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 제품 원가 상승에 제품 가격 인상 검토…"친환경 혜택 사회적 합의 필요"
한국전력이 하반기 전기료 인상을 검토하면서 현대제철, 동국제강 등 전기 고로 비중이 높은 철강사들의 원가 부담이 커지고 있다. 사진은 동국제강이 운용하고 있는 '에코아크 전기로'의 모습. /동국제강 |
[더팩트 | 김태환 기자] 한국전력의 전기료 인상이 가시화되자 현대제철과 동국제강의 부담이 커지고 있다. 전기를 활용하는 전기로 비중이 크기 때문에 원가 부담이 높아지고, 제품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8일 한국전력은 정부에 전기료 인상의 필요성을 담은 연료비 조정 단가 산정 내역 등 기초자료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이번 인상 검토는 대외 여건 악화에 따라 연료비 부담이 커진 점을 반영했다고 한전은 설명했따. 최근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과 기타 산유국의 협의체인 오펙플러스(OPEC+)가 감산을 시작하면서 국제 유가가 상승했다. 환율도 1300원대를 유지하며 고환율 장세를 이어가 환차손이 나타나는 실정이다.
정부는 한전 자료를 바탕으로 연료비 조정 단가를 오는 20일, 전기료 인상의 핵심이 될 기준연료비를 포함한 최종 전기요금 인상 여부를 이달 말 결정할 계획이다.
앞서 한전은 지난해부터 올해 5월까지 5차례에 걸쳐 전기료를 39.6%(40.4원) 인상했다.
이처럼 한전의 전기료 인상으로 전기 고로 사용 비중이 높은 현대제철과 동국제강의 원가 부담이 커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철강업계에서는 일반적으로 전기요금이 1㎾h당 1원 인상되면 연간 원가 부담은 200억 원 증가한다고 추산한다.
현대제철은 연간 전기 1만GW(기가와트)를 사용하는데 올 상반기 kWh당 21.1원이 올라 전년 전기요금인 6000억~7000억 원 대비 30% 이상 납부 금액이 늘어났다. 지난해 전기요금으로 2827억원을 납부한 동국제강은 올 상반기 전기 요금 인상에 따른 전력 비용 부담이 10%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다.
여기에 하반기에 추가로 전기료가 인상되면 부담은 더 커질 것이라는 관측이다. 무엇보다도 탄소중립 체제로 전환하면서 전기로 비중을 줄일 수도 없는 상황이다.
전기로에서 생산하는 제품은 대부분 H빔 등 건설 자재들이 대부분인데, 최근 건설경기 침체로 인해 가격 인상도 어려운 상황이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원가 상승 부담을 제품 가격에 반영해야 하는데, 전기로에서 만드는 것들은 형강 등 건축용 자재가 대부분이다"면서 "가뜩이나 건설업체들의 시황이 좋지 않은 가운데 제품 가격을 올릴 경우 추가로 협의를 시작해야 하는데 (인상 이유를) 납득시키는데 어려움이 따르게 된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탄소중립 체제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전기로 설비를 줄이기도 어렵다는 입장이다.
유럽연합(EU)은 10월부터 철강, 알루미늄, 시멘트, 비료, 전력, 수소 등 6개 품목에 대해 수입업자로부터 CBAM(탄소국경조정제도)를 도입한다. 미국도 '청정경쟁법안(CCA)'을 통해 오는 2024년부터 석유화학 제품 등 12개 수입품에 대해 온실가스 배출 1톤당 55달러를 부과한다. 탄소 배출량에 따라 사실상 무역관세가 붙어 제품 가격이 높아질 가능성이 높다.
또 다른 철강업계 관계자는 "탄소중립이라는 큰 틀에서 벗어날 수 없는 것은 분명하지만 개별 기업들이 이를 이해하고 가격 상승을 수긍하는 것은 또 별도의 이야기가 된다"면서 "이런 부분에 있어 친환경 산업 육성 관점으로 접근해 정부가 전기로를 늘릴 경우 규제 완화나 혜택 등 지원책을 일정 수준 제공하는 방안 등도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kimthin@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