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스타트업부터 팹리스까지 '반도체 강국'
인텔·엔비디아 등 영향↑
삼성전자·SK하이닉스도 직·간접적 영향권
8일(현지시각)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 이스라엘의 공습 이후 화염과 연기가 솟아오르고 있다. /뉴시스 |
[더팩트|최문정 기자] '세계의 화약고'인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하마스와의 무력 충돌이 발발한 가운데, 글로벌 반도체 업계가 숨을 죽이고 있다. 반도체 산업의 핵심 기지 중 하나인 이스라엘을 둘러싼 전쟁이 장기화될 경우, 공급망에 미칠 영향이 크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또한 최근 반등을 시작한 메모리 반도체의 회복세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우려도 제시되고 있다.
19일 업계에 다르면, 현재 이스라엘에는 미국의 인텔과 엔비디아 등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이 진출해 있다. 또한 이스라엘은 반도체 설계 전문기업인 팹리스부터 부품·장비 제조업체와 관련 스타트업 기업 등이 다수 포진해 있는 글로벌 반도체 중심국가 중 하나다.
국내 기업 역시 이스라엘에 간접적으로 진출해 있다. 삼성전자의 경우, 이스라엘 판매 법인과 연구개발(R&D)센터, 삼성리서치 이스라엘 등을 운영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판매 법인이 격전지인 가자지구와 100km 이상 떨어진 텔아비브 지역에 위치한 만큼 직접적인 피해는 없지만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SK하이닉스 역시 텔아비브 지역에서 낸드플래시 관련 판매 법인을 운영하고 있다.
이스라엘에 직접 진출한 엔비디아와 인텔 등은 피해가 막심하다. 엔비디아의 경우, 지난 15~16일 이스라엘 텔아비브에서 개최 예정이었던 인공지능(AI) 콘퍼런스를 취소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하마스의 무력 충돌이 장기화될 경우, 이스라엘 현지 생산 비중이 높은 인텔이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경우, 인텔에 D램 등 메모리 반도체를 공급하고 있어 간접적인 피해가 예상된다. /더팩트DB |
1974년 이스라엘에 진출한 이후 우호적인 관계를 쌓아온 인텔은 더욱 숨을 죽이고 있다. 인텔은 이스라엘 남부 도시 키르얏 갓에 중앙처리장치(CPU) 생산 공장 '팹28'을 운영하고 있다. 이곳은 하마스의 로켓 공격을 받은 아슈켈론에서 불과 20여km 떨어져 있다. 이 밖에도 이스라엘 곳곳에 4곳에 R&D 센터를 운영하며 현지인 1만2800여 명을 고용하고 있다.
인텔은 이스라엘에서 2024년부터 100억 달러(약 14조 원)을 투자한 차세대 공정인 '팹 38'의 가동을 준비해 왔다. 지난 6월에는 약 250억 달러(약 33조 원)를 투입해 키르얏 갓에 신규 반도체 공장을 설립한다고 밝혔다. 이 공장은 2027년 완공을 목표로, 주로 웨이퍼 생산 시설로 활용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하마스와의 전쟁 발발로 이러한 청사진에 차질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번 무력 충돌로 인해 사실상 '셧다운'된 키르얏 갓 공장이 인텔 전체 반도체 생산능력의 11.3%를 차지하는 만큼, 이곳에 메모리 반도체를 공급하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기업들도 타격을 받을 전망이다. 특히 인텔의 최신 CPU가 DDR4와 DDR5 등 최신 D램을 채택한 만큼 고부가 상품 판매의 제약이 발생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 기업들이 이스라엘 현지에 생산공장을 구축한 것은 아니기 때문에 직접적인 영향은 적을 것"이라면서도 "공급망과 D램 공급 등의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볼 때 악영향이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특히 전문가들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약 1년 동안 메모리 반도체 한파가 이어진 가운데, 이번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무력 충돌이 회복세에 찬물을 끼얹을 가능성이 있다고 파악하고 있다.
한국무역협회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반도체 단가 하락으로 국내 기업들의 수출 부진이 지속되는 가운데, 이스라엘-하마스 분쟁의 영향으로 반도체 업황 회복 시기가 늦춰질 수 있다"며 "4분기 들어 반도체 업황이 개선되며 한국의 수출을 견인할 것으로 기대됐으나, 이스라엘-하마스 분쟁으로 (반도체) 수요 부진과 세계경기 둔화가 지속된다면, 반도체 수출 회복 시기가 미뤄질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munn09@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