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中 저가 제품 유입에 공급 과잉…동남아는 철강 자립 '시도'
2021년 대비 저닉료 50% 상승…경기 악화로 수요 감소
최근 건설경기 부진으로 철근 수요가 감소하고, 일본과 중국 등에서 제품 유입으로 이중고를 겪고 있다. 여기에 전기료 상승까지 전망되며 삼중고가 예상된다. /포스코 |
[더팩트 | 김태환 기자] 포스코, 현대제철, 동국제강 등 국내 철강사들이 제품 수요 감소와 공급 과잉, 전기료 인상에 울상을 짓고 있다. 건설 경기 등이 악화되며 철근 수요가 줄어든데다 일본과 중국, 동남아 지역 철강재 유입이 공급과잉을 불러일으켜 제품 가격 인하를 가속화하고 있다. 여기에 전기료 상승까지 겹치며 생산 원가도 올라가 철강업계의 시름이 깊어질 전망이다.
4일 건설업계에서는 건설경기 침체와 주택 착공 감소로 인해 철근 수요가 지속 감소하고 있다. 국내 철근 수요는 지난 2021년 1124만 톤이었지만 2022년 1030만 톤, 올해는 970만 톤으로 전망되고 있다.
반면 철근 시장에는 최근 중국과 일본의 저가 철근 수입이 확대되며 공급 과잉이 나타나는 실정이다. 철근 수입 물량은 올해 4월 3만8958톤에서 7월 4만7690톤으로 1만 톤 가까이 늘어났다. 중국산 철근은 올해 7월 1만6996톤, 일본 제품은 2만8721톤 수입량을 보였으며, 특히 일본의 경우 전달 대비 1만 톤 가까이 수입 물량이 늘었다.
철강재 시장도 녹록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철강재 수입 의존도가 높던 동남아 국가들도 일제히 제철 자립 움직임을 나타내면서 공급이 늘어날 것이란 관측이다.
인도네시아는 오는 2030년까지 기존 1900만 톤 생산 규모의 제철소를 4600만 톤까지, 말레이시아도 1600만 톤을 4700만 톤까지, 필리핀도 300만 톤에서 2400만 톤까지 생산능력을 끌어올린다는 전략이다.
실제 국내 철강사들의 동남아 수출도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철강협회의 자료를 분석해보면 올해 1~8월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 10개국에 대한 한국 철강재 수출량은 306만9000톤으로 전년(325만7000톤) 대비 18만8000톤 줄었다.
전기료 상승도 철강업계의 시름을 더하고 있다. 산업용 전기료는 지난해 2분기부터 올 2분기까지 무려 5회에 걸쳐 상승했다. 인상액은 킬로와트시(㎾h)당 40.4원으로 전년 대비 인상률은 40%, 2021년 대비로는 50%다.
특히, 지난 2021년 2분기 이후 한전 영업적자가 늘어난 만큼 올 하반기나 늦어도 내년 상반기에 전기료가 인상이 유력하다는 점에서, 철강사들의 원가부담이 커질 전망이다.
철강업계는 해외 철강사들이 자국 시장보다 저렴한 가격에 한국에서 철강재를 판매하는 것을 막는 조치나 전기료 인상 유예와 같은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외국산 제품들 대부분이 과잉생산된 것들을 국내에 덤핑으로 넘기는 것"이라며 "사실상 시장 질서를 무너뜨리고 있는 상황이기에 관세 부과와 같은 방어 조치가 필요한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최근 유럽연합(EU)이 탄소국경조정제도를 통해 탄소배출량을 측정하고 관세를 부과하는 움직임을 보이는 등 철강사들의 탄소중립의 필요성이 높아지면서 전기 사용이 늘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로 변하고 있다"면서 "이런 부분에 있어 친환경 산업 육성 관점으로 접근해 정부가 철강사들이 전기로를 늘릴 때 규제 완화나 혜택 등 지원책을 제공하는 방안 등을 시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kimthin@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