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만 평 부지에 5개 독립 공장설비…전용부두로 '논스톱' 수출
전기차 혼류생산 시작…2조 원 투자해 '전기차 신공장' 구축
세계 최대 규모의 자동차 공장인 현대자동차 울산 공장의 전경. /현대자동차 |
[더팩트 | 김태환 기자] "세계 최대 규모의 자동차 공장."
현대자동차의 울산공장을 한마디로 설명한 말이다. 울산공장은 대한민국 산업화의 상징이자 현대차 핵심 생산시설로 1968년부터 국민과 함께 해왔다.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전용 공장을 비롯한 5개의 독립 공장설비를 통해 내연기관차·수소연료전지차·전기차를 함께 생산해 효율을 높이고, 2조 원의 자금을 투입해 전기차 전용 공장설비를 갖추는 등 전동화 전환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더팩트>는 지난 18일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의 제 3공장 의장 공정과 더불어 수출부두를 직접 찾아 울산 공장의 규모와 생산 능력을 확인 해봤다.
입구에서부터 보안요원이 기자단의 버스를 세웠다. 기자단 버스 뿐만 아니라 울산을 비롯한 전국 각지 자동차 부품을 싣고 온 트럭들도 줄을 서 있었다. 내부로 들어가자 150만 평 광활한 부지에 펼쳐진 공장 건물들이 시선을 사로잡았다.
울산 공장은 1공장부터 5공장까지 독립 생산 설비를 갖추고 있으며 엔진, 변속기 등 핵심 부품도 자체 생산하고 있다. 1공장에서 생산 중인 아이오닉 5는 전기차 전용 플랫폼을 장착해 코나와 아이오닉을 '혼류생산'하고 있다.
2공장은 설립 당시 부의 상징이었던 각그랜저를 생산했으며, 현재는 SUV 전문 생산라인으로 싼타페, 팰리세이드, GV60, GV70, GV80을 생산 중이다. 특히 SUV는 일반 세단보다 차량의 크기가 크고 폭이 넓은만큼, 좀 더 범위가 넓은 생산 설비가 필요하다. 현대차 울산 공장처럼 아예 SUV 전용 생산 시설을 갖춘 경우는 드물다.
3공장은 울산공장 내 최초로 프레스, 차체 등 자동화 생산체계를 갖췄으며, 현재 31라인에서 아반떼, 베뉴, 코나를, 32라인에서 아반떼와 i30을 생산 중이며, 4공장은 스타리아를 생산 중이다. 4공장은 특히 1968년에 세워진 현대자동차 최초의 공장이라는 상징성을 가진다.
5공장은 '프리미엄 공장'으로 전세계 유일한 제네시스 생산 공장이다. 제네세스 세단 차량은 5공장에서, SUV 차량은 2공장에서 생산되고 있으며, 특히 수소전기차 양산을 세계 최초로 성공한 공장이기도 하다.
현대자동차 3공장에서 생산직 직원이 완성된 아반떼 차량을 검사하고 있다. /현대자동차 |
공장이 워낙 넓다 보니 내부에 신호등까지 있었다. 차량은 제한속도가 시속 20km인데, 생산이 완료돼 수출 부두로 이동하는 완성차의 경우 50km다. 좀 더 빠른 수송을 위해 속도에 차등을 둔 것으로 보인다.
공장 내부에 자체 버스 노선도 있었다. 버스는 21대로 운영되며 전기버스도 포함됐다. 버스 정류장만 44개가 있으며 버스정류장에는 6~8개의 노선도까지도 그려져 있었다.
울산공장은 소방서와 병원, 순찰차, 직원들의 복지를 위한 문화센터 등을 자체 운영하고 있다. 약 50만 그루의 조경수가 있으며, 오·폐수처리장을 비롯한 최첨단 환경보호 시설도 갖추고 있다. 공장 내부에 기숙사와 식당까지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하나의 마을과도 같은 역할도 한다고 느껴졌다.
