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교그룹은 올해 3분기 매출 1615억 원, 영업이익 -68억 원을 기록했다. 왼쪽 사진은 강호준 대교그룹 대표. /대교·더팩트 DB

[더팩트｜이중삼 기자] 미래를 도모하기 위한 적극적 '투자'가 독이 된 것일까. 아니면 대표이사의 리더십 역량이 부족한 탓일까. 2021년 사령탑에 오른 뒤, 줄곧 수익성 적자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강영중 대교그룹 회장의 장남 강호준 대표이사 얘기다. 실적 개선이란 특명을 안고 '구원투수'로 등판했지만 취임 3년 차인 지금도 실적 반등을 꾀하지 못하고 있다. 일각에선 실적만으로 전체적인 경영자질을 논하기엔 어렵지만, 지속된 실적 악화의 이유 중 하나에는 시장 변화에 발 빠르게 대처하지 못한 측면도 있는 것 같다는 의견을 내비쳤다.

3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의하면 대교그룹 실적은 매년 미끄러졌다. 2021년 매출은 6383억 원, 영업이익은 -283억 원이었는데 2022년에는 매출 6830억 원, 영업이익 -499억 원을 기록했다. 외형적 면에선 447억 원 늘었지만 수익성은 216억 원 더 손실을 냈다. 올해 1·2·3분기에도 적자 탈출에 실패했다. 올해 1분기 매출은 1710억 원, 영업이익은 -46억 원을 기록했고, 2분기에는 매출 1644억 원, 영업이익 -147억 원, 올해 3분기 매출은 1615억 원, 영업이익은 -68억 원을 기록했다. 적자 폭이 점차 줄어들고 있지만 여전히 흑자 전환을 이루지 못하고 있는 상황은 김 대표 입장에선 뼈아픈 부분이다.

대교그룹은 올해 2분기 수익성 악화 원인으로 투자를 꼽았었다. 당시 대교그룹 관계자는 "디지털 학습 제품과 관련 비즈니스모델에 대한 투자가 지속된 점이 영업이익에 영향을 미쳤다"고 밝혔다. 올해 3분기 실적에 대해선 적자 폭을 줄인 점을 강조하며 올해 4분기 수익성은 더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감을 표했다.

대교그룹 관계자는 이날 <더팩트> 취재진과 전화통화에서 "(전체 수익성은 감소했지만) 올해 3분기는 여름방학 비수기라는 계절성 이슈가 있었지만, 주력 사업인 학습지 사업 부분은 올해 1분기 영업이익 흑자 전환 이후 3분까지 흑자를 이어가고 있다"며 "3분기부터 마케팅 투자 등 비용이 감소하며 적자 폭을 줄이고 있다. 이에 따라 4분기에는 수익성이 개선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강 대표는 취임 후 대교의 성장 동력 발굴을 위한 다양한 사업을 추진했다. 특히 영유아 예체능 브랜드인 '트니트니'와 '플래뮤'를 인수해 고품질의 예체능 학습을 제공할 수 있는 콘텐츠를 확보했다"며 "대교는 디지털 교육사업에도 많은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일례로 테크기업들과 지분 투자·합작을 통해 디지털 학습 브랜드 대교 써밋의 라인업을 확장했다. 대교 써밋은 올해 학습지 사업 매출 비중 30% 이상을 달성했다"고 첨언했다.

복수의 업계 관계자는 대교그룹 적자 행진에 대해 "대교그룹은 경쟁사보다 디지털 전환 시작은 빨랐다. 그러나 시장 수요를 파악해 사업을 빠르게 확대하는 부분에선 뒤처지며 안정적 수익 모델 확보에 고전한 것 같다"며 "다만 실적이 내리막길을 걷는 것만으로 대표이사의 경영자질이 부족하다고 판단할 수는 없을 것 같다. 올해까진 지켜봐야 하지 않나 싶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대교그룹 경영 악화 원인 중 하나로 '디지털 전환'을 들었다. 김종갑 인천재능대 유통물류과 교수는 "대교그룹은 비대면 트렌드에 대응하지 못했고 오프라인 중심의 사업 구조에서 에듀테크로 전환하는 디지털 전환의 흐름을 놓쳤다"며 "사업 타깃층을 성인과 시니어로 확대하고 인공지능(AI)을 기반으로 한 스마트러닝으로 전환을 시도하고 있지만, 점유율 확보에는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자기주도학습과 개인 맞춤형 학습의 중요성이 점점 커지면서 이를 실현할 수 있는 AI 기술을 가진 에듀테크 업체들이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다"며 "그러나 대교그룹은 전통 오프라인 학습지 업체로, 이들 업체와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는 어려움이 있어 보인다"고 전했다.

강 대표의 경영능력 부분에 대해선 "강 대표는 본연의 사업인 학습지 시장에서 경영능력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한 측면이 있다"며 "뉴이프라는 신사업은 그룹의 자본과 브랜드를 활용하기 때문에 독자적인 경영능력을 인정받기는 아직은 미흡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강호준 대교그룹 대표는 지난해 1월 시니어 라이프 솔루션 브랜드 '대교 뉴이프'를 선보였다. /더팩트 DB

◆ 혁신화된 스마트 학습기법과 다양한 학습 제품 등 상품화 계획

매년 적자 행진을 이어가고 있지만, 최근 신사업 부문에서 성과가 나타나면서 실적 반전의 '열쇠'를 마련한 모양새다. 강 대표는 지난해 1월 시니어 라이프 솔루션 브랜드 '대교 뉴이프'(뉴이프)를 선보였다. 뉴이프는 강 대표가 공들여 발굴한 신사업이다.

뉴이프는 시니어 인지 활동 콘텐츠와 장기요양보험 서비스 사업, 요양 보호사 교육원 운영, 시니어 라이프 케어 제품 출시 등 시니어를 위한 케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지난 7월 독립법인으로 분사했다. 현재 데이케어센터 8개소와 방문요양센터 11개소, 교육원 3개소를 포함해 총 22개를 운영하고 있다. 뉴이프 매출은 상승세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의하면 올해 3분기 뉴이프 매출은 13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308.1% 증가했다.

대교그룹 관계자는 "그동안 공격적으로 추진해 온 디지털 전환투자, 신사업 투자,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기 위한 마케팅 투자가 소기의 목적을 거뒀다고 판단됨에 따라 투자를 회수하기 위한 단계로 전환하고 있다"며 "이에 따라 투입비용 감소에 따른 이익개선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또 디지털 에듀테크 투자를 기반으로 혁신화된 스마트 학습기법과 다양한 학습 제품 등을 새로운 수익원으로 상품화할 계획이다"고 강조했다.

이어 "오프라인 채널과 디지털 학습의 장점을 결합한 블렌디드 러닝 사업 모델을 통해 새로운 서비스를 제공할 방침이다"고 덧붙였다.

강 대표는 내년 3월 25일 임기가 만료된다. 업계에선 대표 교체는 없을 것이란 시선이 지배적이다. 다만 대표 취임 이후 두드러진 실적 개선을 보여주지 못한 점에서 공동대표 체제가 될 수도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김종갑 교수는 "오너 기업이기 때문에 대표 교체는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 공동대표를 두는 부분도 희박하다"며 "다만 강영중 회장이 학습지 시장을 회복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인다면 디지털 분야에 전문지식을 갖춘 전문경영인을 전면에 세울 수도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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