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수 CEO' 최희문·정일문, 지난달 나란히 국감장 출석
임기 만료 앞둔 CEO 교체 가능성도 관심사
지난달 증권사 CEO로는 역대 처음으로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한 최희문 메리츠증권 부회장(위)과 정일문 한국투자증권 사장은 증권가를 대표하는 장수 CEO로 꼽힌다. /국회 의사중계시스템 갈무리, 윤정원 기자 |
[더팩트 | 이한림 기자] 미래에셋그룹 창업 멤버인 최현만 미래에셋증권 회장이 19년 만에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면서 증권가 주요 최고경영인(CEO)들의 연임 여부가 업계 화두로 떠올랐다. 급변하는 업황과 리스크 관리 소홀 등에 CEO부터 세대교체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오는 만큼 증권사 CEO들이 연말·연초 인사에서 자리를 보존할 수 있을 지 주목된다.
가장 큰 관심사는 장수 CEO들의 연임 가능성이다. 증권사 CEO로는 처음으로 국정감사(국감)장에 나선 최희문 메리츠증권 부회장과 정일문 한국투자증권 대표가 대표적이다. 특히 19년간 CEO를 맡았던 최현만 미래에셋증권 회장의 용퇴에 따라 증권가 전반에 쇄신하는 분위기가 이미 깔려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먼저 13년째 CEO 자리에 앉아 있는 최희문 메리츠증권 부회장에 시선이 쏠린다. 최 부회장은 2010년부터 메리츠증권 대표이사 자리를 맡은 후 지난해 자신의 4번째 임기를 이어가고 있다. 최 부회장은 지난해 창사 이래 처음으로 메리츠증권을 '1조 클럽'(영업이익 1조925억 원)에 올리고, 취임 전까지 중소형 증권사였던 메리츠증권을 대형사로 끌어올린 인물로 성과적 측면에서는 무난하게 5번째 임기를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올해는 분위기가 다르다. 메리츠증권이 올해 상반기 기록한 영업이익은 4431억 원으로, 하반기 들어 상반기보다 업황이 악화했음을 감안하면 2년 연속 '1조 클럽' 달성 가능성은 다소 낮아졌기 때문이다. 여기에 이화전기 그룹 매매정지와 내부자거래 의혹, 리스크 관리 실패 등이 국감을 통해 지적받으면서 최 부회장의 입지가 흔들릴 여지도 감지된다.
그간 CEO 인사에는 보수적인 경향이 짙던 증권가가 실적 부진은 물론 리스크 관리의 중요성 등이 대두되면서 올해는 다르다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더팩트 DB |
2018년 대표이사로 취임한 후 6번째 연임에 나서고 있는 정일문 한국투자증권 사장도 최 부회장과 입장이 비슷하다. 36년간 한국투자증권에서만 일한 정 사장은 대행사 보수 미지급과 기술 탈취 의혹, 불공정 거래 의혹 등을 사고 국감장에 섰다. 정 사장이 지난해 최악의 실적에도 5연임에 성공하고 올해 상반기에도 전년 동기 대비 23.63% 오른 4310억 원의 영업이익을 따냈으나, 올해는 다르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다. 임기가 1년인 점도 CEO 교체 가능성을 높인다.
이 외에도 오는 12월부터 내년 3월 사이 임기 만료를 앞둔 박정림·김성현 KB증권 대표, 정영채 NH투자증권 대표, 김상태 신한투자증권 대표, 장석훈 삼성증권 대표, 오익근 대신증권 대표도 세대교체 바람에서 자유롭기 어려울 전망이다. 그간 증권사들이 변화보다 안정을 택했다면 시장과 업황이 악화한 만큼 혁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어서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올해 3분기만 해도 양호한 증시 흐름이 부동산프로젝트파이낸싱(PF)이나 차액결제거래(CFD) 등 리스크가 겹친 상반기를 상쇄할 것으로 전망됐으나, 불공정 거래 의혹이나 증시 악화 등 악재가 연이어 발생하면서 비관론이 짙어지고 있다"며 "CEO가 경영만 잘하면 된다는 시각에서 리스크 관리가 중요시되는 분위기로 바뀐 만큼 미래에셋증권 최현만 회장을 시작으로 여러 CEO가 교체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