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차거래 전산화서비스 '트루웹' 적용 완료…"의무화 안 됐을 뿐"
'배터리아저씨'로 불리는 박순혁 작가가 지난 10월 30일 오전 서울 마포구 상암동 <더팩트> 사옥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불법 공매도 현황에 대해 답답한 마음을 토로하고 있다. /임영무 기자 |
박순혁 작가를 가리키는 수식어는 다양하다. 2차전지 열풍의 선봉장으로 선 그는 '배터리 아저씨'라고 불려왔다. 공매도 제도 개선을 외치며 금융당국에 맞서면서 '증권가 다윗'이라는 이름표도 달았다. 2차전지부터 공매도까지 증권가 뜨거운 감자에 서 있는 그를 지난 4월에 이어 다시 만났다. 6개월 전 <더팩트>와 인터뷰 당시 계좌를 공개한 박 작가는 이번에도 휴대폰을 꺼내 보였다. 최근 2차전지 종목이 약세장을 기록하고 있음에도 6개월 전과 다름없이 의연한 태도였다. 오히려 좋은 매수하기에 좋은 기회를 줘서 더 샀다고 했다. 공매도 특권 카르텔을 깨야 한다고 할 때는 목소리를 높였다. 격정적으로 진행된 2시간여 인터뷰를 <상>, <중>, <하>편으로 나눠 싣는다. <편집자주>
☞<중>편에 이어
[더팩트|윤정원·이한림 기자] 박순혁 작가는 인터뷰에서 금융당국의 카르텔을 꼬집으며 김주현 금융위원장의 '3가지 위증'을 거듭 주장했다. 박 작가가 문제 삼는 김주현 위원장의 위증은 △개인 투자자들의 요청을 모두 이행한 점 △기관에 대한 담보비율의 차등이 불공정하지 않다고 한 점 △공매도 관리 전산화가 불가능하다고 한 점 등으로 정리된다.
박 작가는 "개인 투자자들의 요청을 다 들어줬다고 한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공매도와 관련해서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에서 문제를 제기한 것이 3~4년이 넘는다"며 "지난 7월 26일 이차전지 등이 30%가량 떨어졌다. 이것은 누가 봐도 시세 조종이지만 금융당국은 조사에 들어가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박 작가는 최근 5만 명 이상의 동의를 얻은 공매도 관련 청원을 이야기하기도 했다.
박 작가는 개인과 기관의 담보 비율 차별에 대해서도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김 위원장은 담보 비율 차등을 말하며 '헤어컷'(증권 회사가 소유한 증권의 평가 절하)을 말했다. 기관은 주식과 채권을 맡기기 때문에 헤어컷이 있고, 개인과 차이가 나지 않는다고 풀이했다. 하지만 이것은 개인 투자자들을 바보 취급 하는 것"이라고 역설했다.
그는 "주식과 채권 등은 변동성이 있으므로 100% 담보비율이 인정되지 않는 것이 당연하다. 기관들도 현금을 맡긴다면 헤어컷은 적용되지 않는데, 기관에 대해서만 헤어컷을 하는 것처럼 말하는 것"이라면서 "담보물의 종류에 따른 헤어컷일 뿐, 기관과 개인에 차별성을 둔 헤어컷이 아니다. 이런 식으로 국민들을 오인하게 하는 자체가 잘못된 태도"라고 지적했다.
박순혁 작가는 "공매도 전산화 구축 비용은 증권사에서 대는 것이며 그 비용 또한 천문학적이지 않다"고 주장했다. /임영무 기자 |
이날 박 작가가 가장 중점적으로 지적한 점은 금융위가 "공매도 전산관리가 불가능하다"고 언급한 부분이다. 박 작가는 "현재 금융당국은 공매도 전산관리가 불가능하다, 비용이 천문학적이라고 말하고 있다. 하지만 공매도 전산화는 문재인 정부 첫 금융위원장인 최종구 전 위원장(2017년 7월 19일~2019년 9월 8일)이 재임하던 2018년부터 진행돼온 것"이며 이야기의 물꼬를 텄다.
