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종희 내정자 초반 그룹 장악 위해 사라질 가능성↑
KB금융의 부회장 체제 유지 여부를 두고는 시선이 엇갈리고 있다. 사진은 양종희 KB금융그룹 회장 내정자가 지난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KB금융지주 신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약식 인터뷰를 하고 있다. /정소양 기자 |
[더팩트ㅣ정소양 기자] KB금융지주의 부회장 체제 유지 여부를 두고 업계의 관심이 쏠린다. 금융권에서는 양종희 KB금융지주 회장 내정자가 임기 초반 그룹 장악력을 높이기 위해 부회장직을 없앨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4대 금융지주 중 부회장 체제를 운영하는 곳은 KB금융지주와 하나금융지주 등 2곳이다.
이 가운데 업계 안팎에서는 KB금융지주의 부회장 체제가 유지될 가능성이 낮다는 시각이 나온다. 윤종규 KB금융 회장이 용퇴하고 양종희 회장 내정자 체제가 시작되면 그룹 장악력을 높이기 위해 부회장직을 없앨 수 있다는 분석이다.
앞서 윤종규 회장은 지난 2020년 '포스트 윤종규'를 탄생시키기 위해 KB금융의 부회장직을 부활시켰다. 전날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윤 회장은 부회장직 신설 배경에 대해 "부문장이라는 직무에서 폭넓은 업무 경험을 쌓아 준비된 회장이 되도록 하는 것이 목적이었다"고 설명했다.
다만 업계에서는 KB금융의 부회장 체제 유지 여부를 두고는 시선이 엇갈리고 있다.
우선 부회장직이 사라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양종희 회장 내정자가 결정된 시점에서 KB금융이 최고경영자(CEO) 승계를 위한 시스템을 유지할 명분이 적다는 것이다. 아울러 새 회장 체제가 막 출범한 상황에서 벌써부터 차기 승계를 위한 2인자 자리를 만들어 둘 필요성도 없다는 분석이다.
윤종규 회장도 자신이 부활시킨 부회장 체제를 꼭 유지할 필요는 없다는 식의 의중을 내비쳤다. 윤 회장은 부회장직 유지 여부에 대해 "부회장이라는 직책 자체가 필요하면 보임할 것이고 필요치 않으면 비워둘 수 있는 것"이라며 "양종희 내정자와 이사회가 함께 검토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은 전날 열린CEO 기자간담회에서 부회장직 체제 유지와 관련 "부회장이라는 직책 자체가 필요하면 보임할 것이고 필요치 않으면 비워둘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서예원 인턴기자 |
반면 부회장 체제가 유지될 가능성도 나온다.
KB금융의 이번 회장 선임 절차를 두고 부회장 체제를 통해 바람직한 경영승계 프로그램을 구축했다는 평가를 받는 상황에서 부회장직을 없애는 일이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양종희 내정자 역시 지난 11일 아침 출근길에서 기자들과 만나 "KB금융의 모든 제도는 다 역사적 유례가 있다"며 "(부회장직이) 어떻게 하면 승계 절차에서 후계자를 잘 키울 수 있을지 만든 절차이기 때문에 이사회와 협의해 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4대 지주 중 부회장직을 운영하는 하나금융에서 부회장 체제를 유지하고 있는 점도 고려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은 지난해 3월 부회장을 거쳐 회장에 오른 뒤에도 현재까지 부회장 체제를 유지 중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부회장 체제는 '옥상옥(屋上屋)' 구조로 의사결정 효율성을 떨어트린다는 지적도 있었다"며 "장·단점이 분명한 만큼 새로운 회장과 이사회가 검토 후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임기 초인 만큼 그룹 장악력을 높이기 위해 (부회장직이) 없어질 가능성이 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