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CGI ESG동반성장펀드 1개월 수익률 -2.74%
지난 9월 20일 KCGI자산운용이 선보인 'KCGI ESG동반성장펀드'의 수익률이 저조한 것으로 확인됐다. /KCGI자산운용 |
[더팩트|윤정원 기자] 공식 출범한 지 2개월이 지난 KCGI자산운용의 성과가 미진한 형국이다. 경영참여형 사모펀드(PEF)의 한계를 극복하겠다는 자신감을 키웠던 KCGI자산운용이 '제2의 한진칼'을 재연하기까지는 상당 시일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KCGI자산운용이 사명 변경 이후 행동주의를 표방하는 첫 공모펀드로 내세운 건 9월 20일 선보인 'KCGI ESG동반성장펀드'다. 이 펀드는 국내 상장기업에 60% 이상 투자하는 국내 주식형 상품이다. KCGI자산운용은 KCGI ESG동반성장펀드를 통해 자기자본이익률(ROE)이 높으나 주가가 저평가된 기업 가운데 지배구조 문제를 해소하면 주가가 크게 상승할 수 있는 종목을 선별해 투자한다.
실제 KCGI자산운용은 투자 종목을 고를 때 단순히 시가총액 대비 순현금, 투자부동산 등 지표 중심의 접근보다는 구조적 비용 효율화나 현금 흐름 개선 가능 여부, 중장기 주주 환원 정책 개선 여부 등을 우선적으로 고려 중이다. 우호적인 주주 제안부터 가처분 신청, 위임장 대결 등 공격적인 수단도 병행한다는 계획이다.
다만, KCGI ESG동반성장펀드의 수익률은 아직 기지개를 켜지 못하고 있다. KCGI자산운용에 따르면 △DI동일(6.06%) △고려아연(5.43%) △비츠로셀(5.32%) △KT&G(4.53%) △OCI홀딩스(3.36%)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3.13%) △GS(3.10%) △한국알콜(3.00%) △덕산네오룩스(2.85%) 등으로 구성된 이 펀드의 최근 1개월 새 수익률은 -2.74% 수준이다.
'KCGI ESG동반성장펀드' 수익률 추이. /KCGI자산운용 |
펀드에 앞서 KCGI자산운용이 출범 이후 첫 행동주의 대상으로 꼽았던 현대엘리베이터에 대한 움직임도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앞서 KCGI자산운용은 약 2%의 현대엘리베이터 지분을 확보한 다음 공개서한을 통해 현 회장의 과다 연봉 수령과 과도한 겸직 등을 문제 삼으며 지배구조 개선과 중장기 수익성 개선을 요구했다.
하지만 사모펀드 H&Q코리아가 현정은 회장의 구원투수로 등장하며 상황이 바뀌었다. 현대홀딩스컴퍼니는 H&Q에서 3100억 원을 투자받는 내용의 주식매매계약(SPA)을 지난 달 27일 체결했다. H&Q가 현대네트워크가 발행한 전환사채(CB)와 교환사채(EB), 현대엘리베이터 주식을 사들이는 형태다. EB는 현 회장의 현대엘리베이터 주식이 교환 대상이다.
현정은 회장이 경영권을 안정화하면서 KCGI자산운용의 계획은 틀어지는 분위기다. 여기에 더해 현정은 회장과 경영권 분쟁을 벌였던 2대 주주 쉰들러도 지분을 꾸준히 매각하며 경영권 분쟁에서 발을 빼는 모양새다. 쉰들러의 현대엘리베이터 지분율은 올해 초 15.5%였으나 현시점 12.83%로 낮아졌다.
상승 기대감을 높였던 현대엘리베이터 주가는 현재 오름폭을 줄인 상태다. KCGI자산운용이 주주들의 불만을 담은 서한을 보낸 것으로 알려진 올해 8월 23일 현대엘리베이터의 주가는 장중 5만400원을 호가하기도 했으나 현재는 4만5000원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23일 기준 종가는 4만5950원이다.
국내 사모펀드(PEF) 운용사 H&Q코리아(H&Q)가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의 백기사로 나서면서 KCGI자산운용의 행동주의는 적잖이 동력을 잃었다. /더팩트 DB |
물적분할 이슈와 지주회사 전환 등을 두고 소액주주와 함께 힘을 합쳐 싸웠던 DB하이텍에 대한 행동주의도 다소 지지부진하다. KCGI자산운용은 현재 DB그룹과 DB하이텍 경영권을 둘러싸고 소송을 진행 중이다. KCGI가 투자목적회사인 캐로피홀딩스를 통해 DB하이텍 지분을 획득하고, '회계장부 열람·이사회 의사록 열람등사 허가' 가처분을 신청하면서다. 재판부의 가처분 인용 여부는 이달 말 결정될 것으로 전해졌다.
시장에서는 KCGI자산운용의 행보를 적잖이 걱정하는 눈치다. 한진칼의 성공 방정식에 매몰돼 성급하게 행동주의에 잇달아 나섰다는 평가다. 연대를 통해 지분율 싸움에서 승전고를 울릴 가능성이 컸던 한진칼 사례와 현재 현대엘리베이터 등에 대한 시장의 전망은 사뭇 다르다는 이야기다.
<더팩트>는 KCGI자산운용의 현상황에 대한 평가와 향후 계획 등에 관해 묻고자 여러 차례 전화를 시도했으나 담당자와의 통화는 연결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