그는 "그러나 2021년 2월에 은성수 전 금융위원장이 말을 싹 바꾸며 흐름이 달라졌다. 당시 은 위원장은 '음주운전을 막기 위해 음주운전자 자동차의 시동이 안 걸리게 하는 것은 기술적으로는 가능할지 모르지만 거기에 드는 비용이 너무 천문학적'이라고 말하면서 시스템 구축을 포기했다"고 부연했다.
그동안 금융위는 여야가 공매도 전산화의 필요성을 역설할 때마다 난색을 표했다. 해외에도 없는 제도를 도입해 과도하게 규제하면 외국인 투자자의 시장 이탈이 우려된다는 이유에서다. 전산시스템에 대해선 호환성 문제, 필요한 비용 부담 등의 이유로 공매도 전산화를 반대해온 까닭이다.
박 작가는 "금융당국은 공매도 전산화가 마치 국민 세금, 공적자금이 드는 것처럼 이야기하는데, 전산화 구축 비용은 증권사에서 대는 것이며 그 비용 또한 천문학적이지 않다"고 손사래를 쳤다. 이어 "대차거래계약 확정 시스템을 가동하면서 해당 계약을 전산화하는 게 우리가 말하는 공매도 전산화다. 주식을 빌릴 당시 상황이 전산화 돼있으면 무차입 공매도가 원천적으로 금지된다"며 "해당 전산화는 실제로 만들어져 있지만 참여를 의무화하지 않았을 뿐"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박 작가는 지난 2019년 12월 금융위로부터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된 대차거래 전산화서비스 '트루웹'이 국내 대형 증권사들과 공식 계약을 체결한 점, 대차거래 전과정에 대한 전산화를 완료한 점 등을 설명했다.
다만 업계에서는 전산화가 이미 구축돼 있다는 데는 이견이 있다는 반응이다. 증권사 가운데 전산화 서비스를 도입하지 않은 곳이 많은 데다 실상 공매도 전산화를 위해서는 증권사 전체를 연결하는 완전한 시스템이 이뤄져야 실효성이 있다는 설명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증권사별 모든 거래가 공유되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은 금융당국의 몫이 될 수밖에 없다. 공매도 전산화를 위해서 금융당국이 부담해야 하는 투자 비용은 막대할 것이고, 실제 모든 공매도 거래를 파악하는 자체가 어려운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또 그는 "공매도 거래 현황이 공유되면 개인들의 계좌를 모두 살펴본다는 이야기나 다름 없다. 이럴 경우 개인정보 침해 문제가 대두할 수도 있다"고 부연했다.
박 작가는 인터뷰에서 불법 공매도 전산 논란이 과거부터 있어왔음에도 처벌이 이뤄지지 않은 점을 지적하기도 했다. 실제 지난해 금융당국은 불법공매도 제재를 강화하겠다며 불법 공매도에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법을 개정했다. 이에 올해부터 과징금 처분이 가능해졌고, 지금까지 부과된 과징금은 총 90억 원 수준이다. 1건당 평균 3억4000만 원인 셈이다. 하지만 황운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형사처벌은 단 한 건도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박 작가는 최근 무차입 공매도로 의심되는 거래가 발생하고, 공매도 순보유잔액을 지연보고한 신한투자증권에 대한 의구심을 제기하기도 했다. 최근 '해킹 음모론'이 제기된 이동채 에코프로 회장의 계좌가 신한투자증권으로 확인됐다며, 해당 증권사가 신한투자증권임을 숨기는 것은 불법 무차입 공매도이기 때문이라는 입장을 내세우기도 했다.
이날 박 작가는 인터뷰를 마치며 "산업의 혈관인 금융의 서포트가 필요하다. 금융과 산업이 동반성장해야 하는데 우리나라는 과거부터 산업에 비해서 금융이 후진적"이라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그는 "이권 카르텔이 금융을 망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고, 이는 제가 2년 동안 싸워야만 했던 이유였다"며 "금융 산업의 후진성을 선진화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이해가 모두에게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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