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표 플랫폼인 네이버와 카카오가 올해 3분기에도 실적 전망이 크게 엇갈렸다. /더팩트 DB

[더팩트｜최문정 기자] 국내 플랫폼 양강인 네이버와 카카오가 올해 3분기에도 희비가 엇갈릴 전망이다. 네이버의 경우, 신규 서비스를 론칭한 커머스 사업과 웹툰 사업의 글로벌 선전 등으로 인해 만족스러운 성적표가 예상된다. 반면 카카오는 야심차게 추진했던 카카오톡 개편 효과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이는 데다가, 광고 시장 위축 영향에 직격탄을 맞았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또한 최근 김범수 창업자 겸 전 이사회 이장을 비롯한 주요 경영진의 사법리스크가 불거지며 경영 전반에 '빨간불'이 들어온 상황이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네이버와 카카오는 각각 내달 3일과 9일 3분기 경영실적을 발표한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는 네이버가 3분기 매출 2조4604억 원, 영업이익 3676억 원의 실적을 올렸을 것이라 분석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19.59%, 영업이익은 11.31% 오른 실적이다.

카카오는 3분기 매출 2조2319억 원, 영업이익 1316억 원의 실적을 낼 전망이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19.85% 올랐지만, 영업이익은 14.43% 하락했다.

네이버와 카카오의 3분기 매출은 비슷한 수준이지만, 영업이익은 2배 이상 차이난다는 분석이다. 영업이익률 역시 네이버는 약 14.9%가 예상되지만, 카카오는 약 5.8% 정도에 그칠 전망이다.

네이버와 카카오 모두 최근 경기침체로 인한 광고시장 위축 타격을 받았지만, 그 외 사업의 성과가 희비를 갈랐다.

네이버의 경우, 도착보장 솔루션과 브랜드스토어 론칭 등 커머스 부문 강화 효과가 실적을 견인했고, 해외 시장에서의 웹툰 유료 결제율이 늘어나며 성장세를 유지했다는 평가다.

정의훈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네이버의 경우, 서치 플랫폼은 국내 광고시장 성장 둔화로 부진하나, 커머스 거래액 성장률이 국내 커머스 시장 성장률을 상회하며 좋은 실적을 이어갈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정 연구원은 이어 "커머스의 도착보장솔루션, 브랜드스토어 수수료 인상, 포시마크 수익성 강화로 성장 견인이 기대된다"며 "콘텐츠는 전분기 웹툰의 유료 이용자수, 거래액 증가 효과가 3분기에도 이어질 전망이다"라고 분석했다.

반면, 카카오는 올해 2월 SM엔터테인먼트 인수 효과로 매출 성장은 이뤘지만, 주요 자회사인 카카오게임즈의 매출부진과 엔터프라이즈, 엔터테인먼트 등의 인력 조정으로 일회성 비용이 발생해 이익률이 줄어들었다.

남효지 SK증권 연구원은 "카카오는 엔터테인먼트와 엔터프라이즈 사업의 구조조정으로 인해 약 200억 원의 일회성 비용이 발생했고, SM엔터와 종속회사의 인수가격배분(PPA) 상각비 소급분 약 300억 원이 반영됐을 것"이라며 "(인공지능과 헬스케어, 클라우드 등) 뉴 이니셔티브는 3분기에도 실적 부담으로 이어졌다"고 분석했다.

IT업계는 지난 2분기에 이어 3분기에도 네이버와 카카오의 실적 격차와 내용에 차이가 발생한 만큼, 네이버와 카카오의 국내 플랫폼 양강구도에 균열이 본격화됐다고 분석하고 있다.

최수연 네이버 대표가 지난 8월 24일 서울 강남구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에서 열린 '단23 컨퍼런스'에서 네이버의 두 번째 자체 초거대 AI '하이퍼클로바X'를 소개하고 있다. /최문정 기자

특히 네이버와 카카오 모두 미래 핵심사업으로 꼽은 인공지능(AI) 사업에서 온도차가 극명하게 드러난다.

네이버의 경우, 지난 8월 자체 초거대 언어모델 '하이퍼클로바X'를 공개했다. 이후 하이퍼클로바X를 자사 서비스에 결합하며 기술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네이버는 8월 이후 AI 챗봇서비스 '클로바X'를 비롯해 AI 검색 서비스 '큐:(CUE:)' 등을 순차적으로 선보이고 있다.

남효지 SK증권 연구원은 "네이버가 올해는 AI 서비스 공개에 초점을 뒀다면, 내년부터는 본격 실적을 낼 것"이라며 "올해 4분기부터는 기업간거래(B2B) 고객향 서비스가 시작될 예정이며, 내년 상반기 본격적으로 AI 관련 실적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카카오는 연내 기존 모델을 업그레이드한 초거대 AI '코GPT 2.0(가칭)'을 연내 선보일 예정이다. 카카오는 이를 카카오톡에 접목해 성장 기회를 모색한다는 목표를 공유했다.

김진구 키움증권 연구원은 "카카오의 기업가치 개선과 회복 관점에서 더욱 중요한 사안은 AI 관련 사업 전략으로 평가한다"며 "기존 헬스테어와 모빌리티 중심의 버티컬 AI 전략 이외에 본사 중심의 카카오톡 기반 AI 사업 전략에 대한 구체적 로드맵이 선결돼야 한다"고 꼬집었다.

김 연구원은 이어 "또한 대화 주체인 이용자 상호간의 개인정보동의 등의 이슈가 존재하는 만큼, 명확한 사용자 부가가치를 부여할 수 있는 전략 수립이 필연적이다"고 강조했다.

김범수 카카오 전 의장이 지난 23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금융감독원에 SM엔터테인먼트 인수 주가 시세조종 의혹과 관련된 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남용희 기자

김범수 전 의장과 배재현 투자총괄대표 등 주요 경영진이 올해 초 SM엔터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시세조종에 나섰다는 의혹도 카카오의 발목을 잡는 요소다. 금융당국의 수사가 진전되며 배 대표는 지난 19일 구속, 김 전 의장은 지난 23일 금융감독원에 출석해 15시간이 넘는 강도 높은 조사를 받았다.

강석오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카카오에는 SM엔터 주가조작과 암호화폐 클레이 관련 사법 리스크가 발생했다"며 "이는 금융 자회사(카카오뱅크)의 대주주 적격성에 대한 문제까지 발생할 수 있을 정도로 심각한 사안이기에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경고했다.

munn09@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