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이은 당국 수사·검사에 피로감 드러내
"사고 터지면 업계 책임 부각 아쉬워"
증권가가 금융사고에 대한 당국과 검찰의 연이은 수사·검사의 화살이 업계를 향하자, 피로감을 드러내고 있다. /더팩트 DB |
[더팩트|이한림 기자] 금융당국이 3년 전 발생한 '라임·옵티머스·디스커버리 펀드 사태'(라임 사태)를 재조사한다고 발표하자 이에 대한 후폭풍이 증권사를 덮치고 있다. 검찰의 증권사 압수수색부터 최고경영자(CEO) 제재 움직임까지 이어지는 등 화살이 판매사인 증권사를 겨냥하면서 책임론도 다시 부각되는 모습이다.
6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올해 증권가는 검찰과 금융당국의 연이은 수사와 검사 등에 몸살을 앓고 있다. 올해 10대 증권사 중 검찰의 압수수색이나 당국의 검사와 조사를 받지 않은 곳은 단 한 곳도 없으며, 무엇보다 라임 사태 재조사가 검찰의 수사선상에 올라 최근 미래에셋증권, NH투자증권, 유안타증권이 압수수색을 받아 이목을 끌었다.
개별 증권사 중에서는 KB증권이 지난 2월 환매 중단 사모펀드 불완전 판매 여부 점검부터 총 네 차례 당국의 수시 검사를 받아 가장 많은 검사를 받은 증권사에 이름을 올렸다. 키움증권도 SG증권발 무더기 주식 폭락사태와 관련해 올해 검찰의 압수수색을 두 차례 받기도 했다.
여기에 라임 사태에 연루돼 3년 전부터 징계가 예고된 KB증권, 대신증권, NH투자증권 등의 전현직 CEO에 대한 당국의 최종 제재 수위가 최근 고강도 재조사로 이어진 영향에 따라 어느 정도에 이를지도 관심사다.
금융위원회가 오는 13일 열릴 예정인 정례회의 안건에 라임·옵티머스 펀드 등 판매사 CEO 제재안을 회부하지 않기로 하면서 업계에서는 올해 11월 국정감사 이후 CEO 제제안이 넘겨질 전망이 나온다. 사진은 지난 2020년 11월 라임 사태와 관련해 내부통제 기준 마련 의무 위반 등을 이유로 중징계(문책경고)를 받은 박정림 KB증권 대표와 양홍석 대신증권 부회장(당시 대신증권 사장), 옵티머스 펀드와 관련해 문책경고를 받은 정영채 NH투자증권 대표(왼쪽부터)의 모습. /각 사 제공 |
금융당국은 라임 사태 발생 후 증권사 전현직 CEO에 내부통제 기준 마련 의무 위반 등을 이유로 징계를 내리려 했으나, 과거 해외금리 연계형 파생 결합 펀드 행정소송에서 일부 패소한 후 라임 사태 관련 CEO 제재안 회부가 미뤄지면서 3년째 제재 수위가 결정되지 않았다. 다만 업계에서는 이번 당국의 라임 사태 재조사 움직임에 따라 오는 11월 예정된 국회의 국정감사 이후 금융위원회 정례 회의에서 CEO 제제안이 부쳐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증권사에 대한 '책임론'이 다시 대두되고 있다. 특히 라임 사태에 대한 재조사가 검찰의 수사망에 오르면서 증권사를 향한 대중의 신뢰가 바닥으로 떨어지고 있어서다. 9월부터 재개된 차액결제거래(CFD) 역시 증권사의 신용융자 확대가 '빚투'를 부추길 수 있다는 금융감독원의 해석에 따라 그간 중단됐던 사안이다.
반면 증권업계에서는 사고의 책임을 판매사인 증권사에 떠넘기는 게 부당하다는 해석도 나오고 있어 눈길을 끈다. 대체로 금융당국의 눈치를 보는 분위기이지만 펀드 환매 규약 변경 등 권한이 없는 판매사가 사태의 원흉으로 지목되자 억울하다는 태도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과거 SG증권발 주가조작 사건 때도 증권사의 차액결제거래(CFD) 서비스가 원흉으로 지목되면서 금융사고만 터지면 업계 책임만 주목받은 경향이 있어 안타깝게 생각했다"며 "당국의 이번 라임 사태 재조사 역시 상품 판매 과정에서 투자자에게 어떤 손해를 끼쳤는지보다는 누구에게 어떤 혜택을 줬는지에 초점이 맞춰진 분위기다. 업계가 덤터기를 쓰는 관행이 지속된다면 펀드 시장 회복은 고사하고 투자 문화가 도태될 여지도 높다"고 말했다.