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 시작으로 과감한 인사
현대백화점그룹, 계열사 3사 대표 교체, '안정 속 변화 추구'
현대백화점그룹이 2024년 정기 임원인사를 발표했다. 지난 2년간 대표이사진에 변화를 주지 않은 정지선(왼쪽 작은 사진) 현대백화점그룹 회장은 올해 계열사 3개 기업의 대표를 교체했다. /더팩트 DB·현대백화점그룹 |
[더팩트|우지수 기자] 현대백화점그룹이 계열사 대표진을 물갈이했다.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은 지난 2년간 대표이사진을 교체하지 않았지만 그룹 쇄신을 위해 이번 결정을 내린 걸로 분석된다. 지난 9월 신세계의 대대적 임원인사를 시작으로 유통업계 쇄신 분위기가 거세지자 업계는 실적 부진을 겪는 롯데그룹의 연말 인사에 촉각을 세우는 분위기다.
지난 2일 현대백화점그룹은 3개 계열사의 대표이사를 교체했다. 수장이 바뀐 기업은 현대백화점, 현대홈쇼핑, 현대엘앤씨다. 현대백화점그룹의 이번 인사 기조는 '안정 속 미래 성장을 위한 변화 추구'다.
현대백화점은 올해 2분기 매출액이 지난해 2분기보다 14% 줄며 1조 원을 뚫지 못했고 영업이익은 22% 감소했다. 현대홈쇼핑의 2분기 영업이익은 같은 기간 36% 감소했다. 현대엘앤씨는 지난해 영업손실 4억5000만 원을 기록했다. 현대백화점그룹 관계자는 "지난 2년간 계열사 대표이사를 모두 유임시키며 변화를 주지 않았지만 미래 성장을 위해 꼭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사업 분야에 대해선 변화를 선택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 회장은 오래 근무한 인사도 교체하면서 쇄신 필요성을 강하게 내비쳤다. 먼저 김형종 현대백화점 전 대표이사가 그룹을 떠나게 됐다. 김 전 대표는 한섬 대표를 8년, 현대백화점 대표를 4년 맡으며 총 12년간 현대백화점그룹 계열사를 책임져 왔다.
변화 속에서 안정까지 추구하고자 하는 의지도 엿보였다. 현대백화점의 새 대표이사로 선임된 정지영 대표는 1991년 현대백화점에 입사해 30년 넘게 근무한 '안정성' 있는 인사의 대표주자다. 이와 함께 여의도 더현대서울을 기획할 당시 '더현대'라는 이름을 떠올린 사람이 정 대표라는 후문도 나오면서 '변화 추구'라는 키워드에도 어울리는 인사란 평가가 나왔다.
현대홈쇼핑의 수장으로 지목된 한광영 대표 역시 현대백화점에서 30년 이상 근무했다. 정백재 현대엘앤씨 대표도 1996년 현대백화점에 입사해 현대엘앤씨 경영전략본부장을 지냈다.
신세계그룹과 현대백화점그룹이 임원인사를 발표하자 다음 주자인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인사 결정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오른쪽 작은 사진은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더팩트 DB·롯데그룹 |
현대백화점그룹이 정기인사를 발표하자 자연스럽게 롯데그룹의 연말 인사에 유통업계의 관심이 쏠리는 모양새다. 신세계그룹의 지난 9월 인사 발표 이후 업계에선 유통업계 전반에 쇄신 돌풍이 불 수 있단 예측이 나왔다.
앞서 신세계그룹은 25개 계열사 중 9개 기업의 대표진을 교체하면서 경영 변혁을 예고했다. 이커머스, 유통 등 그룹 실적에 빨간불이 켜지면서 이명희 신세계그룹 회장이 직접 인사 이동을 지휘했을 것이란 예상도 나왔다.
롯데그룹은 이달 말에서 오는 12월 초 정기 임원인사를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쇄신의 중심인 유통 부문을 맡는 롯데쇼핑은 실적 부진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올해 2분기 롯데쇼핑의 매출액은 3조6222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2%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515억 원으로 30.8%만큼 줄었다. 정준호 롯데쇼핑 대표와 나영호 롯데온 대표는 내년 3월 임기 만료 예정이기도 하다.
이 외에도 김상현 롯데유통군 총괄대표 겸 부회장, 이영준 롯데케미칼 대표, 최홍훈 호텔롯데 월드사업부 대표 등 굵직한 인사들이 3월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다. 신동빈 회장의 장남 신유열 롯데케미칼 상무가 이달 인사에서 유통직군에 배치될 걸로 예고되면서 롯데그룹이 어떤 인사 결정을 내릴지 주목된다.
업계 관계자는 "신세계그룹 인사의 키워드가 '쇄신'이었고, 현대백화점그룹 인사의 키워드 역시 '쇄신'이었다"며 "롯데그룹의 정기인사에서도 '쇄신'을 찾아볼 수 있을지 궁금해지는 대목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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