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4월 총선까지 지켜봐야"
입주권 가격 내리고 거래 줄어
실거주의무에 분양권 거래 '불투명'
내달부터 올림픽파크포레온 분양권 전매제한 기간이 끝나지만 실거주의무가 유지되면서 실제 매매는 불가능할 전망이다. 올림픽파크포레온(둔촌주공) 올림픽파크포레온 단지 전경. /최지혜 기자 |
[더팩트ㅣ최지혜 기자] 부동산 시장 약세 속 실거주의무 개정 논의가 국회를 표류하면서 '올림픽파크포레온'(둔촌주공) 분양권과 입주권 매매시장이 얼어붙었다. 현재 거래 가능한 입주권은 고점 대비 수억 원 가격이 내렸고 수요도 붙지 않는 모습이다. 일반분양을 통해 공급된 분양권 거래가 시작되면 분위기 반전의 가능성이 있지만 실거주의무가 해제되지 않는 한 매매가 불가능한 상황이다.
23일 분양권 전매제한 해제를 1주일 앞둔 서울 강동구 둔촌동 올림픽파크포레온 현지 부동산 업계는 국회의 실거주의무 폐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었다. 이 단지는 '단군 이래 최대 규모'로 불렸던 둔촌주공 아파트를 재건축한 단지다. 단지는 1만2032가구의 메머드급 규모다. 이 가운데 일반분양 물량이 4786가구를 차지한다. 단지는 지난해 12월 일반분양을 시작했고, 오는 2025년 1월 입주를 앞두고 있다.
올림픽파크포레온은 당초 분양가 상한제 적용 단지로, 전매제한 8년과 실거주의무 2년이 적용됐다. 정부가 전매제한을 1년으로 풀면서 지난해 12월 일반분양 시점으로부터 1년이 지난 올해 12월부터는 분양권 거래 제한 기간이 끝난다. 현재는 조합원 분양으로 공급된 입주권만 거래되고 있다.
그러나 사실상 내달부터도 분양권 거래는 불가능한 상황이다. 실거주의무가 유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전매제한이 풀리더라도 실거주의무가 적용되면 입주가능 시점부터 3개월 내에 수분양자가 전입신고를 해야 한다. 이에 실거주의무 규제가 풀리지 않으면 분양권 매매는 물론 전세 세입자조차 받을 수 없다.
단지를 취급하는 강동구 둔촌동 A 공인중개사무소 대표는 "입주권은 매수문의가 끊겼다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거래되지 않고 있다"며 "드물게 이뤄지는 거래는 가격이 꽤 내린 매물이다. 매물은 보통 전용 84㎡ 기준 17억 원 후반에서 19억 원 정도"라고 말했다. 이어 "조합원 분양가가 시세보다 많이 저렴하게 나와 최근 형성된 가격은 다소 합리적인 편이다. 인근 아파트 매매가격 시세보다도 낮은데, 신축인 점을 고려하면 대폭 낮은 것"이라면서도 "가격은 많이 내렸지만 부동산 경기 악화와 고금리 영향으로 수요가 붙지 않는다"고 부연했다.
둔촌동의 B 공인중개사무소 대표 역시 "매물 대비 거래량은 극히 적다"며 "문의는 종종 오지만 실제 거래로 이어지는 것은 사정이 어려운 조합원들이 내놓는 급매 뿐"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국토교통부 실거래가공개시스템을 보면 올해 최근 이 단지의 입주권 매매는 올해 중순 대비 크게 줄었다. 단재의 거래량은 △1월 2건 △2월 1건 △3월 8건 △4월 5건 △5월 14건 △6월 22건으로 꾸준히 상승한 뒤 △7월 11건 △8월 4건 △ 9월 2건 등으로 감소했다.
가격 하락세도 뚜렷하다. 단지의 전용 84㎡ 입주권은 올해 4월 22억9615만 원에 중개거래됐는데, 지난달 23일에는 18억2354만 원으로 4억 원 이상 내렸다. 이는 인근 구축 아파트인 올림픽선수기자촌 거래가보다도 낮은 수준이다. 올림픽선수기자촌 2단지 전용 83㎡은 지난 9월 20억 원에, 1단지 전용 83㎡은 지난달 19억3000만 원에 손바뀜했다.
올림픽파크포레온 입주권의 가격은 많이 내렸지만 일반분양가보다는 여전히 프리미엄(피)이 붙은 상태다. 단지 전용 84㎡ 분양가는 최고가 기준 12억9600만~13억2040만 원이었다. 현재는 입주권만 시장에 나온 상태지만, 분양가 기준 프리미엄은 여전히 5억 원대다. 단지에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돼 안전마진이 넉넉한 탓이다.
서울 강동구 올림픽파크포레온 분양권의 전매제한이 해제됐지만 실거주의무가 유지되면서 분양권 거래는 불가능한 상황이다. 서울 강동구의 한 공인중개사무소 모습. /최지혜 기자 |
입주권 가격이 약세를 띠는 것은 정부의 실거주의무 규제 완화 시점과 여부가 불투명해지면서 투자가치가 낮아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정부는 올해 1월 실거주 의무가 신축 임대 공급을 위축시킨다는 부동산업계의 의견을 반영해 분양가 상한제 적용 지역 아파트의 실거주의무를 폐지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에 지난 2월 국회에 실거주의무 폐지를 골자로 한 주택법 개정안이 발의됐다.
해당 법안은 당초 5월 논의될 계획이었으나 실거주의무 폐지가 전세사기 문제를 키울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면서 국회가 신중한 태세를 취하기 시작했다. 국토위는 내달 6일 법안심사소위를 열기로 합의하고 소위 상정 법안을 논의하고 있다. 당초 지난 9월 20일 국토위 법안소위에 상정될 예정이었으나 일정이 연기됐다.
현지 부동산 업계는 실거주의무 폐지가 하루빨리 국회를 통과하길 기대하는 분위기다. 분양권 거래가 입주권 매매시장에도 윤활제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A 공인중개사 대표는 "통상 조합원들이 단지 내에서도 유리한 주택을 선점하기 때문에 분양권보다는 입주권 가격이 더 높은 경향이 있다"며 "분양권 매매가 시작돼 공급이 늘고 낮은 가격에 거래된다면 입주권 거래도 원활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총선 이후까지 분위기를 두고 봐야 한다는 견해도 있다. C 공인중개사무소 대표는 "야당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현 국회에선 실거주의무 폐지 가능성이 낮다고 본다"며 "다수당이 뒤집힐 수 있는 내년 총선 5월까지 상황을 봐야할 것 같다"고 내다봤다.
현지 업계의 기대와 달리 전문가들은 실거주의무가 해제의 국회 통과 가능성을 낮게 점치고 있다. 현재 서울 내 청약 결과가 안정적으로 나오고 있는데다, 실거주의무 폐지에 따른 부작용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서울의 경우 실거주의무 폐지 없이도 세자릿 수 청약 경쟁률이 나오고 있고, 폐지될 경우 서울 내 청약시장이 과열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있어 관련 법이 국회를 통과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이미 전매제한과 대출규제 완화, PF 지원 등의 조치가 '둔촌주공 살리기'라는 꼬리표가 붙기도 했다. 실거주의무까지 해제되면 특정 단지의 5000개 분양권 매매를 위한 법안이 서울시 전체에 영향을 주게 되는 꼴"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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