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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동의 황제주②] 8년 전 영광은 언제?...'호실적' 오뚜기, 반비례 주가
입력: 2023.11.20 00:00 / 수정: 2023.11.20 00:00

2015년 8월 황제주 등극
해외 사업 부진·일감 몰아주기 등에 주가 폭락
일일 거래량 1만 주↓…주가는 제자리 걸음


2015년 8월 황제주에 오른 오뚜기는 올해 11월 30만 원대에 거래되고 있다. /더팩트 DB
2015년 8월 황제주에 오른 오뚜기는 올해 11월 30만 원대에 거래되고 있다. /더팩트 DB

한때 1주당 100만 원을 호가하며 황제주 반열에 오른 종목들이 있다. 국내 증시 역사상 황제주 자리에 올랐던 종목은 코스피 11개, 코스닥 5개 등 도합 16개 종목이다. 높은 가격만큼 투자자와 시장의 뜨거운 관심을 받았지만 현재 국내시장에서 황제주는 자취를 감췄다. 경영진을 둘러싼 논란, 실적 또는 업황 악화, 물적분할 등 왕좌를 내려놓은 이유는 다양하다. 최근에는 고금리·고유가·고환율 '3고' 우려와 이스라엘·하마스 전쟁과 같은 중동발 리스크 등 여러 악재가 겹치면서 증시가 맥을 추지 못하고 있다. 한때 황제주로 위상을 뽐냈으나 여러 가지 복합적 이유로 현재는 몸집을 줄인 격동의 종목들을 다각도로 조명한다. <편집자주>

[더팩트 | 이한림 기자] 해외에서 라면을 포함한 'K푸드'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농심, 삼양식품, 오뚜기 등이 올해 3분기 나란히 호실적을 기록했다. 농심은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보다 2배 올랐으며 삼양식품은 역대 처음으로 분기 수출액 2000억 원을 달성했다. 오뚜기도 해외법인의 매출 증가가 실적 개선을 이끌면서 같은 기간 영업이익이 87.6% 올랐다.

그러나 오뚜기의 신통치 않은 주가 흐름은 여전하다. 오뚜기는 올해 들어 역대 최고가 수준을 이어가고 있는 농심과 삼양식품과 달리 3년째 역대 최저 수준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다. 업계 1위 농심(2조6125억 원)에 이어 2위 자리를 지키던 시가총액 순위마저 3위 삼양식품에 자리를 내줬다. 일일 평균 거래량은 1만 주도 넘지 못하고 있다. 한때 주가 100만 원을 넘기며 '갓뚜기'로 불린 오뚜기가 30만 원대를 기록하며 투자자들의 외면을 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 2015년 황제주 등극 후 급락…3년째 주가 제자리걸음

1969년에 설립된 오뚜기는 1994년 거래소에 상장했다. 시작가는 2만1000원이었으며 이후 꾸준히 횡보하다가 2015년 8월 5일 100만 원을 돌파하며 황제주에 등극했다. 당시 1인 가구 증가세가 뚜렷해지면서 '혼밥'이나 '먹방' 열풍이 불기 시작했고 냉동·레토르트·비빔장·라면 등 오뚜기표 제조 식품들의 판매량이 고루 오르면서 실적 개선 기대감이 주가에 반영된 결과다.

최고가는 2015년 8월 13일 기록한 146만6000원이며, 2016년 초까지 100만 원대 주가를 유지하면서 황제주로서 장기 집권도 누렸다. 증권가에서는 오뚜기 제품의 가격이 경쟁사 대비 저렴하거나 차별화된 제품이 많아 향후 지속적인 성장에 도움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오뚜기는 올해 11월 16일 기준 39만1000원에 거래됐다. 황제주던 주가는 2016년 말부터 내림세를 보였고, 2017년 6월에는 한 달 만에 30만 원 넘게 주가가 급락하기도 했다. 2021년부터는 30만 원~50만 원 주가 사이에서 오르내림을 이어가고 있다. 과거의 영광을 뒤로하고 3년째 제자리 걸음을 걷는 주가에 투자자들이 등을 돌린 셈이다.

오뚜기가 주가 흐름을 상승으로 이어가지 못하고 있는 배경으로는 해외시장 경쟁력을 꼽는 해석이 많다. 농심은 미국 2공장 효과로 올해 상반기 호실적을 거뒀고 삼양식품은 해외사업 비중이 70%에 달한 반면, 오뚜기는 그간 국내 시장에 집중한 포트폴리오로 해외 사업 비중이 경쟁사 대비 낮았기 때문이다. 오뚜기도 뒤늦게 해외법인을 통한 매출 증가와 원가율 개선 효과로 실적 개선을 이어가고 있으나, 현재보다 미래에 대한 가치가 반영되는 주가만 보면 답답한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오뚜기는 국내에 집중된 사업 비중과 최대주주인 함영준 회장(사진) 등 오너 일가의 일감 몰아주기 논란 등을 겪으면서 투자자들에게 외면받고 있다. /이중삼 기자
오뚜기는 국내에 집중된 사업 비중과 최대주주인 함영준 회장(사진) 등 오너 일가의 일감 몰아주기 논란 등을 겪으면서 투자자들에게 외면받고 있다. /이중삼 기자

