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임 전가하는 것 아닌가" 지적 봇물
개인 투자자들은 금융위원회가 금융투자업계에 불공정 거래에 관한 자정 노력을 요구한 데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박헌우 기자 |
[더팩트|윤정원 기자] 금융위원회가 불법 공매도에 대해 금융투자업계의 자정 노력을 요청한 가운데 투자자들의 비난이 거세지고 있다. 금융당국이 제도 개선을 뒷전으로 미루고 불공정 거래에 대한 책임을 여타 증권사나 자산운용사에 전가하는 것이 옳으냐는 지적이다.
◆ 김소영 부위원장 "공매도, 제도 개선만으로 충분치 않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19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금융투자업계 라운드테이블'을 개최했다. 라운드테이블 행사는 정부의 자본시장 제도 개선 현황과 추진 계획을 금투업계에 설명하고 의견을 청취하기 위해 열렸다. 금융위를 비롯해 금융감독원, 한국거래소, 한국상장사협의회, 국내외 증권사 6개사와 자산운용사 4개사 등이 참석했다.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라운드테이블에서 "금융투자업계 스스로 불법 공매도 등 불공정거래·불건전 영업행위 근절을 위해 내부통제를 강화하는 등 자정 노력을 해야 한다. 자본시장의 제도를 개선하는 것만으로는 시장의 큰 변화를 기대하기 충분치 않다"고 언급했다.
아울러 "제도 개선이 시장의 행태 변화로 이어질 때 개선 효과를 체감할 수 있다"면서 "제도 개선에도 불구하고 자본시장이 투자자의 신뢰를 얻지 못한다면 자본시장 선진화는 요원한 일"이라고도 설명했다.
금융위는 이날 자본시장 제도개선 추진 현황을 외국인 투자자 접근성 제고, 일반주주 보호 강화, 자본시장 역할 강화 등 3개의 축으로 나눠 설명했다. 그러면서 주식시장 경쟁력 강화, 신종·토큰증권(STO) 및 전환사채(CB)·자사주 제도 개선 방안 등을 추가로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 투자자들 "금융위, 개미들 요청은 '관심 밖'" 비판
그러나 라운드테이블 내용이 전해진 뒤 개인 투자자들의 반응은 냉담했다. 금융위가 금융투자업계 및 유관기관과의 적극적인 소통과 투자자들로부터의 신뢰 회복이 급선무라고 외치면서도 정작 귀를 닫고 있는 것 아니냐는 투자자들의 일갈이 이어졌다.
최근 개인 투자자들은 불법 공매도와 관련해 일관된 목소리를 내고 있다. 투자자들이 연신 주창하는 것은 △공매도 시스템 전산화 △기관‧외인·개인에 대한 공매도 상환기간 및 담보비율 동일화 △불법 공매도 강력처벌 등으로 요약된다.
다만 금융위에서는 위와 같은 개인 투자자들의 요청에 대해 모두 선을 그어왔다. 특히 공매도 시스템 전산화에 대해서는 어렵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는 추이다. 우리나라는 외국인 투자 비율이 높기 때문에 전산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개인 투자자 보호를 위한다고 보기 힘들다는 이유에서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지난 11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 참석했을 당시에도 "실시간 전산시스템을 구축하려면 대차거래가 어떻게 일어나는지 정확하게 파악해야 한다. 하지만 거래 목적이 여러가지이고, 전화나 이메일 등 이용하는 플랫폼이 다 달라 실시간으로 파악하기 어렵다"며 "파악하더라도 기술적으로 강제할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지난 11일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의 국정감사에서 "공매도 전산시스템 구축이 어렵다"는 견해를 밝혔다. /남용희 기자 |
◆ "불공정 거래, 아예 뿌리내리지 못하게 해야"
금융위의 뜨뜻미지근한 행보 속 개인 투자자들은 올해 국정감사가 마무리된 이후 정무위의 움직임에 기대를 걸 수밖에 상황이다. 정무위가 국감에서 금융위와 금융감독원 등을 향해 공매도에 대한 시장의 비판을 전달한 데 더해 향후 더욱 적극적으로 움직여주기를 바라는 눈치다.
더욱이 이달 초 올라온 공매도 관련 국회 청원은 5만 명의 동의를 얻으면서 정무위행을 결정지은 상태다. 국회 국민동의청원은 공개일로부터 30일 안에 5만 명 이상의 동의를 얻으면 국회 소관 상임위원회에 회부되며, 심사에서 채택되면 국회 본회의에 상정된다.
앞서 정무위원장인 백혜련 더불어민주당 의원 역시 17일 금융감독원에서 열린 현장 국감에서 "공매도 청원이 5만 명의 동의를 받은 상황"이라며 "국감이 끝나고 나서 정무위 청원소위부터 이 문제를 다룰 수밖에 없다"고 언급했다.
한 개인 투자자 박 모 씨는 "지난달 증시 거래대금 중에서 외국인이 차지하는 비중은 18%인데 공매도 거래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80%나 된다. 외국인과 국내 투자자들에 대한 형평성이 기본이 돼야 한다"며 "금융당국이 '사후약방문'식으로 공매도 처벌 기준에 주안점을 둘 게 아니라 불공정 거래가 애당초 뿌리내리지 못하는 제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의정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대표는 "공매도의 99%가량을 차지하면서 어드밴티지 룰을 적용받아 일방적으로 유리한 외국인과 기관에 문턱을 높이는 것이 급선무"라며 "간접투자 비중이 많은 선진국과 달리, 우리나라는 개인투자자가 주식 거래대금의 약 70%를 점유하고 있어 기관과 외국인 세력의 공격 앞에 무방비 상태로 당하기 쉽다. 매도 세력이 개입된 주가 폭락 사태에 대해 반드시 메스를 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