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호 CA협의체 경영지원 총괄, 욕설논란
해명 과정에서 골프장 회원권 등 방만 경영 지적
사내 상임윤리위 처분 '촉각'
김정호 카카오 CA협의체 경영지원 총괄은 지난 22일 발생한 '욕설 논란'을 해명하며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페이스북 계정에 회사의 문제점을 밝혔다. /카카오 |
[더팩트|최문정 기자] 거듭된 카카오의 경영 리스크를 잠재울 '구원투수'로 투입됐던 김정호 카카오 CA협의체 경영지원 총괄이 이틀째 카카오 내부 경영 실태 폭로전을 이어가고 있다. 김정호 총괄은 카카오의 방만한 경영 실태를 꼬집으며 강력한 쇄신안을 공개해 눈길을 끌었다.
그러나 김정호 총괄이 최근 직원의 보고를 받던 중 큰 소리로 욕설을 해 논란의 중심에 선 만큼, 그에게 내려질 처분에 따라 카카오의 경영 쇄신 전략과 속도에 변화가 예상돼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IT업계에 따르면, 김정호 총괄은 28일에 이어 29일도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페이스북을 통해 카카오 경영 전반에 대한 폭로전을 이어갔다.
김정호 CA협의체 경영지원 총괄이 연일 회사 내부의 방만한 경영 실태에 대한 폭로를 이어가고 있다. /더팩트 DB |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의 측근으로 알려진 김정호 총괄은 지난 9월 카카오에 합류했다. 그가 몸 담고 있는 CA협의체는 전 공동체얼라인먼트센터(CAC)를 계승한 조직으로, 146개에 달하는 카카오 계열사의 사업 전략과 방향을 조율하는 역할을 맡는다. 사실상 카카오 그룹의 '컨트롤타워' 역할인 셈이다. 김 총괄은 카카오 내부 준법·인사·재무 등 경영 전반에 해당하는 사안을 살펴보고 있다. 또한 최근 출범한 카카오 외부의 감사 조직인 '준법과 신뢰위원회'에 카카오 내부 인사 중 유일하게 이름을 올리고 있다.
최근 불거진 SM엔터테인먼트 인수 과정에서의 시세조종 혐의나 카카오모빌리티와 택시업계의 수수료 갈등 등 카카오를 둘러싼 굵직한 이슈를 진화하기 위해 발탁된 김정호 총괄은 지난 28일 돌연 '욕설논란'에 휘말렸다. 지난 22일 사옥에서 카카오 임원의 보고를 받는 과정에서 고성으로 욕설을 했다는 이유에서다.
논란이 확산되자 김정호 총괄은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을 통해 해당 사건의 경위를 정리한 글을 게재했다. 그는 "(카카오에 합류한 이후) 경영진 혹은 측근에 편중된 보상, 불투명한 업무 프로세스, 골프장 회원권과 법인카드·대외협력비 문제, 데이터센터·공연장 등 대형 건설 프로젝트의 끝없는 비리 제보 문제 등 이야기를 듣다 보니 끝이 없었다"고 밝혔다.
이어 "담당 직원이 30명도 안 되는 관리 부서 실장급의 연봉이 그보다 경력이 더 많은 시스템이나 개발부서장 연봉의 2.5배나 되는 경우도 있었다"며 "20억 원이 넘는 초고가 골프장 법인 회원권을 가진 경우도 있었다"고 공개했다.
김정호 총괄은 특히 일부 직원들에게 특혜처럼 돌아가는 골프장 회원권과 관련해 개선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관철해 왔다.
김정호 총괄은 29일에도 페이스북을 통해"'카카오가 망한다면 골프 때문'이라는 소문이 파다했고, '금요일부터 좋은 골프장에는 죄다 카카오팀이 있다'는 괴담 수준의 루머도 많았던 상황인 만큼, 강력한 쇄신이 요구됐다"고 밝혔다.
