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 계열사 하나은행, 가파른 성장세 유지
하나금융은 올해 3분기 누적 연결 당기순이익 2조9779억 원을 기록했다. /하나금융 |
KB·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금융지주의 3분기 실적이 모두 발표됐다. 미국발 금융시장 불확실성과 지속적인 경기 둔화에도 불구하고 비교적 양호한 실적을 거뒀다는 평가를 받는다. 다만, 지주사별로는 희비가 엇갈린 가운데 어떤 계열사가 그룹 실적에 '효자 노릇'을 했는지, '아픈 손가락'은 어디인지 정리해 본다. <편집자주>
[더팩트ㅣ정소양 기자] 하나금융지주가 올해 3분기 3조 원에 가까운 당기순이익(누적 기준)을 기록하며 '역대급 성장'을 보였다. 아직 '리딩금융' 경쟁에 합류하기에는 이르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격차를 줄이면서 KB금융지주와 신한금융지주 뒤를 바짝 쫓고있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나금융은 올해 3분기 누적 연결 당기순이익 2조9779억 원을 시현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4.2% 증가한 규모다.
하나금융이 3조 원에 가까운 당기순이익을 올리면서 2위인 신한금융의 뒤를 바짝 쫓고 있다. 신한금융의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11.3% 감소한 3조8183억 원이다. 두 지주간 순익 격차는 8404억 원이다.
하나금융의 이같은 성장세는 '비이자이익'에 있다. 그룹의 비이자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125.5% 증가한 1조6964억 원을 기록했다. 이는 지주사 설립 이후 3분기 누적 최대 실적이다.
하나금융 측은 시장변동성을 활용한 유가증권 및 외환 파생 관련 매매익 시현, 신탁·퇴직연금·운용리스 등 축적형 수수료 개선, 여행수요 회복에 따른 영업점 외환매매익 증가 등에 기인한다고 설명했다.
하나금융의 이자이익(6조7648억 원)과 수수료이익(1조3825억 원)을 합한 3분기 누적 핵심이익도 전년 동기 대비 2.2% 증가한 8조1473억 원을 기록하며 견조한 모습을 보였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우량자산 중심의 대출 성장, 수수료와 매매평가익 증가에 따른 비이자이익 확대, 효율적인 비용 관리 등에 힘입은 결과"라고 설명했다.
◆ 하나은행, 호실적으로 업계 2위 올라…비은행은 아쉬워
다만 그룹 내 자회사들의 실적은 희비가 엇갈렸다.
핵심 계열사인 하나은행은 호실적을 보이며 가파른 성장세를 유지했다.
하나은행은 3분기 9274억 원을 포함한 누적 연결 당기순이익 2조7664억 원을 시현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23.3% 증가한 수치로, 우량자산 중심의 대출 성장과 전년 동기 대비 402.5% 증가한 비이자이익에 힘입은 결과다.
은행만 놓고 보면 신한은행(2조5991억 원) 보다 앞섰으며, 1위인 KB국민은행(2조8554억 원)과도 큰 차이가 없는 수준이다.
다만, 그룹 실적의 대부분이 하나은행에서 나온 점은 향후 풀어야 할 숙제다. 3분기 누적 기준 하나금융의 은행 의존도는 92.9%에 달한다.
하나증권은 3분기 489억 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적자 전환했다. /하나증권 |
은행을 제외한 대부분의 계열사의 순익은 전년 동기 대비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하나증권의 경우 고꾸라진 실적으로 그룹의 실적 성장세에 제동을 걸었다.
하나증권은 3분기 489억 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적자 전환했다. 고금리·유동성 감소 등 시장 여건이 악화되며 해외 부동산 등 IB(투자은행) 자산 손실이 예상됨에 따라 충당금을 쌓은 영향이다. 영업손실은 569억 원으로 집계됐다.
지난 2분기에 이어 또다시 적자를 기록하며 그룹 실적 발목을 잡은 것이다. 하나증권의 지난 2분기 당기순손실은 487억 원, 영업손실은 329억 원이다.
특히 이번 분기 영업손실 폭은 지난 2분기보다 더욱 커졌다.
저축은행·생명 등의 실적도 부진했다.
하나저축은행과 하나생명의 3분기 누적 순익은 33억 원, 170억 원으로, 전년대비 각각 84.1%, 15.8% 감소했다.
◆ 92.9% 높은 은행 의존도는 숙제
이에 따라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이 풀어야 할 숙제는 '비은행 강화'가 될 전망이다.
90%대를 넘는 높은 은행 의존도를 낮춰야 '리딩금융' 경쟁 대열에 합류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하나은행 역시 비은행 강화를 핵심 과제로 삼고 있지만, 상황은 녹록지 않아 보인다.
앞서 하나금융은 비은행 강화 일환으로 KDB생명 인수를 검토 후 실사 작업까지 진행했지만, 결국 무산됐다.
양재혁 하나금융그룹 최고전략책임자(CSO)는 3분기 실적발표 콘퍼런스 콜에서 "KDB생명을 두 달 동안 실사했고 그룹의 보험업 강화 전략과 부합하지 않아 진행하지 않기로 했다"면서도 "단순하게 외형적인 성장보다는 자본의 효율성 측면과 자체적인 성장성, 수익성 등을 고려해서 진행하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하나금융 관계자는 "비은행 부문의 제휴, 투자를 통한 경쟁력 강화와 그룹 내 협업 활성화, 가속화를 통한 시너지 추진 등 새로운 영역으로 업의 범위를 확대하여 비은행 부문 역량을 강화할 예정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