는 117만5000원이다. /더팩트 DB |
한때 1주당 100만 원을 호가하며 황제주 반열에 오른 종목들이 있다. 국내 증시 역사상 황제주 자리에 올랐던 종목은 코스피 11개, 코스닥 5개 등 도합 16개 종목이다. 높은 가격만큼 투자자와 시장의 뜨거운 관심을 받았지만 현재 국내시장에서 황제주는 자취를 감췄다. 경영진을 둘러싼 논란, 실적 또는 업황 악화, 물적분할 등 왕좌를 내려놓은 이유는 다양하다. 최근에는 고금리·고유가·고환율 '3고' 우려와 이스라엘·하마스 전쟁과 같은 중동발 리스크 등 여러 악재가 겹치면서 증시가 맥을 추지 못하고 있다. 한때 황제주로 위상을 뽐냈으나 여러 가지 복합적 이유로 현재는 몸집을 줄인 격동의 종목들을 다각도로 조명한다. <편집자주>
[더팩트|윤정원 기자] 남양유업은 지난 1964년 3월 고(故) 홍두영 창업주가 설립한 기업이다. 홍두영 창업주가 해외 출장에서 선진국의 분유 사업을 본 후 국내로 돌아와 유가공 시장에 뛰어들며 남양유업의 본격적인 역사가 시작됐다. 남양유업은 1967년 국내 첫 조제분유인 남양분유를 출시하며 대한민국 대표 분유 기업으로 자리매김했다.
남양유업은 1970년대에 '전국 우량아 선발대회'로 엄청난 인기몰이를 했다. 이 대회는 자라나는 2세의 건강과 체격 향상을 일깨워주기 위해 마련된 사회 공헌 행사였으나, 전국에서 아기들이 구름떼처럼 모여들었다. 1971년 열린 제1회 전국 우량아 선발대회에는 당시 영부인이었던 고 육영수 여사가 직접 참석했고, 수상자들은 청와대에 초청되기까지 했다.
남양유업은 분유 업계에서의 압도적 지위를 기반으로 지난 1978년 6월 유업계 최초로 IPO(기업공개)를 진행, 유가증권시장에 입성했다. 상장 이후 주가는 실적과 입지 상승에 따라 고공행진을 지속했고, 2013년 2월 28일 장중 100만 원대에 진입한 뒤 전 거래일(98만5000원) 대비 2.03%(2만 원) 오른 100만 500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이후로 117만 5000원(2013년 4월 30일)까지 오르는 등 약 50거래일간 100만 원대에서 횡보했다.
남양유업은 지난 2013년 대리점 강매 사건으로 인해 국민들로부터 질타를 받았다. /더팩트 DB |
◆ 10년 전 대리점 '갑질' 논란, 추락의 시발점으로
그러나 2013년 대리점 강매 사건을 시작으로 남양유업에 대한 신의가 무너지기 시작했다. 당해 5월 남양유업의 한 영업사원이 대리점주를 상대로 막말과 욕설을 퍼부은 음성 파일이 인터넷에 공개된 후 물량 밀어내기식 강매가 추가로 드러나는 사태가 발생했다.
당시 이 사건을 계기로 사회 전반에 걸쳐 '갑의 횡포' 논란이 주요 의제로 대두했고, 남양유업 불매 운동이 시작됐다. 여기에 더해 출생률 감소 등으로 유업계 전체가 침체기를 겪음에 따라 남양유업의 실적도 내리막길을 걷게 됐다.
2012년 1조3650억 원에 달했던 매출은 이듬해 1조2298억 원으로 한풀 꺾이더니 감소세를 탔다. 남양유업은 2012년에는 영업이익 637억 원을 기록했으나, 2013년에는 영업손실 175억 원을 나타내며 적자로 돌아섰다. 이듬해인 2014년에는 영업손실이 261억 원에 달했다.
