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 다음 달 7일쯤 인사 발표 가능성
부회장단 세대교체 여부 관심
미래 준비 위한 젊은 인재 발탁 기조 이어질 듯
SK그룹이 다음 달 7일쯤 연말 임원 인사를 발표할 것으로 예상된다. /더팩트 DB |
[더팩트ㅣ이성락 기자] 부산엑스포 유치전과 관련한 SK그룹의 주요 일정이 마무리됐다. 조만간 정기 인사의 향방이 윤곽을 드러낸다는 의미다. 관심사는 부회장단 세대교체 여부다. 앞서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서든 데스'(돌연사) 화두를 제시한 만큼 파격적인 인사가 이뤄질 것이란 예상과 불확실한 경영 환경을 고려해 안정을 꾀할 것이란 관측이 동시에 나온다.
30일 재계에 따르면 올해 SK그룹의 인사는 다음 달 7일쯤 발표될 전망이다. 당초 인사 시기를 앞당길 것이란 예상도 있었지만, 최태원 회장이 엑스포 민간유치위원장을 맡아 최근까지 파리 일정을 소화하는 등 시선이 유치전에 쏠려 있었던 탓에 조기 인사는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SK그룹은 전통적으로 12월 첫째 주 목요일에 인사를 단행해 왔다. 지난해도 목요일인 12월 1일 조직 개편·인사를 마무리했다.
현재 SK그룹 인사의 가닥이 어떻게 잡힐지 예상하기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최태원 회장이 지난달 열린 최고경영자(CEO) 세미나에서 "급격한 대내외 환경 변화로 빠르게, 확실히 변화하지 않으면 생존할 수 없다"고 언급해 인사 또한 '변화'에 초점이 맞춰질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특히 최태원 회장은 세미나에서 지난 2016년 6월 확대경영회의를 통해 처음 언급한 '서든 데스' 화두를 재차 제시했다. 현재 그룹이 맞닥뜨린 경영 환경을 엄중히 보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경영 환경의 불확실성이 증대되면서 '안정'에 무게를 둘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실제로 기업들은 글로벌 경기 전망이 밝지 않으면 변화를 최소화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고 판단하는 경우가 많다. '전쟁 중 장수를 바꾸지 않는다'는 기조다. 지난해 SK그룹도 기존 체제에서 글로벌 환경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한다는 전략에 따라 주요 경영진 라인업을 그대로 유지했다.
결국 부회장단 세대교체 여부에 따라 올해 연말 인사의 성격이 판가름 날 것으로 보인다. 부회장단은 조대식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 장동현 SK㈜ 부회장, 김준 SK이노베이션 부회장, 박정호 SK하이닉스 부회장 등으로, 대부분 60대 나이에 들어섰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지난달 프랑스 파리의 한 호텔에서 열린 '2023 CEO 세미나'에서 폐막 연설을 하고 있다. 최태원 회장은 이 세미나에서 재차 '서든 데스'(돌연사)의 위험성을 강조했다. /SK그룹 |
배터리 사업을 이끄는 지동섭 SK온 사장의 유임 여부도 관심사다. 전기차 수요 둔화로 배터리 업계 경영 환경이 악화된 상황에서 당초 목표로 했던 연내 흑자 전환도 불투명하다는 평가다. 내년 3월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는 데다, 경쟁사인 LG에너지솔루션의 권영수 부회장이 용퇴를 결정함에 따라 지동섭 사장의 거취 관련 관심도가 높아진 측면도 있다.
재계는 부회장단, 주요 경영진에 대한 변화와 관계없이 '젊은 피' 수혈 기조는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최태원 회장은 그간 차세대 리더를 과감히 발굴해 중용하는 미래지향적 인사를 실시해 왔다. 이는 다른 주요 기업에서도 나타나는 현상이다. 앞서 인사를 발표한 LG그룹은 올해 신규 임원(99명)의 97%(96명)를 1970년 이후 출생자로 채웠다. 1980년대생 임원도 5명이었으며, 최연소 임원은 1982년생이었다. 최근 인사를 마무리한 삼성전자도 성장 잠재력이 있는 젊은 리더를 발탁해 미래 성장 기반을 구축하겠다는 의지 아래 39세 상무와 46세 부사장을 포함한 40대 부사장 총 11명을 배출해 눈길을 끌었다.
재계 관계자는 "SK그룹은 BBC(배터리·바이오·반도체)를 미래 먹거리로 삼고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며 "미래 준비에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부분에서 경영진 교체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같은 맥락에서 젊은 인재도 적극 중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리더십 다양성을 강화하는 차원에서 여성 인재 승진 발탁 기조도 나타날 전망이다. 최태원 회장은 올해 초 신임 임원들을 만난 자리에서 신성장 동력 발굴의 원동력으로 '조직 내 다양성'을 강조하며 "다양성이 존재하는 조직은 생산 효율이 20~30%가량 높다"고 밝히기도 했다. 특히 신임 임원의 여성 비율이 7% 수준이고 모두 한국 국적인 점을 예로 들며 "다양성 측면에서 우리가 더욱 고민해야 할 대목"이라고 지적했다. SK그룹의 여성 임원 수는 2021년 34명, 2022년 43명, 2023년 50명으로 꾸준히 늘고 있다.
SK그룹 관계자는 시기와 규모 등 올해 인사에 대해 "현재 내용을 전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rocky@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