실제 울산공장 근무 종업원은 총 3만2000명으로 종업원 본인을 포함한 가족수가 가구당 3.5인으로 가정할 때 울산공장에 직, 간접적으로 소속된 지역 인구는 최소한 11만2000여 명에 이른다.
기자가 울산에서 고등학교를 다니던 20년 전, 부모님 세대 울산 지역주민들이 농담삼아 "현대차공장이 있는 울산 동구지역은 '현대공화국'이다"라는 표현을 쓰기도 했는데, 그 말이 현실처럼 와닿는 순간이었다.
기자단에게는 3공장 의장 단계를 볼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 자동차의 제조 공정은 크게 4단계로 이루어지며, 프레스 – 차체 – 도장 – 의장 순이다. 프레스에서는 코일형태의 철판을 프레스기계로 압착하여 자동차 패널을 제작하고, 차체 공정에선 생산된 패널을 용접하고 조립하여 차의 뼈대를 생산한다. 이후 색상을 입히는 도장 공정을 한 뒤 마지막 의장 공정에서 숙련된 직원들이 2만여 가지 부품을 조립한다.
의장라인은 정교한 작업이 필요한 공정과정이라 90% 수작업으로 이루어진다. 일부 앞 좌석 시트와 유리 장착, 스페어 타이어 장착 등 무거운 부품을 들어 옮기는 작업들만 로봇이 담당하고 있다.
특히 작업자 발판 부분에는 '대차'가 있는데, 작업자가 직접 걸어서 움직이지 않고 발판이 이동해 피로를 덜어줬다. 다양한 차종이 섞이지 않도록 차에는 '작업지시서'가 모두 붙어 나왔다. 최근엔 차량 색상과 옵션을 다양하게 선택하기에 사실상 주문한 고객에 대한 개인 맞춤 생산을 하고 있다. 작업지시서는 지금 들어오는 차량에 어떤 부품을 조립해야 하는지에 대해 상세히 적혀 있다.
조립해야 하는 부품은 무인운반차(AGV)가 공급하는데, 작업지시서에 나온 부품 그대로 배송해 오조립을 막는다. 이를통해 다차종 혼류생산의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다고 현대차 측은 설명했다.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수출 전용부두어 완성차들이 선적을 기다리고 있다. /현대자동차 |
완성된 차량은 꼼꼼한 검수 과정을 거쳐 직접 야적장으로 이동한다. 국내 판매는 자동차를 운반하는 2층 트럭 '트랜스포터'로 수송되며, 수출은 울산공장 전용 부두에서 바로 선적해 이뤄진다.
수출 전용부두는 5만 톤급 선박 3척을 동시에 접안할 수 있다. 부두 길이는 약 830m로 4600대의 차량을 주차할 수 있다. 가장 큰 수출 선적선에는 소형 세단 기준 최대 6900대 정도 선적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선박에는 1000~1500대를 선적해 수출하고, 하루 2~3척, 한 달에 60척이 출항한다. 이를 단순 계산하면 한 달에 평균 9만 대, 연간 108만 대를 울산 공장에서만 수출하는 셈이다. 현대차는 연간 최대 수출은 110만 대까지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현대차 생산 핵심 시설인 울산공장은 전기차 전용 설비를 도입할 예정이다. 현대차는 지난 5월 울산공장 내 7만1000평의 부지에 약 2조 원을 투자해 오는 2025년 전기차 전용 공장을 완공할 계획을 밝혔다. 이는 지난 1996년 아산공장 가동 이후 29년 만에 들어서는 국내 신공장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전기차 전용 신공장이 본격 가동되면 울산공장은 빅데이터 기반의 지능형 스마트 시스템, 자동화, 친환경 생산 시설을 기반으로 다양한 차세대 미래차를 양산하는 국내 미래차 생산의 대표 거점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kimthin@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