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L그룹,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후 11명 사망
이해욱 "유족, 국민께 사과…안전한 회사로 거듭날 것"
이해욱 DL 회장이 1일 오전 여의도 국회 청문회에 출석했다. 이 회장은 이날 DL이앤씨와 DL건설 등 주요 계열사의 사망자가 많이 발생한 것에 대한 의원들의 질의에 답했다. /우지수 기자 |
[더팩트ㅣ최지혜 기자] 이해욱 DL 회장이 1일 산업재해 관련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했다. DL에서는 지난해 1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총 11명의 사망자가 나왔다. 의원들은 잦은 사망사고의 원인으로 기업의 안전 의식을 비롯해 작업중지권과 노사협의체 등 시스템상의 문제를 지적했다.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환경노동위원회의 산업재해 청문회에서 "DL그룹 하면 e편한세상이고, 국민들은 브랜드 이름처럼 그 아파트에 들어가면 편할 것이라 생각한다"며 "그런데 실제로는 아파트를 짓는 노동자들이 1년 반 만에 8명씩 사망하고 있다면 '불편한 세상' 아니겠나"라고 말했다.
DL은 주요 계열사로 DL이앤씨, DL건설 등의 건설사를 두고 있다. 각각 국토교통부 시공능력평가 6위와 13위에 올라 있는 대형 건설사다. 두 건설사 모두 아파트 브랜드 'e편한세상'을 사용하고 있는데, 노 의원의 발언은 해당 브랜드를 두고 나온 것이다.
이들 업체는 지난해부터 사망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특히 DL이앤씨가 시공하는 현장에선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부터 현재까지 총 7번의 사고로 8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같은 기간 DL건설에서 2명, DL모터스에서 1명의 노동자가 숨졌다. 이는 해당 기간 건설업계 최다 수준이다.
윤건영 민주당 의원은 "DL보다 매출 규모가 2조 원가량 큰 GS건설은 중대재해처벌법 이후 발생한 사망자가 1명, 삼성물산은 아예 사망사고가 발생하지 않은 데 비해 DL은 11명의 노동자가 숨졌다"며 "협력 업체를 조사해 보니 삼성물산은 깐깐해서 일하기 싫고, DL은 일하기 편하다고 한다"고 지적했다.
사망사고가 많이 나온 원인에 대한 다방면의 분석도 나왔다. 건설현장에서 위험 상황 발생 시 근로자가 직접 공정을 멈추는 '작업중지권' 사용과 하청업체의 안전보건 비용 선지급 여부, 노사협의제도 등이 화두에 올랐다.
진성준 민주당 의원은 "올해 DL이앤씨의 근로자 작업 중지 요청은 올해 10월까지 총 61건 있었는데, 이는 총 16만3679건 요청된 삼성물산과 비교하면 미미한 수준"이라며 "건설현장 자체도 DL은 전국 74곳, 삼성물산은 60여 곳으로 오히려 DL이 더 많다"고 말했다. 이어 "삼성물산은 작업중지권을 요청하면 적극적으로 포상을 하고, 작업 중지로 인해 발생하는 하청업체의 손실도 원청사가 보전할 것을 근로계약서에 명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윤건영 의원도 "GS건설의 경우 비교적 열악한 하청업체의 자금 여건을 고려해 안전보건 관리비를 선지급하고 있으나, DL은 후지급하는 방식"이라며 "DL은 산업재해에 대한 인식 변화와 시스템적인 고민을 병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이자 국민의힘 의원은 하인리히의 법칙을 인용해 "한 건의 큰 사고가 발생할 때는 같은 사고가 29번가량 발생되고, 피해로 이어지지 않더라도 그보다 하위인 작은 사고들이 300번 가까이 발생한다고 한다"며 "사망사고는 우연이나 불운이 아닌, 잦은 징후에 따른 결과다. 현장에서 나오는 사소한 보고가 전달되도록 노사협의제도를 면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아파트 브랜드 'e편한세상'을 운영하는 DL이앤씨가 시공하는 현장에서는 지난해 1월 27일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총 8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DL이앤씨 본사 사옥. /더팩트 DB |
이에 이해욱 DL 회장은 "유족분들께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 국민께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며 "임직원 및 협력사와 협심해서 가장 안전한 현장을 운영하는 회사로 거듭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또한 이 회장은 "사고 이후 원인조사를 실시한 바로는 공사 기간이나 임금 등으로 인한 직접적인 문제는 파악되지 않았다"며 "지금 지적해 주신 내용들은 다시 한번 조사해 보겠다"고 했다.
이와 함께 내년 안전보건 비용 증액 계획도 내놨다. 이 회장은 "올해는 지난해보다 안전보건 비용을 29% 증액했고, 내년에도 올해 대비 25% 이상 증액을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DL이앤씨와 DL건설은 최근 이번 청문회를 앞두고 안전관리 강화를 위한 다양한 활동을 벌였다. 지난달 13, 14일에는 DL이앤씨가 협력회사 경영진과 중대재해 재발 방지 간담회를 개최했다. 전날에는 협력사 자치협의체 '한숲에코포럼'과 중대재해 제로(0)를 위한 결의대회까지 실시했다.
이와 함께 9~11월 2개월간 고용노동부가 지정한 외부 안전관리 전문기관 '산업안전진단협회'와 함께 안전보건 시스템 전반에 대한 진단도 마쳤다. 협회는 DL이앤씨 본사와 현장의 안전 시스템은 관련 법규에서 요구하는 사항을 충실히 반영하고 있으나, 미승인 작업 등 건설업종만의 특성에 따른 리스크를 보완할 수 있는 추가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분석을 내놨다.
DL건설은 최근 안전경영위원회를 개최하고 올해 수립했던 안전보건 경영 계획에 대한 성과 분석과 개선책 발굴 등의 활동을 전개했다. 안전보건 경영 계획은 최고경영자(CEO) 중심으로 회사 전반의 안전·보건 계획이다. 계획은 매년 전사 임직원에게 공유돼 이행 실적을 관리하게 된다. 지난달 29일에는 사원·대리급 직원을 대상으로 건설장비 안전 관리 역량 향상을 위한 교육도 실시했다.
한편 지난해 1월 27일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은 건설 공사금액이 50억 원 이상인 사업장에서 중대재해가 발생한 경우 사업주나 경영책임자를 1년 이상 징역 또는 10억 원 이하 벌금에 처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날 청문회에선 허영인 SPC그룹 회장과 이해욱 회장이 나란히 증인석에 섰다. 양사 모두 올해 산업재해가 잦았던 만큼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대상일 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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