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 죽 쑨 하나증권 유력시
6번째 초대형 IB(투자은행) 인가를 받는 증권사는 어떤 곳이 될지 시장의 관심이 쏠린다. /더팩트 DB |
[더팩트|윤정원 기자] 6번째 초대형 투자은행(IB) 자리를 노리던 증권사들의 움직임이 한층 더뎌졌다. 대주주 적격성과 같은 내부통제 이슈와 시장 불확실성에 따른 수익성 하락 등으로 지정 신청을 미룰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올해 안에 초대형 IB의 등장은 물 건너간 가운데 증권사들의 내년 행보에 귀추가 주목된다.
◆ 하나·메리츠·신한투자·키움증권 등 '자기자본 4조 원' 충족
초대형 IB는 2016년 금융당국이 발표한 제도로, 골드만삭스처럼 대형 증권사를 육성한다는 취지에서 도입됐다. 인가 시 만기 1년 이내의 단기 어음인 발행어음을 자기자본 대비 200% 한도 안에서 발행할 수 있게 된다. 자체 신용을 바탕으로 유동성을 확보하면 기업 대출, 부동산금융 등에도 재원을 활용할 수 있어 수익 다각화를 기대할 수 있다. 현재 국내 증권사 중 초대형 IB 인가를 받은 곳은 △미래에셋증권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 △삼성증권 △KB증권 등 총 5곳이다.
초대형 IB가 되기 위해서는 자기자본 4조 원 이상, 내부 통제 시스템 구축, 재무 건전성, 대주주 적격성 등의 조건을 갖춰야 한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올해 3분기 기준 기존 초대형 IB 외 별도 자기자본 4조 원 이상을 달성한 증권사는 △하나증권(5조8308억 원) △메리츠증권(5조5005억 원) △신한투자증권(5조3513억 원) △키움증권(4조5304억 원) 등 4개사다.
◆ 키움증권, SG증권발 폭락에 영풍제지 사태까지
하지만 이 가운데 상당수는 문턱에 걸린 상태다. 난항을 겪고 있는 곳으로는 키움증권이 대표적이다. 키움증권은 올해 소시에테제네랄(SG) 증권발 폭락 사태로 홍역을 앓았다. 김익래 전 다우키움그룹 회장이 지난 4월 소시에테제네랄(SG)증권 발 폭락 직전 다우데이타 140만 주를 시간외매매(블록딜)로 처분해 605억 원을 확보했다는 의혹을 받음에 따라 키움증궝네 대한 불신은 커졌다.
여기에 대해 영풍제지 미수금 사태에 따른 대규모 손실까지 발생했다. 키움증권은 주가조작 세력에 의해 급등세를 기록한 영풍제지의 미수거래 증거금률을 타 증권사와 달리 상향하지 않았다가 돌연 하한가 직후 거래가 정지되자 4943억 원의 미수금을 내게 됐다. 결국 23년간 키움증권에 몸을 담았던 창업 멤버 황현순 대표이사는 지난달 9일 이사회에 자진 사임 의사를 밝혔다. 이어 지난달 28일 이사회에서는 황 대표의 사임 의사가 수용됐고, 엄주성 전략기회본부장이 새 대표이사로 내정됐다.
◆ 메리츠증권 '이화전기'·신한투자증권 '라임펀드' 발목
메리츠증권 역시 올해 이화전기 사태 등으로 구설에 올랐다. 메리츠증권은 이화그룹 3사의 주식매매가 정지된 지난 5월 10일 직전 이화전기 지분 전량을 매도해 미공개 중요정보 이용 의혹에 휩싸인 상태다. 이화전기(약 100억 원)와 이아이디(약 230억 원) 주식 매각으로 메리츠증권이 거둬들인 이익은 약 330억 원 규모로 추정된다. 이로 인해 최희문 메리츠즈권 대표이사 부회장은 10월 17일 정무위원회의 금융감독원 대상 국정감사에도 증인으로 출석해야 했다.
신한투자증권도 작년까지 이슈가 지속되던 사모펀드 부실 판매 의혹이 발목을 잡고 있는 형편이다. 신한투자증권은 라임펀드 판매사 겸 총수익스와프(TRS) 제공 증권사로, 금융위는 TRS 거래로 레버리지 자금을 제공하는 등 펀드 핵심 투자구조를 형성하고 관련 거래를 확대시키는 과정에 관여한 책임이 크다고 보고 있다. 지난달 29일 진행된 금융위 정례회의에서 김형진 신한투자증권 전 대표이사에 대해서 직무정지 1.5개월 상당의 퇴직자 조치가 추가되기도 했다.
◆ 실적 고꾸라졌지만…하나증권 유력시
결국 차기 초대형 IB를 노림직한 곳은 하나증권으로 축약된다. 더욱이 하나증권은 실적도 악화일로를 걷고 있어, 초대형 IB로의 도약으로 반등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하나금융지주에 따르면 올해 3분기 하나증권은 매출 2조4834억 원, 영업손실 569억 원, 순손실 489억 원을 거뒀다. 매출은 지난해 3분기 대비 56.10% 줄었고, 영업손익과 순손익은 모두 적자전환했다. 3분기 누적으로는 143억 원 순손실을 기록하며 전년(2847억 원 흑자)에서 적자로 돌아섰다.
하나증권의 적자 배경에는 IB 부문 자산손실과 관련 충당금이 자리해 있다. 하나증권 IB 관련 자산 손실이 2분기 400억 원, 3분기 551억 원대에 달했을 뿐만 아니라 각종 악재를 대비해 CFD 500억 원, 펀드 보상금 530억 원 등 충담금도 쌓았다. 자산 손실과 충담부채 적립은 하나증권의 자기자본 규모를 감소시켰다. 하나증권의 3분기 별도기준 자기자본은 5조8308억 원으로 전분기(5조8771)보다 463억 원이 줄었다.
◆ 하나자산운용 출범 마친 하나증권…본격 시동 전망
실제 하나증권은 초대형 IB를 위해 가장 의욕적으로 움직이는 모습이다. 최근 인사영입에서도 IB부분 강화 의지가 엿보인다. 하나증권은 지난달 1일 신임IB그룹장으로 정영균 전 삼성증권 투자금융본부장을 선임해 IB 부문 강화에 나섰다. 정영균 그룹장은 2017년 삼성증권이 초대형IB 인가를 받는 과정에 참여했던 인물로, 하나증권의 IB그룹장으로 적임자라는 평가가 나온다.
하나자산운용 출범도 초대형 IB에 속도를 내게끔 하는 요인이다. 올해 10월 30일 닻을 올린 하나자산운용은 하나증권의 100% 자회사다. 하나자산운용은 퇴직연금과 관련된 최적의 상품을 공급하며 리테일 사업역량을 강화할 전망이다. 자산운용사 편입으로 사업 포트폴리오 확장에 성공한 하나증권은 내년에는 초대형 IB 인가에 전력을 다한다는 방침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전 증권사에서 IB 및 자산관리부문은 전분기와 전년 동기 대비 모두 전체적으로 수익성이 하락했다"며 "내년에도 IB 사업 성장 둔화가 점쳐지지만, 이럴 때 초대형 IB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이 실적 반등을 노리는 요인이 될 수도 있다"고 풀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