이어 "김범수 창업자에게 아예 골프 회원권을 75% 정도 통째로 매각하겠다고 했고, 김 창업자는 (매주 월요일) 비상경영회의 때 프리젠테이션(PT) 발표도 하고, 정식 결재를 올려달라는 답을 했다"고 말했다.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와 김소영 카카오 준법과 신뢰 위원회 위원장, 김정호 CA협의체 경영지원 총괄 등 준신위 위원들이 지난 23일 서울시 강남구 모처에서 열린 준신위 회의에 참석해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 /카카오 |
김정호 총괄은 이후 두 달 동안 '전쟁 수준의 갈등'이 이어졌다고 밝혔다. 그는 그룹 전체의 불필요한 회원권을 매각한 대금을 활용해 직원 휴양시설 회원권을 대량 매입할 것을 주문했다. 직원들이 1년에 2박도 휴양시설을 이용하지 못할 정도로 부족했기 때문이다. 또한 매각 대금을 활용해 제주도를 비롯한 판교 외 지역에서의 보육 시설 확충에 나서겠다고 강조했다.
김정호 총괄은 폭로전의 도화선이 된 욕설 논란을 인정하면서도, 당시 상황을 상세히 적었다. 그는 카카오의 인공지능(AI) 캠퍼스 건축팀이 제주도 프로젝트 투입 기업 선정 보고를 받는 과정에서 한 임원으로부터 '이미 정해진 업체가 있다'는 내용으로 언쟁이 오갔다고 설명했다. 언쟁은 약 10분 동안 이어졌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는 다른 임원들을 보자 분노가 폭발했다고 밝혔다.
김정호 총괄은 "'700억~800억이나 되는 공사업체를 담당 임원이 결재·합의도 없이 저렇게 주장하는 데 모두 가만히 있는가'라고 했다"며 "그동안 문제라고 생각했던 사례 2가지를 모두에게 이야기하며 이런 '개X신'같은 문화가 어디 있나'고 했다"고 적었다.
이어 "조금 후 제가 너무 화를 내서 미안하다고 사과하고 특히 '개X신'이라는 용어를 쓴 것에 사과한다고 3번 정도 이야기를 했다"며 "업무 관행의 문제점을 지적하다가 나온 한 번의 실수였다"고 밝혔다.
김정호 총괄의 폭로가 연이어 이어지며 카카오 안팎에는 뒤숭숭한 분위기가 감돌고 있다. 카카오 직원들은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 투표에서 '김 총괄이 잘 했다'는 긍정적인 평가에 표를 몰아주며 그의 행보를 지지했다. /더팩트 DB |
김정호 총괄의 강도 높은 폭로에 카카오는 내부는 뒤숭숭한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다. 다만, 김 총괄이 직접 회사의 치부를 드러낸 만큼 속시원하다는 반응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인 '블라인드'에는 카카오 직원을 대상으로 김정호 총괄의 대처가 적절했는지 묻는 공개 투표가 올라왔다. 29일 오전 9시 기준, 카카오 직원 400여 명이 참여한 이 투표에서 '김 총괄이 잘했다. 썩은 것 다 개혁하라'는 항목은 92.6%의 압도적인 지지율을 보였다. 7.4%는 김 총괄의 폭로 내용이 '회사 기밀 유출'이라는 의견을 냈다.
IT업계는 김정호 총괄이 카카오 내부 통제 조직인 CA협의체에 몸을 담고 있고, 전 계열사에 초월적인 영향을 행사할 준법과 신뢰위원회 위원인 만큼, 카카오가 약속한 경영쇄신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다만, 경위가 어찌 됐든 임직원을 향해 욕설을 했다는 논란을 일으킨 만큼, 이와 관련한 징계 여부나 수위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김정호 총괄이 정직 등의 처분을 받을 경우, 앞으로 카카오의 경영 쇄신에 제동이 걸릴 수도 있다는 이유다.
김정호 총괄은 "(욕설 논란에 따른) 책임은 온전히 지겠다"며 "이것을 직장 내 괴롭힘이라고 판정하면, 그것에 따라야 한다. 그렇다면 부정 행위자에게 시정명령을 내릴 수도 없고, 인사 조치를 할 수도 없다"고 밝혔다.
김정호 총괄의 욕설 논란은 내부 핫라인 제보를 통해 카카오 상임윤리위원회에 접수된 것으로 알려졌다. 위원회는 이번 내용을 살펴 김 총괄에 대한 처분을 결정할 예정이다. 앞서 상임윤리위는 지난 9월 재무 담당 임원이 사적으로 법인카드를 유용해 게임 아이템 1억 원을 결제한 건에 대해 정직 3개월의 처분을 내렸다.
카카오 관계자는 이와 같은 김정호 총괄의 폭로전에 대해 "위원 개인의 SNS에 게재된 내용이기 때문에 별도의 입장이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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