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카드, 10월 개인 신용판매 취급액 업계 2위
누적 기준으론 삼성카드가 앞서
현대카드가 지난달 신용판매(신판)에서 삼성카드를 간발의 차로 제치고 2위로 올라섰다. /현대카드 |
[더팩트ㅣ이선영 기자] 현대카드가 지난달 신용판매(신판)에서 삼성카드를 간발의 차로 제치고 2위로 올라서면서 업계가 술렁이고 있다. 누적 기준으로 보면 삼성카드가 앞서고 있으나 격차를 좁히면서 본격적인 2위 경쟁이 치열해질 전망이다.
29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10월 기준 현대카드의 개인 신용판매 취급액은 11조9억 원으로 집계됐다. 업계 1위인 신한카드는 12조 원을 기록했다. 삼성카드는 장기간 신판에서 업계 2위를 차지했으나 10조9000억 원을 기록하며 현대카드에 2위 자리를 내줬다. 현대카드의 개인 신판 취급액이 월 11조 원을 넘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같은 기간 현대카드의 전체(개인+법인) 신용판매금액 역시 13조6000억 원을 기록하며 삼성카드(12조5000억 원)보다 앞섰다.
개인 신용판매 취급액은 일시불, 할부, 현금서비스 등 고객이 신용카드로 국내와 해외 등에서 이용한 금액을 합산한 액수를 뜻한다. 카드사들의 회원 가입자 수와 함께 시장 점유율을 가늠하는 지표로도 활용된다.
앞서 현대카드는 올 4월 전체 전체 신용판매 취급액이 12조4000억원을 기록하며 시장 점유율 2위에 오른 이후 최근에는 9, 10월 연속으로 2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현대카드는 이번 신판 규모 확대에 대해 지난 2015년부터 지금까지 약 1조 원에 달하는 비용을 데이터 사이언스와 AI(인공지능) 분야에 집중적으로 투자한 결과라고 보고 있다. 현대카드에 따르면 정태영 부회장은 영업이익의 30%에 달하는 예산을 AI에 쏟아 붓기로 결심하고 실력과 비즈니스 감각을 겸비한 엔지니어들을 채용했다.
현대카드 관계자는 "수년간 데이터 사이언스 분야에 대한 대규모 투자가 이뤄졌으며, 이렇게 투자한 데이터 사이언스와 AI가 각 사업영역에 적용되며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현대카드가 애플페이 도입과 상업자표시신용카드(PLCC)에 주력한 영향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현대카드가 네이버, 대한항공, 스타벅스, 코스트코 등과 제휴처를 확대함으로써 브랜드 충성 고객들을 카드사 고객으로 유입시켰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올 3분기 기준 신용카드 회원 수는 1192만 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약 7.3% 증가했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현대카드가 프로모션이나 이벤트 마케팅을 위한 비용을 많이 투자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좋은 제휴사들과 함께 PLCC를 출시해 카드 사용액이 늘어났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현대카드가 삼성카드를 바짝 추격하는 상황에서 삼성카드가 2위 자리를 언제까지 지킬 수 있을지 미지수라는 분석도 있다. /더팩트 DB |
현대카드가 삼성카드를 바짝 추격하는 상황에서 삼성카드가 지켜오던 2위 자리가 위태롭다는 분석이 나온다. 카드업계의 할부금융과 리스 관련 자산이 올해 감소세를 보이는 가운데 삼성카드 감소 폭이 특히 확대됐기 때문이다.
카드업계에 따르면 올해 6월 말 기준 할부금융과 리스업을 영위하고 있는 7개 카드사(신한·삼성·KB국민·우리·롯데·하나·비씨카드)의 관련 자산은 총 16조6461억 원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말(17조2533억 원) 대비 3.5%(6072억 원) 감소한 규모다.
특히, 올해 들어 할부금융과 리스 자산 감소 폭이 가장 큰 곳은 삼성카드였다. 삼성카드의 할부금융·리스 자산은 지난해 말 9714억 원에서 올해 6월 말 8495억 원으로 12.5% 감소했다. 삼성카드의 할부 이용액 축소는 건전성 관리를 위해 수익이 잘 나지 않는 업종에서 무이자 할부 혜택을 줄였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삼성카드는 지난 3월 국세·지방세 관련 무이자 할부 이벤트를 중단했고 4월에도 일부 온오프라인 가맹점에서 무이자할부 혜택 제공을 잇달아 중지했다.
개인 신판 누적 부문에서는 삼성카드가 2위를 차지하고 있으나 현대카드와의 격차는 줄고 있어 2위를 언제까지 유지할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10월 누적 기준 개인 신판액은 2위 삼성카드(107조382억 원)와 3위 현대카드(100조1721억 원)로, 약 7조 원 차이다. 신한카드(116조7333억 원)가 1위를 기록했다. 양사 격차는 9월 6조9863억 원에서 10월 6조8660억 원으로 소폭 줄었다.
또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올해 현대카드 개인 고객의 해외 신용카드 결제금액은 10월 말 기준 누계 2조2200억 원을 기록했다. 반면 삼성카드는 2조1200억 원을 기록했다. 9월에 이어 직전 1위사였던 삼성카드를 제쳤다.
다만, 일각에서는 고금리 기조에서 대부분 카드사가 리스크 관리에 집중하며 저수익 자산을 줄이고 있어 현대카드가 일시적인 반사효과를 누렸다는 시각도 있다. 타 카드사가 10월 자동차 캐시백 혜택을 줄인 가운데 현대카드는 현대차·기아라는 계열거래를 통한 50% 수준의 점유율을 유지하면서 취급고가 일시적으로 늘어난 것이라는 해석이다.
올해 10월 자동차 캐시백 현황을 보면 현대카드와 하나카드가 각각 0.8%, 1.1%의 캐시백 혜택을 지속했으나 신한카드, 삼성카드, 롯데카드 등은 캐시백 혜택을 축소했다. 신한카드는 9월 1.0%였던 캐시백을 10월 0.8%로 0.2%포인트 줄였고 삼성카드와 롯데카드는 0.7%, 0.5%로 각각 0.3%포인트, 0.5%포인트 축소했다.
또 다른 카드사 관계자는 "(현대카드의 신판 성장세에는) 세금·4대 보험의 무이자 할부 행사 진행과 자동차 캐시백 지급 등의 영향이 있다"며 "대부분의 카드사는 고금리 상황 지속 등 대외 경제 불확실성에 대비해 무리한 외형경쟁을 지양하고 저수익 자산을 줄이는 등 리스크 관리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