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네트웍스 "최신원 전 회장, 사임 후 어떠한 직책·직무 맡지 않아"
최신원 전 SK네트웍스 회장이 1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법에서 열린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횡령) 혐의 항소심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이성락 기자 |
[더팩트ㅣ서초구=이성락 기자] 최신원 전 SK네트웍스 회장이 취업제한 기간에도 계속 회사에 출근하고 있다는 의혹에 대해 직접 부인했다. 최신원 전 회장은 "(회사에서 사람을) 가끔 만난다"라고 밝혔는데, 이에 대해 SK네트웍스 측은 "회사 경영과 관련한 방문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최신원 전 회장은 1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법에서 열린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횡령) 혐의 항소심 공판에 출석했다. 재판에 앞서 <더팩트> 취재진과 만난 최신원 전 회장은 취업제한 위반 의혹과 관련, '현재 회사에 출근하고 있느냐'는 질문에 "아니다"라며 손사래를 쳤다.
최신원 전 회장은 지난해 2200억 원대 횡령·배임 혐의로 1심에서 유죄가 선고돼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받았다. 이에 형기가 끝나더라도 5년간 더 취업이 제한된다. 사실상 은퇴를 선언한 상태이기도 하다. 최신원 전 회장은 지난 2021년 10월 자기 의사에 따라 모든 직책에서 물러났다. 회사에 부담을 주지 않고 재판에 집중하기 위한 결정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그간 일각에서는 최신원 전 회장이 서울 종로구 SK네트웍스 본사에서 가끔 모습을 드러낸다는 점을 근거로 취업제한 위반 의혹을 제기했다. 최신원 전 회장 역시 이날 '출근'에 대해 부인하면서도 "(회사에서 사람을) 가끔 만난다"며 방문 사실을 인정했다. SK네트웍스 본사에 간 적은 있지만, 회사 일을 하기 위함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SK네트웍스 측도 "최신원 전 회장의 개인적인 일정은 회사에서 알 수 없다. 최신원 전 회장이 가끔 식사하기 위해 들르는 정도만 알고 있다"고 밝혔다. SK네트웍스에 따르면 최신원 전 회장은 회장직 사임 이후 어떠한 직책·직무를 맡지 않고, 경영에도 관여하지 않고 있다. 집무실 등 최신원 전 회장을 위한 별도 공간도 마련돼 있지 않다.
현재 SK네트웍스는 전문경영인 이호정 대표가 이끌고 있다. 최신원 전 회장의 아들인 최성환 사장은 사업총괄로 일하고 있다. 최성환 사장은 지난해 3월 주주총회를 통해 이사회에 합류했고, 같은 해 연말 정기 인사에서 사장으로 승진하며 회사 내 지배력을 강화하고 있다.
최신원 전 회장은 개인 골프장 사업 추진과 가족·친인척 허위 급여 지급, 개인 유상증자 대금 납부, 부실 계열사 지원 등 명목으로 SK네트웍스와 SK텔레시스 등 계열사 6곳에서 약 2200억 원을 횡령하거나 배임한 혐의를 받고 있다. 차명으로 140만 달러(약 18억 원)를 환전한 뒤 80만 달러(약 10억 원) 정도를 세관에 신고하지 않고 해외로 반출한 혐의도 받는다.
이날 재판에서는 최신원 전 회장 지시로 개인 돈을 환전한 인물에 대한 증인 신문이 이뤄졌다. 최신원 전 회장 비서로 23년간 일한 신 모 씨는 "해외 출장 일정이 있으면 달러로 환전했다. 1만 달러 이상 환전하면 기관 기록으로 남는다기에 다른 직원들을 대동해 각각 다른 명의로 1만 달러씩 환전했다"며 "최신원 전 회장 지시로 나눠서 환전한 건 아니다. 뭔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단순히 개인 판단으로 그렇게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최신원 전 회장이 한국상표디자인협회 회장으로 재직할 당시 사무처장으로 함께 일했던 배 모 씨에 대한 신문도 진행됐다. 배 씨는 SK 측이 한국상표디자인협회 직원들의 급여를 지급하고, 사무실을 무상 지원한 배경에 대해 "지식재산권 관련 피해를 막기 위해 일하는 등 공익적인 목적으로 운영되는 협회는 수익 사업이 없어 재정적인 어려움이 컸다"며 "급여 지급 등에 대한 의사결정이 어떻게 이뤄졌는지 자세히 모른다. 다만 지원이 없었다면 협회는 존립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rocky@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