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준병 의원, 농협금융 인사시스템 개선 필요 주장
"이석준, 합법 가장한 낙하산 인사 의심"
이석준 NH농협금융 회장이 '낙하산 인사' 꼬리표를 떼지 못하고 있다. /뉴시스 |
[더팩트ㅣ정소양 기자] 이석준 NH농협금융지주 회장의 '낙하산 인사' 논란에 다시 불이 붙었다. 이석준 회장 취임 후 10개월이 넘었지만 '낙하산 논란' 꼬리표가 사라지지 않고 있는 가운데 업계 일각에서는 농협금융의 인사시스템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10일부터 시작된 21대 국회의 마지막 국정감사(국감)에서 이석준 농협금융 회장의 '낙하산 인사' 논란이 다시 불거졌다.
이석준 회장은 올해 1월 낙하산 논란에 불을 지피며 취임했다. 이 회장은 1983년 제26회 행정고시로 공직에 입문한 뒤 재정경제부 증권제도과장, 기획재정부 정책조정국 국장, 금융위원회 상임위원 등 경제부처를 거친 인물이다. 이후 박근혜 정부에서 기획재정부 제2차관, 미래창조과학부 제1차관 등 요직을 거쳐 장관급 국무조정실장을 역임했다. 지난 2021년 6월 윤석열 당시 대선 후보 캠프에 참여해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특별고문으로 활동했다.
이러한 이력이 주목 받으면서 취임 당시부터 낙하산 인사 논란이 거세게 일었다. 일각에서는 이 회장이 현 정부와 인연이 있는 인사인 데다 농협금융지주 회장직을 차지할 만한 능력이 있느냐는 의문을 제기했다.
이후 취임 10개월이 지났지만 낙하산 꼬리표는 여전히 붙어 있다. 최근 국감을 진행 중인 정치권에서는 이석준 회장의 '낙하산 인사' 논란에 대해 다시 한번 불을 지폈다.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윤준병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농협금융의 임원 인사와 관련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윤준병 의원은 NH 농협금융지주 이석준 회장의 추천과정과 관련된 농협금융지주 임원후보추천위원회의 회의록을 열람한 결과 "형식적 합법을 가장한 낙하산 인사임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윤준병 의원실 |
윤준병 의원은 "윤석열 정부의 인사는 선거 때 도와준 사람 내 식구 챙기기, 공기업의 비상임이사까지 나눠 먹기로 전락했다"며 "현 농협 회장도 취임 당시에 선거에 몸담았던 주변 사람들을 전리품 챙기듯 챙겨줬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윤 의원은 농협금융 임원 인사의 공정성·객관성이 확보돼야 한다고 했다.
윤 의원은 농협금융 임원후보추천위원회의 회의록을 열람·검토한 결과 △위원회의 간사를 농협금융지주의 인사전략팀장이 겸직해 위원회의 자율성이 제한된다는 사실 △공모를 거치지 않고 임의로 헤드헌터에 의뢰하는 문제 △외부인사의 추천 기준조차 없이 인사 추천이 진행된 점 △회의록 기재도 허술해 위원회 회의 운영이 제대로 통제될 수 없는 한계 △임원 후보 확정안이 회의록에 기재되지 못해 객관적 관리가 어려운 문제 등이 노출됐다고 밝혔다.
윤 의원은 "후보군을 선정하는 중간 과정에서 공직윤리위 심사 대상이 최종 후보자일 경우를 상정해 회의가 진행된 점과 인터뷰 대상자를 결정하는 회의에서 4명의 인터뷰 대상 후보에 대한 면접 없이 1명의 후보에 대한 면접만 실시한 점 등을 볼 때 이석준 회장은 합법을 가장한 낙하산 인사로 의심된다"고 주장했다.
금융권에서는 농협금융의 인사시스템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더팩트 DB |
◆ 이석준 회장 선임 당시 검증 약 한 달 소요…인사시스템 개선하나
금융권 안팎에서는 농협금융의 인사시스템 개선 없이는 '낙하산 인사' 논란이 계속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농협금융은 차기 CEO 인사와 관련한 외부 회장 후보군을 1명도 두고 있지 않다. 다른 금융지주의 경우 CEO 인사에 대비해 상시적으로 외부 인사 후보군을 추적, 관찰해 관리하고 있다. 예로 KB금융의 경우 외부 후보군을 반기마다 업데이트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NH농협금융 지배구조 연차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14일 기준 임원후보추천위원회가 꾸린 CEO 후보는 총 17명으로 모두 내부인사였다. 이후 임추위는 경영 승계 절차를 개시하며, 외부후보군을 확대하기로 의결하고 같은 달 21일 46명의 롱리스트 후보를 선정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갑작스럽게 외부 개입에 의한 후보가 들어올 수 있다는 점이다. 즉, 승계 절차 개시를 앞두고 외부 압력에 의해특정 인물이 급부상할 수 있는 구조인 것이다. 이석준 회장 역시 지난해 11월 14일 전까지 임추위 후보 물망에 없다 급 부상한 인사라는 점에서 '낙하산' 의혹이 제기됐다.
또한 농협금융의 승계 기간은 타 금융지주에 비해 짧은 편이다. 이점도 철저한 검증을 어렵게 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농협금융은 현직 회장의 임기 만료 40일 전에 절차를 개시하도록 하고 있다. 반면 신한금융과 우리금융은 회장 임기 만료 2달 전 승계 절차를 개시해야 한다. KB금융, 하나금융은 주주총회 소집통지일 최소 30일 전에 절차를 개시하도록 하는데, 보통 회장의 임기 만료일인 주주총회일을 기준으로는 50일 이상의 승계 기간이 부여된다.
실제 이석준 회장 선임 당시 임추위에서 이 회장을 검증하는 기간은 약 한 달가량밖에 되지 않았다. 농협금융 임추위는 지난해 11월 14일 경영 승계 절차를 개시하면서 외부후보군을 물색했으며, 이석준 회장이 최종 후보자로 추천된 것은 12월 10일이었다.
최소 2년간 그룹을 이끌어야 할 최고경영자(CEO)를 선정하는 데 소요되는 시간으로 한 달은 지나치게 짧다는 평가가 주를 이룬다.
다만, 일각에서는 표면적으로 '한 달'일 뿐 이석준 회장의 검증 기간은 더 오래됐을 수도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CEO 선임 과정은 각 회사마다 각자의 사정에 맞게 이뤄지는 것"이라며 "이석준 회장의 선임 과정을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표면적으로 한 달이 소요됐을 뿐, 그 이전부터 후보군에 올라 검증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농협금융 측은 "입장을 밝힐 수 없다"며 말을 아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