◆ "진라면은 오뚜기에서 만들지 않는다?"…함영준 회장, 일감 몰아주기 논란도

과거 '오너' 함영준 오뚜기 회장의 일감 몰아주기 논란도 주가 급락의 원인이 됐다. 2010년 오뚜기 회장에 오른 함 회장은 라면 시장에 대한 적극적인 투자로 시장 내 점유율을 끌어올렸고 대표 제품인 '진라면'을 포함해 '진짬뽕', '참꺠라면' 등 오뚜기 라면에 대한 인기가 이어지면서 투자자들의 기대를 받았다. 여기에 2015년부터 원재료 가격이 하락하며 영업이익 증가 기대감이 크게 불었고 황제주라는 성적표를 받게 된다.

그러나 매출과 영업이익이 꾸준히 오르는 데 반해 영업이익 증가율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서 투자자들의 의문을 낳았다. 실제로 2016년 3월 공개된 2015년 연간 실적 보고서에 따르면 농심은 2015년 영업이익이 60% 넘게 올랐으나 오뚜기는 15%에 그쳤다. 오뚜기는 2016년 3월 이후 100만 원대 주가를 기록하지 못하고 있다.

원인은 오너에게 집중된 지배구조였다. 시장 내 점유율을 크게 끌어올린 라면 역시 상장사인 오뚜기가 만드는 곳이 아니라 비상장사인 오뚜기라면이 만드는 곳이었으며, 2018년 당시 오뚜기라면의 최대 주주는 오뚜기(24.2%)가 아닌 함영준 회장 개인(35.63%)으로 라면을 잘 팔아도 오뚜기의 실적보다 함 회장 본인의 주머니만 불린다는 이야기마저 나왔다. 당시 지배구조 평가 역시 최하위인 D등급을 받는 등 논란이 지속됐다.

상속세 성실납부, 심장병 어린이 수술비용 후원, 장학 사업, 10년간 라면 가격 동결, 비정규직 비율 1%대 등의 상생 행보가 소비자들에게 어필되면서 '갓뚜기'로 불린 기업이 일감 몰아주기 논란의 중심에 서자 투자자들의 실망감이 주가에 반영됐다. 이후 오뚜기는 2020년 지배구조 개편을 통해 오뚜기라면을 포함한 관계사들을 모두 100% 자회사로 재편하고 나서야 지적받은 지배구조 문제에서 자유롭게 됐다. 최근 새롭게 받은 지배구조 등급은 A다.

오뚜기 측은 현재로선 자사주 매입 등 주주 부양책 방안은 구체적인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더팩트 DB
오뚜기 측은 현재로선 자사주 매입 등 주주 부양책 방안은 구체적인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더팩트 DB

◆ 오뚜기 "주주가치 제고 노력 공감…다각도 검토 중"

증권가도 오뚜기를 낙관적으로 바라보지 않는 모습이다. 지난 7월 하이투자증권이 오뚜기의 목표 주가를 60만 원으로 내리고 투자의견 매수를 유지한 리포트를 낸 후 오뚜기를 다룬 국내 분석은 멈춰 있다.

한 증권가 관계자는 "오뚜기가 황제주에 오른 2015년 식품 관련주는 올해 2차전지 수준으로 시장의 관심이 높던 테마주였다. 그러나 이후 꾸준히 우하향을 기록한 오뚜기는 3~4년 주기로 저점을 경신했고, 거래량과 주가 추이만 보면 소외된 종목으로 전락하기 직전의 모습이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올해는 긴축이 증시 전반을 지배하는 시장 분위기에 따라 펀더멘탈(기초체력)이 좋은 종목이 상승세를 탈 때 효과를 내고 있다. 최근 라면에 이어 한국의 냉동 제품들이 해외 대형 유통채널에 입주하는 등 K푸드 열풍도 있어 경쟁사와 함께 테마 반등도 노려볼 만하다"며 "다만 오뚜기가 장기 우하향을 이어온 우량주인 만큼 비중을 과도하게 높이는 건 주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오뚜기는 투자자들의 외면을 받고 횡보하는 주가에 대해 공감하고 있고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다양한 방안을 모색하겠다는 입장이다. 다만 자사주 매입이나 액면 분할, 배당 확대 등 주가 부양 계획은 현재로선 계획이 없다고 덧붙였다. 오뚜기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구체적인 계획이 나온 건 없다. 현 상황에 대해 공감하며 다각도로 검토 중에 있다"고 말했다.

한편 오뚜기는 '인류 식생활 향상에 기여해 행복한 세상을 만든다'는 주제로 지속 가능한 경영을 실천할 방침이다. 지난 7월 발간한 '2023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 따르면 지속가능한 포장, 책임 있는 소싱, 식품 안전 및 품질, 기후변화 대응, 건강과 영양, 인권 경영 등을 핵심 주제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체계를 확립한다는 설명이다.

오뚜기 관계자는 "ESG 활동 및 성과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더욱 탄탄한 ESG 경영 체계를 확립해 지속 가능한 미래가치를 창출하고 건강한 음식 문화를 선도하겠다"고 했다.

2kuns@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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