같은 기간 주가 역시 고꾸라졌다. 남양유업의 대국민 사과가 발표된 당해 5월 9일부터 주가는 하락 곡선을 그렸고, 5월 14일부로 남양유업은 황제주 자리를 내줬다. 그해 6월 20일 남양유업은 80만 원대로 내려왔고, 이후 소폭 반등을 거듭하다 2014년 6월 12일에는 장중 70만 원대로 주저앉았다. 10월 15일 들어서는 60만 원대로 떨어지기도 했다.
2년 연속 적자를 기록하던 남양유업은 2015년에는 간신히 흑자(매출 1조2150억 원‧영업이익 201억 원)로 돌아섰으나, 이후 또다시 줄곧 내리막길을 걸었다. 매출 및 영업이익은 △2016년 1조2392억 원‧418억 원 △2017년 1조1670억 원‧51억 원 △2018년 1조797억 원‧86억 원 △2019년 1조308억 원‧4억 원 등으로 우하향 곡선을 그렸다. 2020년에는 매출 9489억 원을 기록, '1조 원' 벽이 무너졌다. 영업이익도 다시 적자로 전환하며 영업손실 771억 원을 기록했다.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은 사모펀드(PEF) 운용사 한앤컴퍼니와 2년 넘게 법정공방을 지속 중이다. /더팩트 DB |
◆ '남양유업 3세' 황하나 마약에 불가리스 허위·과장 광고까지
홍두영 창업자의 외손녀 황하나 씨가 마약을 투약한 점도 남양유업에 악재로 작용했다. 황하나 씨는 지난 2015년 서울 자택 등에서 필로폰을 3차례 투약한 혐의로 기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2019년에도 마약을 투약한 것으로 확인되며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그러나 집행유예 기간 도중에 또다시 마약을 투약, 징역 1년 8개월의 형을 살고 2022년 10월 출소했다.
남양유업은 지난 2019년 초 홍보대행사를 동원해 온라인에서 경쟁 업체인 매일유업을 비방하는 글을 조직적으로 게시한 혐의도 받은 바 있다. 당시 경찰은 남양유업 본사와 홍보대행사 압수수색을 하는 과정에서 홍 전 회장이 자사 직원에게 경쟁사를 비방하라는 지시를 내린 정황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더해 2021년 벌어진 이른바 '불가리스 사태'는 결정적으로 남양유업을 소비자 불신의 아이콘으로 낙인찍는 계기가 됐다. 코로나19가 창궐하던 지난 2021년 4월 13일, 남양유업은 대표 발효유 제품인 '불가리스'가 코로나19 감염을 억제하는 효과를 확인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하지만 해당 발표가 임상을 거치지 않았다는 것이 밝혀지며 남양유업은 식품표시광고법 위반 혐의로 고발됐고,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당시 남양유업의 주가 또한 30만 원대로 추락했다.
결국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은 지난 2021년 5월 4일 대국민 사과에 나섰다. 그는 "모든 것에 책임지고자 남양유업 회장직에서 물러나겠다. 자식에게도 경영권을 물려주지 않겠다. 이런 결정하기까지 오래 걸린 점 사죄드린다"며 고개를 숙였다.
홍 회장은 "지난 2013년 회사의 밀어내기 사건과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저희 외조카 황하나 사건, 지난해 발생한 온라인 댓글 등 논란들이 생겼을 때 회장으로서 보다 적극적인 자세로 나서서 사과드리고 필요한 조치를 취했어야 했는데 많이 부족했다"며 그간의 논란들에 대해서도 시인했다.
남양유업 홍두영 창업주의 외손녀인 황하나 씨는 과거 집행유예 기간 중에도 마약을 투약한 것으로 확인됐다. /더팩트 DB |
◆ 남양유업 vs 한앤컴퍼니 법정공방 3년째…경영 정상화 언제쯤
하지만 홍 회장의 다짐은 말뿐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홍 회장은 2021년 5월 27일 일가 보유 지분 53.08%를 사모펀드(PEF) 운용사 한앤컴퍼니에 매각하는 주식매매계약(SPA)을 맺었다. 그러나 석 달여 뒤인 9월 1일 홍 회장 측은 한앤컴퍼니가 SPA 계약 이행 전에 남양유업 경영에 부당하게 간섭하고 김앤장 변호사가 불법적인 '쌍방 대리'를 했다며 돌연 계약 해지를 통보했다.
