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중고차 비중 0.6%에 불과…잠재 시장 공략
남양연구소와 협업해 인증체계 구축…데이터 확보·활용 추진
25일 서울 서초구 세빛섬 플로팅아일랜드 컨벤션에서 열린 '기아 인증중고차 미디어 데이'를 기념해 권혁호 기아 국내사업본부장 부사장(사진 오른쪽에서 두번째), 김경철 기아 품질경영실장 상무(오른쪽 첫번째), 김지민 기아 국내사업전략실장 상무(왼쪽 두번째), 이종혁 국내CPO사업팀 팀장(왼쪽 첫번째)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김태환 기자 |
[더팩트 | 김태환 기자] 기아가 인증중고차 시장에 진출하면서 전기차(EV) 중고시장 공략을 본격화한다. 기존에 없던 배터리 진단 시스템과 인증 체계를 정립해 소비자 신뢰를 끌어올리고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여기에 2년 이상 전기차를 매입·인증하면서 배터리 데이터를 축적하고, 향후 신차 개발에 적용하는 방안도 추진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기아는 25일 서울 서초구 세빛섬 플로팅아일랜드 컨벤션에서 '기아 인증중고차 미디어 데이'를 개최하고, 자사 브랜드 중고차 매입과 판매에 나선다고 선언했다.
기아는 차별화 전략으로 'EV 인증중고차'를 강조했다. 전동화 브랜드 중 전기인증중고차를 판매하는 것은 기아가 최초다.
기아는 EV 전용 진단기를 구축하고 전기차 4대 시스템인 △고전압 배터리 컨트롤 시스템 △고전압 충전 시스템 △고전압 분배 시스템 △전력변환 시스템 등을 정밀 진단하고 총 5개 등급으로 구성된 '중고 EV 품질 등급제'를 선보였다.
이와 함께 1회 충전 주행가능거리를 측정해 신차 1회 충전 주행거리 대비 상대적인 실제 성능까지 등급화한 후 '배터리 등급'과 '1회 충전 주행거리 등급'을 종합해 최종 EV 품질 등급을 부여한다.
기아는 이 같은 정밀한 EV 성능평가 후 최소성능기준에 해당되는 3등급 이상 판정 받은 차량만 고객에게 판매한다는 방침이다.
이처럼 EV 인증중고차 확대로 기아가 새로운 시장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전기차 판매가 확대되면서 전기중고차 시장도 커지고 있지만, 제대로 믿고 사고 팔 수 있는 시장은 아직 형성되지 않은 상태다.
실제, 지난해 국내 완성차 시장에서 전기차 비중은 10%를 차지했지만, 중고 시장에서는 전기차 비중이 0.7% 수준에 불과했다.
기아가 25일 서울 서초구 세빛섬 플로팅아일랜드 컨벤션에서 '기아 인증중고차 미디어 데이'를 열고 인증중고차 시장 진출을 선언했다. /김태환 기자 |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소비자들은 전기차를 중고로 구매할 때 배터리 성능이 여전히 괜찮은지, 주행거리는 얼마나 나오는지 등 배터리 성능에 대한 검증을 요구하지만 현재 중고차 시장에선 객관적인 성능평가와 가격 산정 기준이 없다"면서 "이 때문에 판매업체를 거치지 않는 개인거래 비중이 64%에 달해 이 수요를 모두 가져온다면 충분히 시장성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항구 자동차연구원 연구위원은 "신차 전기차 판매가 늘어나면 결국 중고전기차도 늘어날 수밖에 없다"면서 "양질의 중고전기차들을 미리 안정적으로 확보하고 시장을 선점하는 전략이 녹아 있다"고 설명했다.
장기 관점에서는 전기차 배터리 소모 데이터를 확보, 신차 개발에 활용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전기차는 매입 후 2년을 의무 보유해야 하는데, 이 기간동안 사용한 배터리 성능을 확인하고, 데이터를 축적해 더 발전된 기술을 확보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종혁 기아 국내 CPO사업팀 팀장은 "배터리 인증체계를 정립할 때부터 현대자동차그룹의 남양연구소와 협업으로 추진했다"면서 "향후 연구소와 추가로 신차 개발을 위한 데이터 활용 등을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필수 대림대 교수는 "전기차를 장기간 어떻게 운행했는지에 대한 데이터가 매우 중요한데 이를 확인할 수 있는 인프라는 부족했다"면서 "향후 신차 개발에 있어 배터리 효율성을 짐작하고 예측할수 있고, 평가의 신뢰성을 높일수 있어 데이터 활용이 매우 중요해질 것"이라고 조언했다.
kimthin@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