이로 인해 시작한 법정 다툼은 어느덧 햇수로 3년째 이어지고 있다. 앞서 1심(2022년 9월 22일)과 2심(2023년 2월 9일) 재판부는 모두 한앤컴퍼니의 손을 들어줬지만 홍 회장 측은 대법원 상고에 나섰고, 대법원이 경영권 분쟁에 대해 정식 심리를 결정하면서 재판은 장기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최종 판결이 나오기까지 1~3년이 걸릴 것이라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다만, 홍 회장과 한앤컴퍼니 간의 법정공방에 관해 남양유업 측은 "개인 건이라 회사 측의 입장은 없다"며 말을 아꼈다.
최근 연예인들의 마약 관련 사건들로 세간이 떠들썩한 가운데 황하나 씨는 마약 투약 논란에도 재차 휩싸이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인천경찰청 마약범죄수사계는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배우 이선균 등 8명을 내사 또는 형사 입건, 조사하고 있다. 내사자에는 황하나 씨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남양유업의 경영 정상화에도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는 와중에 최근 남양유업은 '꼼수' 수입신고로 또 한 번 도마 위에 올랐다. 남양유업은 2018년부터 작년까지 180억 원 상당의 네덜란드산 유기농 산양전지분유 235t(톤)을 수입하면서 납세의무자를 허위 신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남양유업은 한·EU 자유무역협정(FTA) 수입권 보유업체들의 명의로 분유를 수입해 무관세를 적용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1일 남양유업은 전 거래일(45만7000원) 대비 0.66%(3000원) 하락한 45만450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그림은 최근 1년간 남양유업 주가 추이. /한국거래소 정보데이터시스템 |
◆ 남양유업, '대리점 동행기업' 선정 결실…"100년 바라보겠다"
현재 남양유업은 대리점 갑질 사태 등의 불명예를 씻어내기 위해 노력 중이다. 이달 1일에는 공정거래위원회가 주관하는 '대리점 동행기업'으로 선정되며 반성의 결실을 보기도 했다. 대리점 분야 공정거래협약 체결 및 상생문화 확산을 도모하기 위해 2021년 도입된 대리점 동행기업 제도는 최근 1년간 대리점법 위반이 없는 기업을 대상으로 선발한다.
남양유업은 상생 경영을 통해 대리점과 지속적인 소통 및 협력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경기 침체와 물가 상승 등의 겹악재를 겪는 상황 속에서 회사와 대리점이 머리를 맞대어 주요 브랜드의 판매 활성화 방안을 함께 논의했고, 현장에서 찾을 수 있는 아이디어를 공유하고 해법을 마련해 협력 관계를 키워나가고 있다는 설명이다.
아울러 남양유업은 대리점 자녀의 학자금을 지원하는 '패밀리장학금'을 만들어 11년간 총 1009명을 대상으로 13억800여만 원을 지원했고, 자녀 및 손주 출산 시 육아용품을 지급하는 등 출산과 육아, 교육 전반에 대한 후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남양유업 관계자는 "2013년부터 상생과 협력을 최고의 가치로 여기고 매진한 임직원들과 한마음 한뜻으로 화답한 대리점주 여러분에게 감사를 표한다"며 "10년의 노력에 그치지 않고, 100년을 바라보며 대리점과 함께 성장할 수 있도록 앞으로도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일 기준 남양유업은 전 거래일(45만7000원) 대비 0.66%(3000원) 하락한 45만4500원으로 거래를 종료했다. 역대 장중 최고가인 117만5000원(2013년 4월 30일)과 견주면 61.32%가량 감소한 수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